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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의 사자후] 유재학호, 뉴질랜드에서 얻은 소득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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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배운 것도 많았고, 새로 받은 숙제도 있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19일 오후 4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노스 쇼어 이벤츠 센터에서 벌어진 뉴질랜드 대표팀과의 3차 평가전에서 81-89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한국은 뉴질랜드와 세 차례 승부를 1승 2패로 마쳤다. 승패보다 중요한 경기내용에서 한국은 얻어가는 것이 많았다. 뉴질랜드 전지훈련의 성과와 과제는 무엇일까.


▲ ‘에이스’ 문태종의 존재감


누가 이 선수를 불혹이라고 볼까. 문태종(39, LG)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확실한 한국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문태종은 1차전부터 14점을 터트리며 김종규(15점)와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전성기가 한참 지났음에도 화려한 테크닉으로 쏘는 외곽슛이 일품이었다. 뉴질랜드 선수들도 노련한 문태종의 슈팅에 혀를 내둘렀다.


2차전에서 21점을 폭발시킨 그는 한국의 76-75 짜릿한 승리를 이끌었다. 누가 봐도 국가대표 에이스는 문태종이었다. 뉴질랜드 현지 해설진 역시 “타고난 슈터”라며 문태종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3경기 평균 16점으로 한국선수 중 최고활약을 펼쳤다.


다만 공격에서 문태종을 받쳐줄만한 선수가 없었다는 점은 숙제로 남는다. 조성민은 3차전에서 10점을 넣긴 했지만, 슈팅이 신통치 않았다. KBL보다 수비수들의 신장과 운동능력이 훨씬 뛰어난 국제무대서도 안정감 있는 슈팅을 터트려야 한다. 조성민이 침묵하면서 뉴질랜드 수비가 문태종에게 집중되는 부작용도 있었다.


골밑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오세근, 김종규 등이 득점에 가세했지만 중거리슛을 이용한 득점이 대부분이었다. 골밑에서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파워플레이로 득점해줄 선수가 절실하다. 그나마 이번 대회를 통해 김주성이 복귀하고, 오세근이 부활한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두 선수는 3차전에서 18점, 9리바운드를 합작하며 한국골밑을 지켰다. 한국이 단조로운 공격패턴을 벗어나려면 빅맨들의 공격가담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 60%까지 끌어올린 수비 완성도


진천선수촌에서 두 달 동안 갈고 닦은 수비는 뉴질랜드서 빛을 발했다. 한국은 1차전에서 69-102로 대패를 당했다. 하지만 1차전 후반전부터 특유의 압박수비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양동근, 박찬희가 앞선부터 강력하게 상대를 압박하면서 실책을 유도해냈다. 앞선이 뚤려도 뒷선이 빅맨들이 유기적인 도움수비로 이를 커버했다. 유재학 감독이 지난 두 달 동안 강조했던 수비법이었다.


강력한 수비는 곧 속공으로 이어졌다. 박찬희가 뺏어낸 공을 최전방에서 달리던 김종규가 받아 마무리하는 장면은 한국이 꿈꾸는 이상적인 공격이었다. 33점 차로 패한 1차전을 제외하면 한국은 2경기에서 뉴질랜드와 평균 -3.5점으로 대등한 승부를 했다. 수비가 받쳐주면서 팀이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다.


3차전이 끝난 뒤 유재학 감독은 “상대방 득점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비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4쿼터에 11점을 준 것은 수비를 잘 한 것이다. (수비가) 조금씩 완성돼 간다. 지금 60-70%까지 됐다고 생각한다. 아시안 게임 전날까지 80%가 되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수비에 대해서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 ‘가상 이란’ 뉴질랜드의 높이와 몸싸움에 적응


뉴질랜드와 첫 경기서 한국은 33점차 완패를 당했다. 뉴질랜드의 강한 몸싸움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같이 맞받아치기보다 피해 다녔다. 경기 후 유재학 감독은 “왕자농구를 하려고 한다”며 선수들을 강하게 나무랐다. 양동근이 중심이 된 선수들은 비디오분석을 통해 잘못을 서로 지적하기도 했다.


2차전부터는 확연히 달라졌다.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즐겼다. 특히 1차전 부진했던 센터 이종현은 달라졌다. 자신이 리바운드를 따내지 못하더라도 상대와 경합을 해줬다. 박찬희도 공격적인 수비가 돋보였다. ‘가상 이란’인 뉴질랜드를 상대로 아시안게임 모의고사를 본 셈이다. 몸싸움은 신체조건의 문제가 아닌 의지와 요령의 문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유재학 감독은 “뉴질랜드가 몸싸움이 상당히 강한 팀이다. 홈텃세도 상당히 많았다. 어쨌든 굉장히 좋은 연습 상대였고, 서로 터프하게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 많은 도움이 됐다. 국내에 이런 상대가 없다. 지난 번 브리검영도 센 팀이었지만, 일본은 몸싸움이 많지 않은 팀이다. 선수들이 뉴질랜드를 보고 굉장히 놀랐을 것이다. 좋은 상대였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아직 만족하기는 이르다. NBA출신 센터 하메드 하다디(29, 218cm)가 버틴 이란을 상대하려면 센터진의 분발이 필요하다. 한국은 하승진과 이승준 없이 지금의 멤버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 유재학 감독은 “센터들 몸싸움이 문제다. 리바운드를 못 잡더라도 상대방 리바운들를 깨뜨리면 되는데 상대방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면 안 된다. 바디 컨택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라며 ‘하디디 봉쇄법’을 고민하고 있다.


▲ 윤곽을 드러낸 최종엔트리 12명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유재학 감독은 최종멤버 12명에 대한 감을 잡은 것 같다. 가드와 센터진은 대체로 합격점을 받았다. 양동근, 조성민, 문태종, 오세근, 김주성, 이종현, 김종규, 김선형, 박찬희는 안정적 기량을 보였다. 문제는 포워드진이었다. 최준용, 최진수, 양희종, 장재석, 이승현 중 누구도 두드러지는 활약이 없었다. 문태종을 도와 내외곽에서 득점을 해줄 선수가 전무했다. 특히 신장 2m가 넘는 장신포워드로 기대를 모은 최준용과 최진수의 부진은 아쉬운 부분이다.

장재석은 여전히 실수가 잦고 공격에서 마무리가 되지 않고 있다. 이승현은 3~4번 포지션의 경계가 애매하다. 또 국제무대서 198cm의 신장도 딜레마로 남게 됐다. 유재학 감독은 “최종엔트리 윤곽이 나왔다. 한국에 가면 탈락할 2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종합해보면 포워드 중에서 탈락자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재학 감독은 지난 두 달 동안 수비조직력을 맞추는데 큰 공을 들였다. 김주성의 복귀로 공격력은 아직 발전할 여지가 있다. 이제와 공격력 보강을 위해 문성곤, 허일영, 윤호영 등 새로운 선수가 합류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부상으로 뉴질랜드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김태술의 경우는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제 대표팀은 대만 대표팀(25, 27일)과 두 차례 안방에서 평가전을 치른다. 이어 뉴질랜드 대표팀을 한국으로 초청해 다시 두 경기(29, 31일)를 한다. 담금질이 계속될수록 한국농구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jasonseo34@osen.co.kr


<사진> 뉴질랜드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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