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의미 있는 기록 하나를 세웠다.
지난 9월 8일 레바논의 사이다에서 열린 2016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G조 3차전서 레바논에 3-0으로 이겼던 슈틸리케호는 지난 9일 쿠웨이트의 쿠웨이트시티에서 벌어진 4차전서 구자철의 결승골에 힘입어 쿠웨이트에 1-0으로 승리, 4전 전승을 기록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는 한국 축구 대표팀 사상 최초로 중동 원정서 홈 팀에 2연승을 거둔 기록이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중동 원정서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 및 시차, 익숙하지 않은 잔디 사정과 높은 기온 탓에 고전한 것은 축구 팬들이라면 주지의 사실이나 이토록 홈 팀에 연승이 없었다는 점은 의외다.
또한 한국 축구가 중동에서 벌어진 각종 대회나 친선 경기서 상대가 홈 팀이든 아니든 연승을 올린 사례도 많지 않다.
1960년대까지 이란 이스라엘 레바논 외에는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과 만난 적이 없던 중동 축구가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에 출전하기 시작한 1970년대에는 원정 연승 기록이 없다.
한국의 중동 무대 연승 기록은 대표팀 신인 최순호가 7골을 넣으며 맹활약한 1980년 쿠웨이트 아시안컵서 처음 나왔다. 조별리그 B조 2~4차전서 카타르(2-0) 쿠웨이트(3-0) UAE(4-1)를 잇달아 이기고 북한과 4강전서 2-1로 승리했으나 결승서 다시 만난 홈팀 쿠웨이트에는 0-3으로 져 4연승에 그쳤다.
이어 황선홍의 국가대표 데뷔 무대였던 1988년 카타르 아시안컵서는 5연승까지 가봤다. 조별리그 1~4차전서 UAE(1-0) 일본(2-0) 카타르(3-2) 이란(3-0)을 연파한 한국은 준결승서 중국을 2-1로 꺾고 파죽의 5전 전승에 성공했으나 결승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연장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서 3-4로 패했다.
다음으로 1993년 열린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예선서 하석주가 매경기 득점하며 4연승을 해냈다. 5월 레바논의 베이루트에서 열린 1차예선 D조 1차전서 바레인과 0-0으로 비긴 한국은 2~4차전서 레바논(1-0) 인도(3-0) 홍콩(3-0)을 연파한 뒤 10월 카타르의 도하에서 벌어진 최종예선 1차전서 이란을 3-0으로 격파했다. 하지만 2차전서 이라크와 2-2로 비겨 연승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후로는 3연승도 나오지 않았다. 2000년 6월 이란의 테헤란서 벌어진 LG컵 4개국 친선대회 4강전서 마케도니아(2-1) 이집트(1-0)에 연승을 거뒀으나 그 해 10월 초 UAE의 두바이서 열린 친선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서 UAE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서 2-3으로 졌다.
이어 10월 중순부터 레바논에서 열린 2000년 아시안컵서도 2연승에 그쳤다. 조별리그 B조 3차전서 인도네시아(3-0)를 이긴 뒤 8강전서 이란(2-1)을 꺾었으나 4강전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패했다.
그 후 2006년 1월 2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서 걔최된 4개국 친선대회 2차전서 핀란드(1-0)에 이긴 한국은 2월 22일 벌어진 2007년 아시안컵 2차예선 B조 1차전 원정 경기서 시리아(2-1)에 승리한 뒤 11월 5일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서 열린 6차전서 이란(0-2)에 져 3연승에 실패했다.
이번의 사상 첫 홈 팀 상대 2연승에 앞서 마지막 중동 무대 연승은 2010년 12월 30일 UAE의 아부다비 친선경기서 시리아(1-0), 2011년 1월 10일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서 바레인(2-1)을 이긴 기록이었다. 당시 2차전서는 호주와 1-1로 비겼다.
쿠웨이트 원정을 마치고 10일 귀국한 슈틸리케호는 당분간 중동 원정이 없다. 2016년 3월 29일 끝날 2차예선 남은 4경기는 3경기가 홈에서 벌어지고 1경기만 라오스 원정이다.
2차예선서 상대한 레바논과 쿠웨이트가 아시아 최정상 팀은 아니어서 한국은 2차예선 8개 조 1위 팀과 2위 팀 중 성적 상위 4개 팀 등 12개 팀이 2개 조로 나눠 치르는 최종예선에 오를 경우 보다 강한 중동 국가들과 더 많은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한다.
슈틸리케호가 2016년 9월 1일부터 시작될 최종예선에서도 중동 원정 연승 행진을 이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OSEN 편집국장 johnamje@osen.co.kr
[사진] 2015 아시안컵 한국-쿠웨이트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