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프로농구 올스타전 MVP, 팬들이 뽑는 게 낫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1.12 06: 29

팬들을 위한 올스타전에서 팬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선수가 MVP(최우수선수)가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2014-2015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11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주니어 매직팀과 시니어 드림팀으로 나눠 색다른 포맷으로 농구팬들의 관심을 샀다. 팀을 어떻게 나눠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동생’ 주니어가 ‘형님’ 시니어를 105-101로 제압했다.
그런데 경기 후 올스타전 MVP로 김선형이 선정되자 논란이 일었다. 29점, 23리바운드로 승리에 가장 결정적 공헌을 한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당연히 자신이 MVP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틀리프는 올스타전 한 경기 최다리바운드 신기록까지 작성했다. 종전기록은 2001년의 재키 존스와 2010년 크리스 다니엘스의 20개였다.

김선형도 멋진 더블클러치를 선보이는 등 16점, 6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라틀리프의 대활약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경기 후 김선형은 “라틀리프에게 미안하다. 그 선수가 많이 도와줘서 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자는 경기장 바깥에서 라틀리프를 따로 만났다. 그는 자신이 왜 MVP가 아닌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라틀리프에게 “네가 진정한 MVP인 것을 팬들도 안다”고 하자 “고맙다”면서 여자친구와 자리를 떴다. 모비스 관계자와 양동근도 라틀리프가 MVP로 뽑히지 못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올스타전 MVP 투표는 프로농구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한다. 투표결과 김선형은 63표 중 39표를 획득했다. OSEN을 포함한 인터넷언론사나 기자단에 속하지 못한 일부 지면매체 소속기자는 투표권이 없다. 경기종료와 동시에 MVP를 발표해야 하기에 투표는 경기 중 진행된다. 따라서 4쿼터 활약이 좋은 선수는 투표결과에 반영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이미 2011년 올스타전에서 4쿼터 11점을 몰아쳐 팀을 승리로 이끈 문태종이 MVP를 받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라틀리프의 경우 이미 전반전에 더블더블을 달성할 정도로 활약이 좋았다. 그의 활약상과 크게 상관없이 국내선수 김선형에게 팔이 안으로 굽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규시즌 경기에서도 외국선수가 다 했는데 엉뚱한 국내선수가 수훈선수 인터뷰에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외국선수의 경우 통역을 거치다보면 뉘앙스가 와전되고 재미없는 인터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취재편의주의 때문에 김선형이 MVP로 선정됐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KBL이 기자단 투표로 MVP를 뽑는 것은 기자단이 팬들의 민심을 대변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수차례 증명이 됐다.
미국프로농구(NBA)의 경우 이미 2010년 댈러스 올스타전부터 올스타전 MVP투표에 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인터넷과 문자, 모바일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해 실시간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팬들이 직접 MVP를 뽑기에 참여하는 맛도 있고, 논란도 적다. 경기가 끝나면 결과를 디지털로 바로 집계해 전광판을 통해 발표를 해서 또 다른 이벤트가 된다. 인구 2명 당 1명꼴로 스마트폰을 보유한 ‘IT 강국’ 한국에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도입할 수 있는 제도다.
물론 정규시즌 MVP나 파이널 MVP 등 권위 있는 시상의 경우 미국도 기자단이 투표를 한다. 다만 출입기자들도 해당시즌 일정경기 이상을 현장에서 취재한 경력이 있어야만 투표권을 부여한다. 메이저언론사 소속기자라고해서 그냥 투표권을 주지는 않는다.
올스타전의 주인은 팬이다. 팬이 납득하지 못하는 시상은 큰 의미가 없다. 이제 KBL도 프로농구 올스타 MVP를 팬들이 직접 뽑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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