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조양호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임무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4.12.19 10: 29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게오르그 루카치
별이 빛나던 시대는 갔다. 지금은 야만의 시대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실종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을 마치 노예 부리듯 하는 일그러진 재벌가의 아들, 딸들의 미개와 서슬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상징되는 엄청난 사고와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권력을 쥔 자들의 무례(無禮), 무식(無識-세상에 대한 정당한 인식의 결여), 무안(無顔-뻔뻔함), 무시(無視-남들을 업신여김), 막무가내(莫無可奈-제멋대로임), 무정(無情-인정머리 없음), 무모(無謀-심모원려 없음), 무대책(無對策-민생을 챙기지 않아 가난한 사람들은 도탄에 빠져 있음), 무정견(無正見-바른 생각이 아닌 비뚤어진 눈으로 바라 봄)과 몰염치(沒廉恥-염치없음, 부끄러운 줄 모름)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가슴 아린 세상이다. 그렇게 2014년 12월, 엄동설한 속에 우리는 파묻혀 있다. 

참 걱정스럽다. 조양호(65) 2018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장이 그의 맏딸인 조현아 대한항공(KOREAN AIR LINE)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파동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그가 회장인 대한항공은 회사 이름에 ‘한국의(KOREAN)’가 들어가 있을 정도로 이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이다. 그런데 딸의 엉뚱한, 어처구니없는 행태로 인해 비단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한국’이 전 세계의 망신을 샀다. 외신 보도를 보면, 단순한 망신이 아니라 아예 비난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 나라 이미지가 먹칠됐다.
이래서야, 그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평창올림픽을 원활하게 치를 수 있을지, 엄밀하게는 실추된 이미지의 조직위원장이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평창올림픽조위원회를 원만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평창올림픽은 현재 올림픽 분산 개최론에 휘말려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12월 7일 IOC집행위원회를 마친 뒤에 “어젠다 2020이 확정되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동· 하계올림픽을 치르는 한국과 일본이 일부 종목에 한해 분산 개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언급,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 와중에 조양호 위원장 맏딸의 막말과 이상한 행동이 터졌다. 
올림픽 분산 개최론과 관련,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일본과의 분산 개최는 정서상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렵다” 고 손사래를 쳤다. 이 땅의 현재 최고 권력자 역시 12월 15일 “세 번 만에 어렵게 유치한 대회이고 각 경기장 공사가 이미 진행 중 상황에서 분산개최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하긴 했다. 조양호 위원장은 당초 12월 12일에 분산 개최론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돌출 파동으로 취소했다. 간접 언급이 있긴 했지만 평창올림픽이 안고 있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에 대한 공식적인 견해 표명을 뒤로 미뤄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그런 의견과 의지가 IOC에도 전달이 돼서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 체육계 인사들은 고개를 가로 젓고 있다. 분산 개최론이 그저 한국의 의중을 떠보기 위한 단순한 애드벌룬이 아니라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은 대회를 치르기 위한 기반 설비, 즉 경기장 공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게다가 수천억 원을 들이는 경기장을 대회 후 부수고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는 둥 낭비성 공사를 하고 있어 애초에 대회 운영구상에 대한 기획과 설계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이런 마당에 분산 개최론이 불거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 위원장의 맏딸 파동이 일어난 것이다.
조직위원장은 IOC와의 긴밀한 협의 협조 체제 속에서 평창올림픽을 원활하게 이끌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 올림픽은 단순히 특정 지역의 일이 아니고 나라 일이다. 대한체육회, 한국올림픽위원회(KOC)와 정부도 이 문제를 수수방관할 것이 결코 아니다.
국내외 체육계 움직임에 정통한 한 체육인은 “분산 개최론은 밀실에서 작업하다가 지난 달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바흐 IOC 위원장의 선거 캠페인 때부터 나온 말이고, 그가 당선되자마자 14개 그룹으로 나누어 전 세계에 올림픽 개선 아이디어를 공모해 4만5000~5만 개를 접수했다.”면서 “방법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IOC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올림픽은 너무 고비용이고, 그동안 IOC가 군림하듯 하니까 각 국가의 지원도 예전 같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개최국의) 부담이 너무 커지니까 IOC가 올림픽 정신도 살리고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나가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2018평창올림픽이 제일 먼저 부딪히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평창올림픽 경기장 공사가 지지부진한 데다 수억 원을 들여 짓고, 깨부수고, 이전하고, 이게 무슨 짓이냐.”고 개탄하면서 “사실 올림픽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즉 대한체육회, 올림픽위원회가 책임이 있는데 현업이 있으니까 정부와 더불어 조직위원회를 만들어 IOC 카운터파트로 일하는 것이다. 작년부터 이런(분산 개최론) 움직임이 있었고 체육회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조직위나 대한체육회가 IOC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결국 분산 개최론의 불똥이 발등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분산 개최론에 대해 원론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거나 외면한다면 그야말로 IOC의 전방위적인 공세에 처할 수 있다. 이제라도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대안을 가지고 협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 이를 면, 유연한 자세로 무주나 원주에서도 경기를 치르거나, 북한이 먼저 운을 떼기도 했지만 마식령에서도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역제안을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북한 분산 최는 우리로선 실리와 명분을 다 챙길 수 있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국민 정서상 일본은 강한 거부감이 있는 판이고, 북한 분산 개최는 남북 화해와 평화를 꾀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그런데, 이런 난국에 조양호 조직위원장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강한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그는 현재 이 나라에서는 유일한 IOC위원 후보로 올라 있다. 하지만 딸의 일탈로 사실상 이미 물 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이래저래 스포츠 외교에도 차질을 빚을 판이다.
가뜩이나 나라 경제 사정이 어려운데, 환경 파괴와 물 먹는 하마로 둔갑한 평창올림픽 난맥상을 어떻게 해결할것인가.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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