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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사자후] ‘2016년 A매치 없다’ 암울한 남자농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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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다사다난했던 을미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한국남자농구는 여전히 암울한 상황이다. 

남자농구대표팀에게 2015년은 우울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창사에서 개최된 2015 아시아농구선수권에서 한국은 최종 6위에 그쳤다. 한국은 2~4위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다. 올림픽 최종예선은 오는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될 것이 유력하다. 아시아 2위 필리핀은 이미 최종예선전 진출권을 따낸 상황. 따라서 아시아 5위 레바논이 보결로 최종예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2016년 제대로 된 남자농구 A매치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오는 5월 제 4회 EABA 동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그러나 아직 개최장소도 미정인데다 아무런 타이틀이 없는 대회다. 우리나라가 프로농구 비시즌에 최정예 멤버로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2015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우승으로 2016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중국 역시 1진을 내보내지 않을 전망. 이 대회를 A매치라고 보기 충분치 않은 이유다. 

농구협회 관계자는 "2016년 남자농구대표팀의 국내 친선전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여건 상 성사가 쉽지 않다. 다른 나라 대표팀을 초청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거리도 멀어 현실적 제약이 많다"고 밝혔다.  

▲ 김영기 KBL 총재, “대표팀 성적, 농구귀족이 돼서 그렇다” 

농구인들은 남자농구대표팀의 몰락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까. 지난해 12월 16일 농구인 송년회 자리에 김영기 KBL 총재와 방열 대한농구협회장이 동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 총재는 남자대표팀의 좋지 않은 성적에 대해 “대외적으로 남자농구에 여러 가지가 좋지 않았다.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은 빨리 지나갔으면 한다. 지도자 한 사람(전창진 전 KGC감독)이 나쁜 일에 연루돼 전체 농구인에게 누를 끼쳤다. KBL 개막을 앞두고 몇몇 선수들이 부정토토 도박이라는 사건에 말려들어 또 한 번 곤욕을 치렀다. 내 기억에 나는 지금까지 한 것이 사과밖에 없다. 2015년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지난해를 돌아봤다. 

이어 김 총재는 “성인농구 대표선수들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 이면에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외신에 들렸다. 우리 선배들이 후배들을 잘못 가르쳤다. 선수들이 마치 NBA에 연간 500억 원 정도 수익을 갖는 그런 선수들 태도와 비슷하게 흘러간다. 그런 것에 충격을 받았다. ‘호텔이 좋지 않다. 음식이 좋지 않다’는 외신이 나왔다. 정신적으로 농구귀족이 돼서 그렇게 나타났다. 그래서 성적이 이렇게 나왔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남자농구대표팀 성적이 좋지 못했던 원인으로 선수들의 정신력 부족을 꼽았다.  
 
김 총재의 의견과 현장에서 기자가 취재한 사실과는 사뭇 차이가 있었다.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에서 경기 외적으로 ‘도시락’, ‘손빨래’, ‘이코노미 클래스’ 사건이 불거졌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열악해서 불거진 촌극이었다. 그럼에도 김영기 총재는 선수들이 성적부진을 두고 외부환경을 탓했다며 정신력 부족을 지적했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다. 

‘손빨래 사건’은 고참들이 막내들에게 빨래를 강요해서 빚어진 일이 아니다. 돈은 있었지만, 지원과 준비가 부족했다. 선수단은 단비 5000 달러를 정상적으로 지급받았다. 그런데 호텔에서 제공하는 세탁서비스는 비용이 비싸 감당이 어려웠다. 설상가상 대표팀은 호텔식단이 입맛에 맞지 않아 경기 당일 하루 한 끼 한식도시락을 시켜먹던 상황. 현지 세탁업체도 한식당 사장이 직접 수소문해줬다. 그 사이 세탁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자 막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손빨래를 했던 것. 

당시 국가대표 선수 12명 중 대학생 이종현, 문성곤, 강상재, 최준용을 제외한 8명이 KBL선수였다. 문성곤은 현재 KBL에 데뷔했고, 나머지 3명도 올해 KBL에 데뷔할 미래의 스타들이다. 하지만 KBL은 자신의 가장 중요한 자산들이 외국에 나가 고생하는데, 직원 한 명 현장에 파견하지 않았다. KBL은 스포츠토토에서 받았던 지원금을 더 이상 국가대표팀 예산으로 지원할 수 없게 된 뒤 사실상 손을 놓았다. 

김 총재는 “새해는 병신년 원숭이 해다. 방열 회장과 의논한 것이 남자농구 침체기”라며 대한농구협회와의 공조를 강조했다. 하지만 실질적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총재는 “예산이라는 것이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KBL도 정부에 요청해서 지원금을 탔다. 대한농구협회도 얼마든지 정부에 요청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농구협회가 KBL에만 손을 벌리지 말고, 정부에 요청해서 알아서 자금을 마련하라는 뜻이다. 

애국심과 사명감만을 강조하며 태극마크를 달던 시절은 지났다. 국가대표라면 그에 어울리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프로농구의 수장이 대회가 끝난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대표팀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김영기 총재가 송년사를 할 때 이승현이 ‘올해의 남자선수상’을 받기 위해 자리에 동석했다. 과연 이승현은 성적부진의 이유로 ‘정신력’을 강조하는 총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승현은 이란과의 8강전에서 218cm 장신센터 하메드 하다디를 육탄으로 막았다. 그는 니카 바라미와 엉켜 발목이 돌아가는 큰 부상을 당했다. 그는 조국을 위해 아낌없이 몸을 던지며 강한 정신력을 보였다. 하지만 조국은 부상선수가 귀국할 때 비즈니스 클래스 한 좌석 마련해줄 능력이 없었다. 이승현은 오리온 구단이 업그레이드 해준 비즈니스 좌석을 타고 귀국했다. 

국가대표에 대한 대우가 이렇다. 과연 누가 자랑스럽게 태극마크를 달려 하겠는가. 국가대표팀에 대한 지원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2016년 A매치가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다. 

▲ 방열 회장, 2016년 굵직한 공약 지킬까? 

방열 회장은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 5,6위전을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이 자리서 방 회장은 1. 전임감독제 도입 2. 2016 남녀 올림픽 최종예선전 유치 3. 2017 아시아남녀농구선수권 유치 등 굵직한 공약을 내걸었다. 방 회장은 “올림픽 최종예선과 아시아선수권 개최 두 개 다 욕심을 내겠다. 하나를 노려서는 안 된다”고 공식선언했다. 국내서 농구흥행을 도모하고, 남자농구대표팀을 최종예선에 진출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대한농구협회는 올림픽 최종예선 유치신청서를 FIBA에 제출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방 회장은 제출 마감기한이 언제인지, 다른 국가 어디서 유치신청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필리핀과 이란이 유치신청을 했다는 사실을 기자가 알려줬다. 

방 회장은 “올림픽 최종예선을 개최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상황이 바뀌었다”며 종전 입장을 철회했다. 

대신 방 회장은 FIBA 아시안컵 2017(기존 아시아남자선수권에서 명칭변경) 개최는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 회장은 “아시아선수권 유치를 위해 국내 지자체와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FIBA에서 계속 개최조건을 바꾸어 유치에 어려움이 많다. FIBA가 개최에 20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 세금도 면제해주길 바라고, 수익의 60%를 가져가겠다고 한다. 경기중계 수익도 모두 FIBA가 가져간다. 경제적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2017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해도 2018 농구월드컵 자동출전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한국이 허울뿐인 대회 유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방 회장은 “아시아 제패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FIBA는 2017년 11월부터 남자농구에 A매치에 홈&어웨이 제도를 전격 도입한다. 축구처럼 'A매치 데이'를 지정해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농구 A매치를 치르게 한다는 큰 계획이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올림픽이나 농구월드컵 출전권을 주겠다는 것. 단기간 조직력을 끌어올려 한 대회에 올인하는 한국의 종전 방식으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서 큰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한국농구도 이런 세계적 변화에 발맞춰 전임감독제를 필수적으로 도입해야만 하는 시기가 왔다. KBL도 ‘A매치 데이’ 일정에 맞춰 프로리그 일정을 조정하는 등 FIBA와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2016년에 사실상 남자농구대표팀의 A매치는 없다. 전임감독을 도입하겠다던 방 회장의 공약이행도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제 KBL과 농구협회는 서로 공조해 대표팀 운영에 대한 장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2016년은 한국농구의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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