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개막전 출전한 김민구, 징계이행이 먼저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9.15 07: 03

음주운전으로 징계중인 김민구(24, KCC)가 계속 엔트리에 포함되고 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지난 8일 오후 재정위원회를 소집하고 지난 2014년 6월 7일 음주운전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김민구에 대해 경고 조치와 함께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경기출전금지나 벌금은 없었다. 하나마나한 솜방망이 징계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김민구는 불과 나흘 뒤 12일 SK와의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3쿼터 후반 추승균 감독은 김민구를 코트로 내보냈다. 김민구는 3점슛 하나 포함, 8점, 3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아직 100%는 아니지만 격렬한 움직임을 소화할 정도로 많이 회복된 모습이었다.

경기 후 추승균 감독은 김민구의 봉사활동에 대해 “차차 나중에 하면 된다”고 말해 파장을 키웠다. KCC는 13일 전주에서 KGC를 상대로 92-88로 짜릿한 첫 승을 신고했다. 김민구는 역시 12명의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가 뛰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뛸 수 있는 상태로 벤치에서 대기했다.
김민구는 아직 봉사활동을 1분도 이수하지 않은 상태다. 음주운전이란 범죄로 징계중인 선수가 징계를 받기도 전에 코트에 서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문제다. KCC 구단은 “봉사활동은 다음 시즌 전까지만 이행하면 된다. 현재 김민구가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을 알아보고 있다”고 답했다. KBL의 징계가 솜방망이 수준을 떠나 아예 효력이 없다는 말이 된다.
애초에 징계를 모두 이수하지 않은 김민구를 선수엔트리에 등록시켜준 KBL 자체가 잘못했다. 자신이 징계를 내리고, 또 선수가 뛰도록 허락을 해주는 서로 모순된 행동을 한 것. 이에 대해 KBL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다음부터 음주운전에 대해 처벌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다음이다. 그렇다면 김민구는 이대로 눈감아주겠다는 말인가.
KCC구단도 사정은 있다. 김태술이 국가대표로 차출됐고, 국가대표팀에서 하차한 하승진도 1라운드를 뛸 수 없다. 정민수와 김일두도 부상으로 뛸 수 없다. 엔트리 12명을 채우기도 어려운 상황. 그렇다 해도 김민구가 포함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재활 중인 김일두가 벤치를 지켜 12명을 채워도 된다. 설령 12명을 채우지 못한다면 KBL이 특별한 상황을 허락해줘야 한다. 어떻게든 김민구가 빨리 징계를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다. 더구나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민구의 전력은 KCC에 큰 도움도 되지 않는다.
KCC는 올 시즌 프로농구 타이틀스폰서를 맡았다. 승부조작과 불법스포츠도박 파문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프로농구를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KCC는 이번 불법스포츠도박 사건과 유일하게 무관한 팀이다. 하지만 이런 기업의 좋은 이미지가 김민구 사건으로 단번에 날아갔다.
설령 KBL 규정상 김민구의 출전에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구단 자체적으로 그에게 징계를 내리고 봉사활동을 먼저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옳았다. 김민구가 성실하게 징계를 받고 떳떳하게 코트에 섰다면 그를 비난할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어설프게 김민구를 감싸는 것은 그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가뜩이나 존폐의 위기에 놓인 프로농구다. 남아있는 팬들을 생각한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김민구는 봉사활동을 성실하게 이행하기 전까지 코트를 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