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건전한 비판에 재갈’ 입막음 급급한 KBL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12.24 07: 22

소수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까.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꽉 막힌 소통이 또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KBL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23일 오후 2시 30분 논현동 KBL 센터에서 제20기 제10차 재정위원회를 개최해 지난 15일 기사화된 부산 KT 전창진 감독과 전주 KCC 허재 감독의 심판 판정에 대한 언급과 관련해 논의했다. 그 결과 견책(전창진 감독)과 경고(허재 감독)를 각각 부과했다”고 밝혔다.
전창진 감독과 허재 감독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애매모호하게 적용되고 있는 U1파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그런데 KBL은 현직 감독들이 해당 발언으로 KBL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해 징계를 내린 것이다. 근본적으로 논쟁이 불거지게 된 U1파울 적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 등의 언급은 아예 없었다. 더구나 견책과 경고는 사실상 징계효과가 없다. KBL은 아무런 실익 없이 스스로의 이미지만 실추한 격이 됐다. 

KBL이 이렇게 권위적으로 건전한 비판에 징계를 내린다면 발전적인 토론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문제점이 발견됐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순서다. 근본해결책은 미루고 발언의 당사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앞뒤가 잘못됐다. 현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입에 재갈을 물리면 누가 KBL을 위해 쓴소리를 하겠는가?’라는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또 다른 현직 감독은 “전창진 감독과 허재 감독이 프로농구 선배감독으로서 후배들의 할 말을 대신한 것이다. 다른 감독들도 발언을 하지 않았을 뿐 문제점에 동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판판정에 대한 신뢰는 징계와 권위로 세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뢰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판정이 계속될 때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규칙적용 역시 충분한 적용기간이 필요했다. KBL은 비시즌 적용기간도 두지 않고 성급하게 FIBA룰을 도입해 시행착오를 자초했다. 시범경기 때만 하더라도 적용되지 않던 파울이 중요한 경기에서 갑자기 불리게 되면 감독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선의 잡음이 뻔히 예상되는 가운데 KBL이 너무 무리하게 규칙개정을 밀어붙인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KBL이 지금처럼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자세를 고수한다면 농구팬 및 현장과 제대로 소통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