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호의 룩 패스] 신중함 필요한 차기 감독 선임, 과거 돌이켜보자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4.08.19 08: 00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급해서 좋은 건 없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다.
함께 할 것 같았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인연은 없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대표팀 감독 우선 협상자 1순위로 점찍었던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세금과 관련된 연봉 문제, 그리고 대표팀 감독이 활동할 지역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당초 대한축구협회는 ▲각 대륙별 선수권대회(아시안컵, 유로대회, 코파아메리카 등) ▲월드컵 지역예선 ▲월드컵 16강 이상 ▲클럽팀 경험 ▲연령 ▲영어 능통 ▲인성 등의 기준을 세웠다. 대한축구협회는 해당 기준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라고 판단을 내리고 우선 협상 순위서 첫 번째로 꼽았다.

하지만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꺾지 않았다. 한국에서 상주하며 대표팀을 지휘하고 국내 지도자들의 교육 등을 어느 정도 책임져주길 바라던 대한축구협회로서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협상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이제는 원점이다. 처음보다 선택의 폭은 좁아졌다. 대한축구협회의 후보군에 있던 감독 중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감독도 있다. 시간도 촉박하다. 당장 다음달에 예정된 두 차례의 A매치는 감독 없이 대행 체제로 열리게 됐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협상 결렬이 남긴 후유증이 적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시간에 끌려갈 필요는 없다. 이미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오히려 어느 때보다 신중함이 필요하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시간에 쫓겨 내린 결정이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대한축구협회는 브루노 메추 감독과 협상이 결렬되자, 후보로 선정하지도 않았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을 급하게 선임했다. 하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바 있다.
실패한 과거의 유일한 장점은 돌이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저 돌이켜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과거의 실패 원인을 꼼꼼하게 짚어본 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에 밀려 허둥지둥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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