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충원의 유구다언] 시티브레이크, 고맙습니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4.08.06 06: 58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K리그 19라운드는 동쪽(E) 관중석이 폐쇄된 채 치른다.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열리는 콘서트 '현대카드 2014 시티브레이크'를 앞두고 무대가 설치되기 때문이다. 이미 4일부터 대형 스크린과 이를 받쳐주는 구조물 공사가 시작됐다.
팬들의 불만이 폭주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에게 구장을 임대하고 있는 서울에 대해 팬들은 강력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유는 분명하다. 축구팬을 기만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서울은 결국 팬들에게 사과했다.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문화행사로 인하여 관람상의 큰 불편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 팬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FC서울 팬여러분의 권리를 지켜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당 구단은 큰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라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최용수 감독도 팬들에게 사과했다. 서울의 공식 사과전 지난 4일 정례기자회견서 "최근에서야 관련 사실을 알게 됐다"며 "팬들에게는 경기가 이미 레저생활의 일부가 됐다. 원하는 자리를 선택해서 볼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긴 셈이다. 축구인으로서 서글픈 현실이다.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66000석 가운데 약 8000여석인 E석은 저렴한 가격으로 팬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 곳에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면서 관중들이 차지할 수 없게 됐다. 관중의 권리를 침해한 관리 주체에도 비난이 쏟아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도 난감한 상황.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여러가지가 증명됐다. 우선 팬들의 요구가 구단의 사과를 이끌어 냈다는 점이다. 볼 권리를 잃은 축구팬들은 경기 주최자인 서울에 강력한 불만을 표출했다. 또 서울시관리공단도 네티즌들과 언론에 비난을 받으면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축구장을 빌려 쓰고 있는 서울은 지난 2004년부터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단순히 이번 한번만 공연이 열린 것이 아니라 수차례 있었다. 시설관리공단도 그 부분을 잘 알고 있었고 평소처럼 준비했다. 하지만 세월호 사태로 인해 구조물 점검이 확실해지면서 설치 시간이 늘어나고 말았다.
그 결과 평소 같았으면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미리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시설관리공단도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향후에는 문화행사 대관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여 경기장 대관 일정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한 시설관리공단은 "콘서트 진행으로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축구 경기가 문제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고 약속했다.
특히 서울 관계자는 "시설관리공단도 난감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으로 생긴 수익금을 바탕으로 잔디 보식까지 고민하고 있다.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완벽히 해결되지 않겠지만 현대카드의 공연으로 철저한 시설점검, 축구팬들의 사과 요구 관철 그리고 향후 재발방지 약속까지 이어지게 됐다. 모두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상황서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이어진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 지어진 경기장 중 대부분 흑자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축구행사 뿐만 아니라 다른 행사로 수익을 거둬야 한다. 따라서 공연은 자주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일부 구단들은 여전히 냉대를 받고 있다. 지방구단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며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외국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축구의 성지라는 영국 웸블리 구장도 콘서트 및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미국 프로 스포츠의 경우는 더 심하다. 수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스포츠 이벤트만을 개최해서는 경기장 운영에 대한 수익을 만들어 내기 힘들다. 결국 선택은 다양한 이벤트 개최밖에 없다.
분명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 경기장을 소유하지 못하는 국내법상 구단은 각 시설관리공단에 '을'이 될 수밖에 없다. K리그 구단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시설관리공단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따라서 이번에 서울과 시설관리공단이 모두 사과를 한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물론 사과로 끝내서는 안된다. 평일 축구팬이 적어 무대를 설치한다고 한 문제에 대해서는 곱씹어 봐야 한다. 따라서 서울 그리고 축구팬들은 경기장을 가득 채우며 서울과 시설관리공단이 자신들이 내건 약속을 잘 지키는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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