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당한 선수에 폭언, 관중의 책임의식 절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5.01.02 06: 01

[OSSEN=우충원 기자] 경기장 내 폭언이 또 나타났다. 선수간의 싸움이 아니라 선수와 관중의 대결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부상 당한 선수에 대한 폭언이 쏟아졌다.
하승진(30)은 1일 열린 프로농구 잠실 원정 경기에서 홈팀 삼성의 여성 팬과 충돌할 뻔했다. 하승진은 4쿼터 종료 7분쯤을 남기고 상대 진영으로 달려가다 삼성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스의 팔에 코를 맞고 쓰러졌다. 라이온스가 수비 자리를 잡으려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충돌했다.
코트 한 켠에 쓰러진 하승진은 고통스러워 했다. 상대의 팔꿈치에 맞아 코에서 피가 났기 때문이다. 검진 결과 그는 코뼈가 부러진 상황이다.

치료를 위해 일어나 이동하던 하승진에게 경기장을 찾은 한 팬이 "아픈 척하지 마라"는 식으로 비꼬는 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승진은 라커룸으로 통하는 출구로 빠져나가다가 화를 참지 못하고 되돌아 나와 관중석 쪽으로 달려들려고 했다.
분할 만도 한 상황.  지난해 12월 9일 SK전에서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을 당한 이후 3주간 치료에 전념해온 하승진은 전날 완치 판정을 받고 팀훈련을 소화한 뒤 이날 경기에 나섰다. 경기에 복귀하자마자 또다시 부상을 당했고 팀 사정도 좋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너무 컸다. 그런 상황에서 비야냥까지 들은 하승진은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장에서 선수에 대한 관중의 폭언은 처음이 아니다. 특히 가장 불거졌던 것은 과거 프로축구 2군 경기서 나타났던 안정환의 경우.
2007년 9월 10일 안정환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2군 경기에서 상대 서포터들이 자신의 아내를 거론하며 성적으로 비하하고 노골적인 욕설을 퍼붓자 경기 도중 관중석으로 올라가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안정환은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 참석해 사과하는 한편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벌금 10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관중들의 폭언은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영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청용(볼튼)도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은 바 있다. 이청용은 지난해 2월 챔피언십(2부리그)경기 도중 혐오스러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 당시 이 관중은 이청용과 트로터를 향해 동양인과 흑인을 모독하는 폭언을 했으며 스코틀랜드 출신인 프리드먼 감독에게도 악담을 퍼부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결국 이 관중은 현장에서 체포되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결국 그는 3년 동안 볼튼 홈경기는 물론 영국 어느 곳에서 열리는 축구도 직접 관전할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물론 하승진이 이날 경기서 관중도 직접 물리적 충동이 있었다면 KBL로부터 징계를 받게 된다. 하지만 적극적인 만류로 인해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또 비록 관중이 경기를 마치고 사과한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사과를 한 것도 아니고 이미 쏟아낸 말을 되갚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관중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선수 인권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하승진의 행동이 모두 옳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상당한 선수에게 쏟아낸 관중의 행동도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폭언이 습관화 되면 더 심해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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