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준 교수의 스포츠현장탐색(3)>, 승부조작 문제와 스포츠와 미디어의 상생전략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5.31 22: 06

‘최종준 교수의 스포츠현장탐색’ 세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 달 스포츠계의 주요 현안이슈로는 며칠 전 언론에 보도되면서 우리 스포츠계에 메가톤급 충격파를 던진 KGC 프로농구단 전창진 감독이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프로농구의 불법스포츠도박 문제, 그리고 프로스포츠경영실무 분야로는 이제 스포츠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스포츠미디어와 관련된 주제를 놓고 탐색을 시작하겠습니다.
 
주제 1 : 프로농구의 불법스포츠도박 사건

 
OSEN : 교수님, 안녕하세요. 또 다시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습니다. 불과 2년여 전인 2013년 3월에 당시 동부 프로농구단의 강동희 감독이 승부조작에 의한 불법스포츠도박에 직접 연루된 사실이 밝혀져서 결국 실형을 선고 받고 농구계를 떠나게 되어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에 큰 충격파를 던졌는데 이번에 또 현역감독이 연루된 동일한 성격의 사건이 터졌습니다.
 
최 교수 : 네에. 안녕하세요. 그런데 지금 우리 스포츠계는 안녕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또 다시 큰 뉴스가 터졌네요. 정말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현재 전창진 감독 측은 범법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단순한 금전대여 관계 일뿐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경위야 어쨌건 간에 현역 프로농구 감독이 그것도 최고의 업적을 기록한 명장 중의 명장이라는 평을 받는 감독이 불법스포츠도박 사건에 연관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충격입니다.
 
OSEN : 경찰조사와 최종적인 법원의 판결이 나와야 사건의 전모와 관련되는 책임자의 범죄사실 및 처벌수위가 확정되겠지만 프로농구 경기가 불법스포츠도박의 대상이 된 것은 명확한 것 같습니다. 제도적인 사전예방조치가 미흡한 것인지요?
 
최 교수 :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하면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연간 지하에서 운영되고 있는 불법도박 시장의 규모가 약 100조 원에 달하고, 불법스포츠도박은 그 중에서 약 31조 원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실로 엄청난 수준이고 갈수록 그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부에서도 2007년 9월에 설립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근절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마치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와 같이 뒤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실정입니다. 특히 스포츠는 공정성과 예측불가성이 그 존재가치를 상징하는 생명선인데 인위적인 조작이 거액의 뒷거래와 함께 스포츠 계를 오염시킨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OSEN : 불법스포츠도박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 국내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도 수시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던데요.
 
최 교수 :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거의 전 종목의 스포츠가 불법행위자들이 노리고 있는 먹잇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현실이고, 그 규모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래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산하에 불법스포츠베팅위원회를 설치하여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과 협력하여 불법의 방지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것입니다.
 
OSEN : 이번에 문제가 된 프로농구 이외에 다른 국내 프로스포츠도 근래에 큰 홍역을 치렀던 아픈 경험이 있는데 마땅한 근절대책이 없을까요?
 
최 교수 : 지난 2011년에 프로축구를 시작으로 프로배구, 프로야구, 프로농구에 마치 전염병이 확산이 되듯 번진 경험이 있고, 심지어는 민속씨름과 e스포츠에까지 그 범위가 확대 되었었죠. 가장 큰 문제는 불법행위자의 범위가 선수, 지도자, 심판은 물론이고 구단관계자와 전직선수까지 엄청나게 넓다는 것 그리고 운영사이트와 자금원의 포착이 어렵고 그 수법이 SNS 등을 활용하여 갈수록 지능화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지금과 같이 관련자에 대한 엄벌조치와 재발방지와 사전예방을 위한 수시교육, 신고포상제도 등도 중요하지만 점차 빨라지고 고기능화 하는 수법에 종합적,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중앙통합기구 운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저도 대한체육회의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는 중에 여러 차례 정부에 건의를 한 바 있습니다만 불법스포츠도박을 포함한 각종 불공정스포츠행위를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포츠공정관리위원회(가칭)’를 조속히 신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되어 있지만 1년 6개월이 넘도록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OSEN :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고 있는 체육복권사업, 일명 스포츠토토와 불법스포츠도박은 어떤 연계관계가 있습니까? 불법스포츠도박 문제가 자꾸 불거지면서 순수한 스포츠토토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최 교수 : 좋은 지적입니다. 거래규모에 제한이 없는 불법스포츠도박과 달리 스포츠토토는 회당 베팅액수를 10만 원 이하로 제한해서 불건전성을 차단하고 있고,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스포츠토토는 우리나라의 스포츠발전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매번 불법스포츠도박이 문제가 될 때마다 스포츠토토에 대한 전자카드제 시행 범위를 넓히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관련기관과 체육계에서는 스포츠기금의 지원규모가 축소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2015년 올 한해에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스포츠토토사업과 경륜, 경정사업으로 스포츠기금을 약 1조 원이 조금 넘게 지원한다는 것이 목표이므로 그 규모의 축소는 우리 스포츠 계에 크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합니다. 아무튼 합법적인 제도는 최대한 활성화 하고, 불법은 철저하게 엄단하는 정책의 조화가 절실한 우리 체육계입니다.
 
주제 2 : 스포츠와 미디어의 상생전략
 
OSEN : 다음 주제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스포츠와 미디어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와 미디어가 서로 상생하기 위한 스포츠경영학적인 전략에 대해서 탐색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먼저 양자의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죠?
 
최 교수 : 역사적으로 스포츠는 미디어와 같이 동반해서 성장하였습니다. 스포츠산업의 규모가 확대될수록 미디어의 활용도는 높아갔고, 이제 미디어에서도 스포츠컨텐츠는 핵심적인 위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디어 또한 스포츠가 발전할수록 그 영향력 역시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스포츠와 미디어는 서로 공생공존의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냉철한 잣대로 분석해보면 현재 우리가 매일같이 만나고 있는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성숙하지 못한 스포츠와 미디어문화가 만들어내는 부조화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입니다.
 
OSEN : 먼저 스포츠와 미디어가 서로 융합해서 발전을 거듭해 온 역사의 발자취를 해외와 국내로 구분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최 교수 : 스포츠와 미디어의 융합발전의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831년에 미국에서 창간한 상류층을 겨냥한 고급주간지 ‘The Spirit of the Times'에서 크리켓과 관련된 뉴스를 싣기 시작하면서부터 스포츠는 언론의 주요한 컨텐츠로 부각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인 프로야구(메이저리그)와 유럽의 프로축구가 큰 산업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올림픽과 각종 스포츠의 세계선수권 등이 이어지면서 스포츠와 미디어는 상호발전을 위한 상생의 길을 걷게 되었죠.
 
국내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인 1969년 9월 26일에 국내 최초의 스포츠일간지인 ‘일간스포츠’가 한국일보의 자매지로 창간되면서 언론과 스포츠가 결합되어야 종합문화로서 성장한다는 스포츠마케팅의 기본원리를 실증하는 초석을 놓았습니다. 스포츠신문은 프로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1980년대 중반부터 큰 성장세를 보이면서 1985년 6월 22일에 서울신문의 자매지인 스포츠서울 , 1990년 3월 21일에 조선일보의 자매지인 스포츠조선, 1999년 3월11일에 스포츠투데이, 경향미디어그룹에서 2001년 3월 21일에 굿데이 등이 연이어서 창간되었습니다. 일간스포츠 창간 당시에는 일반 신문의 전체 지면이 4면에 불과했고, 스포츠뉴스는 사회면의 한 귀퉁이에 개제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장기영은 일간스포츠를 통하여 스포츠와 연예뉴스를 메인으로 격상시켜서 국민들의 알권리와 볼거리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일간스포츠의 가판매출은 연일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그 이후 신군부가 들어오면서 국민의 저항감을 완화시키기 위한 이른바 3S(Sex, Screen, Sports)정책을 실시하게 됩니다. 1981년부터 칼러TV의 방영이 개시되었고, 1982년 1월에는 지난 36년 4개월 동안 지속되었던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되었습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향락문화가 넘쳐났는데 이러한 대중문화의 확산에는 언론매체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습니다. 방송은 물론 스포츠전문지, 연예전문지가 홍수를 이루었고, 이들의 영향력도 엄청나게 상승하게 되죠. 81년 9월에 8%였던 TV의 스포츠프로그램 비중이 82년 2월에 12.1% 83년 3월에 19.9% 84년 6월에는 무려 25%까지 치솟았습니다. 이후 우리나라는 88서울올림픽과 2002한일월드컵 등을 개최하면서 세계적인 스포츠강국으로 성장하였고, 스포츠미디어 또한 엄청난 성장을 하였습니다. 특히 근래에 와서는 IT산업의 발달로 많은 국민들이 모바일폰을 휴대하게 되면서 누구나 기자가 되는 시대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OSEN : 잘 알겠습니다. 말씀해 주신바와 같이 이제 실시간으로 모든 정보가 전 세계에 공유되고 독자의 즉각적인 반응이 큰 뉴스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언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변한 만큼 미디어나 독자의 대응자세 또한 과거와는 다르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최 교수 : 먼저 미디어 측면을 분석해 보면, 실시간으로 다양한 기사가 광범위하게 생산이 되는 현대의 미디어환경 때문에 예전보다는 기자 개인의 특종에 대한 부담감은 상당히 줄었지만 생산해야 하는 기사의 양이 엄청나게 증가했기 때문에 너무 단기적인 시각에서 기사를 쓰게 되거나 사실 확인에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긴 호흡으로 평가를 해야 하는데 한 경기, 한 경기의 승패에 따라 음지와 양지를 오가게 되는 기사는 독자의 말초적인 욕구는 충족시킬 수는 있어도 결코 미래지향적인 폭넓은 지식을 제공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통합과 같은 스포츠의 순기능 보다 분열과 투쟁과 같은 역기능이 고착화 할 우려가 크죠. 그리고 미확인 내용을 기사화 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OSEN :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하는 것이 최선일지요?
 
최 교수 : 위에서 설명한 미디어의 경우와 같은 맥락으로 독자 여러분 역시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포츠를 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스포츠는 즐기는 것입니다. 모순된 표현 같지만 패배를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스포츠이건 구단은 팬심(心)을 제1의 가치기준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비록 단기의 승패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해도 구단을 믿고 기다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팬의 믿음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구단의 행정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리고 달리 언론의 부당한 명예훼손 성격의 기사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 등을 통하여 구제를 신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OSEN :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최 교수 : 감사합니다.
정리=이균재 기자 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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