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통신] 중국대표팀의 아시아정복, 뒷이야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10.04 06: 31

‘만리장성’ 중국농구가 다시 한 번 아시아 최강자로 올라섰다.
중국남자농구대표팀은 3일 오후 중국 후난성 장사시 다윤 시티아레나에서 벌어진 2015 아시아농구선수권 결승전에서 필리핀을 78-67로 제압했다. 이로써 중국은 통산 16번째 아시아 정상에 서며 2016 리우 올림픽 자동진출권을 획득했다.
기자단과 전문가 투표를 합산한 대회 베스트5에는 포인트가드 제이슨 윌리엄(필리핀), 슈팅가드 궈아이룬(중국), 스몰포워드 니카 바라미(이란), 파워포워드 이젠롄(중국), 센터 저우치(중국)가 선정됐다. 대회기간 내내 신들린 슈팅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던 조성민은 8강 탈락으로 많은 표를 얻지 못했다. 하메드 하다디(이란)가 아시아 최고센터 자리서 밀려난 것도 인상적인 대목. 이젠롄은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회 MVP까지 수상해 아시아 최고선수로 우뚝 섰다.

▲ 또 다시 메달 수상을 거부한 하다디
이번 대회서 하메드 하다디는 아시아 최고센터라는 명함을 내주게 됐다. 하다디는 필리핀전 안드레이 블라치와 대결에서 흥분을 참지 못하고 퇴장을 당했다. 한국전에서는 최준용에게 헤딩을 해서 언스포츠맨라이크 파울을 지적받기도 했다.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하다디는 육탄공세에 막혔다. 하다디는 일본과의 3,4위전에서 10점, 7리바운드로 활약해 동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즐겁지 않았다. 그는 일본선수들과 악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라커룸에 들어가 버렸다. 
하다디는 중국과 필리핀의 결승전이 끝난 뒤 3위 단상에 섰다. 패트릭 바우만 국제농구연맹 사무총장이 그에게 동메달을 목에 걸어줬다. 그런데 하다디는 곧바로 동메달을 목에서 빼더니 왼쪽 호주머니에 넣었다. 우승팀 중국의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에도 하다디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분해도 해서는 안 되는 무례한 행동이었다.
하다디의 돌출행동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한국은 이란을 79-77로 물리쳤다. 화가 난 하다디는 은메달을 목에 걸지 않았다. 이어 그는 2위 단상에 오르는 것도 거부했다. 그는 단상에 한쪽 발만 걸치며 수상을 원치 않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하다디는 아시아 최고센터 자리서 내려왔다. 그는 농구는 물론 매너에서도 졌다.  
▲ 중국 기자와 필리핀 기자의 몸싸움
중국과 필리핀의 결승전이 열린 경기장의 열기는 어마어마했다. 7000명을 수용하는 체육관에 복도까지 관중들이 가득 차 약 8000명이 왔다. 기자는 하프타임에 화장실에 가려다 포기했다. 너무 사람이 많아 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 화장실에서 수 십 명의 사람들이 단체로 흡연을 한 연기가 체육관까지 밀려나올 정도였다.
경기가 시작되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중국이 득점을 할 때마다 고막이 터질 정도로 함성소리가 컸다. 반면 필리핀 선수가 득점을 하면 야유가 쏟아졌다. 마치 중국이 경기에서 지면 그대로 폭동이 일어날 기세였다.
농구 열기하면 중국을 능가하는 필리핀 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심지어 취재를 목적으로 필리핀에서 온 취재진들도 ‘농구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4쿼터에 사단이 났다. 4쿼터 막판 필리핀의 캘빈 아부에바가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중국 팬들이 심한 야유를 퍼부었다. 그러자 아부에바가 라커룸으로 들어가면서 팬들을 조롱하는 행동을 했다.
이 광경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던 중국 카메라기자(빨간색 원)가 흥분해서 아부에바에게 욕설을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필리핀 기자(파란색 원)가 함께 흥분을 해서 말싸움을 했다. 결국 둘은 몸싸움까지 주고받다가 국제농구연맹 관계자의 제지를 받고 겨우 떨어졌다. 아무리 농구를 좋아하고, 애국심이 투철하다고 해도 직업윤리까지 잊어버린 추태였다.  
▲ 슈퍼스타 이젠롄, 인터뷰하기 ‘불가능’
농구가 인기종목인 중국은 아시아선수권 취재를 위해 전국에서 60여 명이 넘는 기자들이 몰렸다. 중국기자들만 출동해도 30여 석 남짓 되는 기자석에 앉을 자리가 없었다. 중국의 모든 경기 후에는 공식기자회견이 열렸다. 공루밍 감독과 그날의 수훈선수가 왔다. 하지만 대부분 팀에서 막내급 선수들이 왔다. 스타인 이젠롄은 한 번도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우승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취재진들은 이젠롄에게 한마디라도 듣기 위해 믹스트존에서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이댔다. 하지만 이젠롄은 가볍게 무시하고 버스로 올라탔다. 그는 오직 주관중계방송사인 국영방송 'CCTV5'와만 짧게 소감을 이야기했다. NBA에서 코비 브라이언트를 취재하는 것보다 중국에서 이젠롄을 만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이젠롄을 비롯한 중국선수들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시진핑 주석이 부럽지 않아 보였다. 심지어 공안들과 중국선수단 버스운전기사까지 이젠롄에게 사진기를 들이댔다. 수 십 명의 공안들이 중국선수단 버스를 둘러싸 열성팬들을 통제했다. 결승전 후 경기장 주변 도로는 아예 폐쇄됐다. 공안 측에서 중국선수단 버스가 호텔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국빈급 경호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우승을 축하하는 수많은 팬들이 버스라도 한 번 보겠다며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이젠롄은 대회평균 16.7점, 8.8리바운드로 모두 팀내 1위를 기록했다. 28세의 그는 세대교체를 단행한 중국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결과 이젠롄은 대회 우승, 베스트5와 MVP까지 독식했다. 이젠롄과 같은 나이인 오세근과 박찬희는 한국에서 아직 중참이다. 이제 한국도 세대교체를 서둘러야 하는 시기가 왔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장사(중국)=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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