[스타톡톡] 어남류, 어차피 남은 건 류준열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01.17 12: 00

'응사' 칠봉이(유연석 분) 이후로 그보다 더 '짠내' 나는 짝사랑 캐릭터는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또 하나의 '역대급' 캐릭터를 낳았다. 남자 주인공에서 엑스트라로 전락한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김정환(류준열 분)이다. 
20회로 16일 종영한 '응팔'은 쌍문동 골목길 가족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리며 안방에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가족 이야기 외에 여러 러브라인도 그려졌는데 여주인공 덕선(혜리 분)을 사이에 둔 정환과 택(박보검 분)의 삼각관계가 주된 골자였다. 
초반 '응팔'의 인기는 정환이 이끌었다. 이를 연기한 류준열은 '츤데레' 매력으로 안방 여심을 뒤흔들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팔뚝에 핏줄을 세워가며 덕선을 보호했고, 겉으로는 툴툴거리며 그를 구박했지만 남몰래 뒤돌아 미소 짓는 등 '심쿵 매력'을 발산했다. 

덕분에 '어남류'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덕선의 남편 찾기에 있어서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셈. 박보검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지만 류준열의 지지 세력은 굳건했다. 그의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에 시청자들은 설렜다. 
하지만 제작진은 택을 선택했다. 정환은 타이밍과 자신의 망설임을 탓하며 덕선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지난 18회에서 장난스럽게 피앙세 반지를 건네며 "올해 졸업할 때 주려고 했는데 이제 준다. 나 너 좋아한다. 오랫동안 좋아했었다. 사랑해 덕선아"라고 고백한 게 전부. 
이후 정환의 분량은 급격히 줄었다. 덕선이 택을 선택하면서 둘의 러브라인이 집중조명됐고 정환은 마음껏 좋아하고 제대로 연애해 보지도 못한 채 매력을 잃어갔다. 마지막에선 단역에 버금가는 분량으로 팬들을 두 번 울렸다. 
'어남류'를 외치던 이들은 뿔이 났다. 단순히 덕선과 택이 이어져서가 아니라 정환의 6년간 첫사랑이 허무하게 끝났다는 이유에서다. 사랑보다 우정을 선택한 정환의 감정선이 좀 더 섬세하게 그려지지 않았고 짝사랑 실패 이후 그를 '무매력'으로 전락시켰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팬들은 '어남류'를 외치고 있다. '어차피 남은 건 류준열'이라는 해석이다. 정환이 시청자들의 동정을 한몸에 받고 있는 건 류준열이 그를 완벽하게 그려냈기 때문. '응팔'의 최대 피해자는 김정환이지만 최대 수혜자는 류준열이라는 목소리다. 
류준열은 '응팔'이라는 인생작을 만났다. 정환 캐릭터는 드라마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남자 주인공으로 기록되겠지만 류준열은 다음이 더 기대되는 배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 '어남류' 팬들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응팔'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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