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호의 룩 패스] 이동국밖에 없는 현실, 젊은 선수 왜 없을까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8.26 13: 00

1년 3개월 만에 축구 대표팀에 승선한 이동국(35, 전북 현대)을 향한 여러 시선이 있다. '역시나 이동국'이라는 시선과 '언제적 이동국'이라는 엇갈린 시선이다. 두 시선 모두 타당성은 있다. 이동국은 현재 K리그 클래식서 11골(득점 1위), 6도움(도움 2위)을 기록하며 최고의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선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만 35세'라는 뗄 수 없는 꼬리표가 있는 만큼 젊은 선수들에게 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동국을 대신해서 선발할 선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측면과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뛸 선수들은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이동국과 같은 정통파 공격수는 김신욱(26, 울산)을 제외하면, 뽑을 수 있는 선수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득점 랭킹 10위 안에 드는 정통파 공격수는 이동국과 김신욱(8골)밖에 없고, 해외에 진출해 있는 선수들로 눈을 돌려도 전무하다. 박주영(29, 무적)은 팀조차 찾지 못했고, 지동원(23, 도르트문트)은 주전 경쟁이 우선이다. 한 때 촉망받던 유병수(26)는 알 힐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로스토프로 이적했고, 로스토프서도 벤치에서 대기하며 지난 시즌 정규리그 17경기 출전 2골에 그쳤다.
▲ 정통파 공격수는 어디서 떨어지지 않는다

2011년 말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에 뽑을 공격수가 3명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동국과 김신욱, 박주영을 제외하면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후임이었던 홍명보 감독도 여러 젊은 공격수들을 테스트했지만, 선택은 김신욱과 박주영이었다. 결코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최 감독은 "누가 감독이 되더라도 이동국과 김신욱, 박주영을 놓고 고를 것이다. 그 뒤에는 아무도 없다"며 "리그에서 팀이 우승하기 위해서는 15골 이상을 넣는 스트라이커가 2명 정도, 7골 정도를 넣는 측면 공격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15골을 넣는 선수는 한국 선수를 통틀어 1~2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팀에서 정통파 공격수들의 자리는 한 자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공격의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 자리인 만큼 구단들은 확실한 능력이 있는 선수를 배치하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어린 정통파 공격수들은 확실한 잠재력을 보여주지 않고는 뛸 수가 없다. 최 감독은 "지도자들이 성적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외국인 스트라이커를 쓰는 이유"라면서 "어린 재목들이 리그에서 활약을 하고 성장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공격수가 어디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감독들이 믿고 기다리고 선수를 키울 여력이 거의 없다. 앞으로의 숙제"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프로 구단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프로 구단뿐만 아니라 대학과 고등학교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 구단에서와 같이 외국인 공격수를 기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통파 공격수들이 활약할 자리가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한 관계자는 "대학과 고등학교 팀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는 정통파 공격수들을 볼 수가 없다. 작고 빠른 공격수들이 공격진 대부분 구성한다"며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떨어지다보니 원톱으로서의 플레이를 이해하는 선수가 많지 않다. 물론 계속 뛰게 한다면 성장할 수 있지만, 성적을 신경 써야 하는 감독들로서는 선수를 믿고 기다려줄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수들도 취업의 문을 생각한다. 최전방 공격수로 한국 선수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만큼 아마추어 선수들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최전방 공격수로 뛰던 선수들도 프로 입단 1~2년 전에 수비수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프로에서 뛰고 있는 장신의 중앙 수비수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대학과 고등학교서 스트라이커로 뛴 경험이 있을 것이다"면서 "장신 선수들의 기술이 떨어진다는 것은 옛말이다. 그러다 보니 정통파 공격수의 길을 걷던 선수들도 쉽게 미드필더로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대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수비와 미드필더로 뛴 김신욱이 최전방 공격수로 성공한 것도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 체계적인 육성이 답이다
'언제까지 이동국'이라는 말은 몇 년 전만 해도 이유 없는 비난으로 들렸지만 이제는 현실이 됐다. 만 35세의 스트라이커가 다음 월드컵까지 활약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동국과 함께 현재 한국의 공격진을 대표하는 박주영(29)과 김신욱(26)의 나이도 30대 중반 혹은 30대에 접어든다. 문제는 그 뒤다. 준비조차 돼 있지 않다. 그러나 대책 없이 기다릴 수는 없다. 최 감독의 말처럼 공격수는 어디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내릴 수 있는 답은 육성이다. 하지만 육성은 결코 쉽지 않다. 모든 것이 경쟁인 이 사회에서 성적보다 선수들의 육성을 우선시할 지도자는 없다. 물론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는 프로 구단들의 유소년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프로 구단들이 산하 유소년 팀들의 성적이 아닌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 초점을 두고 지도를 하고, 포지션별 선수 육성 계획을 체계적 구성하도록 한다면 정통파 공격수의 자질과 경험을 갖춘 선수의 육성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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