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의 ML통신]NFL 스타 페이튼 매닝의 특별한 선물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5.01.03 08: 03

[OSEN=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미국의 '스포팅뉴스'가 3일(이하 한국시간) 어느 미군이 가족과 함께 받았던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 보도했다. 자신의 아내와 프로풋볼(NFL) 덴버 브롱코스의 쿼터백 페이튼 매닝이 관련된 사연이다.
미 육군 강습여단에 근무하는 라이언 패터슨 하사는 어릴 때부터 매닝의 팬이었다. 자신은 오하이오주 출신이면서도 신시내티 벵갈스 대신 인디애나폴리스 콜츠를 응원하면서 자랐다. 매닝 때문이었다. 매닝이 2012년부터 덴버 브롱코스에서 뛰자 응원하는 팀도 바뀌었다.
두 번이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됐던 패터슨 하사는 라디오를 통해서라도 매닝의 중계를 듣기 위해 잠자리에 들면서 알람을 맞춰 놓곤 했다. 아프가니스탄 근무를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올 때 콜로라도주 덴버 근무를 지원했던 것도 순전히 매닝의 경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패터슨 하사의 아내 크리스틴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가족이 남편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기에 덴버 역시 신시내티 벵갈스와 원정경기 일정(지난 12월 23일)이 있음을 알게 됐다. 패터슨 하사의 아내는 용기를 내 매닝에게 편지를 보냈다.
크리스틴은 편지에서 남편이 군인이며 매닝의 팬이라고 소개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일화도 전하면서 덴버 브롱코스가 신시내티 원정기간 중 아주 잠깐이라도 만나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들은 이미 경기 티켓은 예매했다) 만약 만남이 성사되면 자신은 가장 좋은 아내가 되겠지만 매닝이 아주 바쁜 사람임을 알고 있으므로 만나주지 않는다 해도 괜찮다는 말도 함께 적었다.
크리스틴은 편지를 보낸 뒤 석 달이 다 되어서야 매닝으로부터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이유가 있었다. 편지를 보내면서 알래스카주 노스폴에 사는 자신의 주소를 자세히 적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전화 번호나 이메일 주소 같은 것도 보내지 않았다.
매닝은 제대로 된 발신자 주소가 없는 편지를 받은 뒤 백방으로 크리스틴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오하이오주 남편의 고향으로 온 크리스틴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더 큰 기쁨을 주기 위해 매닝과의 만남을 숨겼다. 단지 덴버 브롱코스 팀이 원정경기 때 묵는 호텔로 남편을 데려갔다. 가족은 컨퍼런스 룸으로 안내됐고 거기서 한 참 동안 있어야 했다. 매닝을 태운 비행기 운항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마침내 매닝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패터슨 하사에게 다가왔다. “처음 그를 봤을 때 키가 15피트(약 4.5m)는 되는 것 같았다”고 패터슨 하사는 회고했다. (매닝은 실제로 196cm로 NFL 쿼터백 중에서도 거인으로 꼽힌다) 
매닝은 패터슨 하사에게 자신을 소개했고 패터슨 하사와 함께 있던 딸의 이름을 물은 뒤 잠깐 놀아주기도 했다. 이어 패터슨 하사에게 조국을 위해 군복무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가족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고 사인을 받았다. 패터슨 하사는 “매닝은 우리가 알래스카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재미있어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우리에게 ‘정말 찾기 힘들었다’고 했다” 며 “마지막으로 나와 악수하고 헤어지면서도 다시 한 번 내가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다.
패터슨 하사는 매닝에게 자신의 쿼터백이 되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매닝은 아직 현역이지만 이미 NFL의 전설이다. NFL MVP를 5차례나 차지했을 뿐 아니라 아직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톰 브래디와 함께 최고의 쿼터백이다. 이번 시즌에도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언제 은퇴할지 모르지만 매닝이 세워나가는 개인통산 기록들은 NFL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많은 것들이 쉽게 깨지기 힘든 기록들이 될 것이다.
이런 대스타(NFL의 스타는 미국에서 전국구다)가 현역 군인과 그 가족이 평생 잊기 힘든 귀중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다. 모병제 국가이면서도 군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보편적인 미국인의 정서에서 매닝도 예외가 아닌 셈이다.
미국이 전세계에서 벌이는 전쟁에 다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를 위해 생명을 걸어야 하는 이들에 대한 태도 만큼은 부러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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