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서정환의 사자후] 예견된 참사...정재근의 ‘박치기 사태’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OSEN=서정환 기자] 농구계에 ‘박치기 왕’ 페페(31, 포르투갈)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정재근(45) 연세대 감독이었다.

정재근 감독이 이끄는 연세대는 10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KCC와 함께 하는 2014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고려대에게 80-87로 무릎을 꿇었다. 국내서 오랜만에 개최된 국제대회로 관심이 높았다.

경기는 명승부였다. 하지만 크나큰 오점이 남았다. 연장전 종료 2분을 남기고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은 정재근 감독은 코트에 난입해 심판을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어 또 다른 심판에게 다가가 그를 머리로 들이 받았다. 해당심판은 즉각 정재근 감독의 퇴장을 명령했다.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정 감독은 심판에게 폭언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정 감독은 작전시간 중 추격을 허용한 선수들에게도 욕설을 내뱉었다.

파문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평소 큰 관심을 얻지 못하는 일반대학농구 경기와는 달랐다. 이날 경기는 'KBS2' 지상파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오랜만에 농구를 시청한 팬들은 정 감독의 몰상식한 행동을 여과 없이 지켜봤다. 정 감독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게다가 경기장에서 미국 브리검영 하와이대(이하 BYU) 등 해외대학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정 감독은 한 순간의 실수로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문제는 주최 측도 어느 정도 사건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는 국제대회답게 대회 초반 예선리그전에서는 여러 국가의 심판이 고르게 경기에 투입됐다. 한국팀 경기에 외국 심판 1명과 한국 심판 2명이 섞여서 투입되는 식이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준결승전부터 3명의 심판이 모두 한국인 심판으로 배정됐다. 모두 국제심판 자격증을 소지한 검증된 심판들이었다. 다만 국제경기서는 제3국의 심판이 판정을 맡는 것이 관례다. 만에 하나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일 치른 연세대와 BYU의 준결승전에서 판정문제가 불거졌었다. 양 팀 감독 모두 불리한 판정을 당했다며 흥분한 상태였다. 특히 종료 2분을 남기고 BYU 조던 스톤이 골밑슛을 하는 과정에서 거친 신체접촉이 있었지만 파울은 불리지 않았다. 평소 점잖기로 소문난 켄 와그너 BYU 감독이 강력한 항의를 했다. 심판은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판정을 받아들이지 못한 일부 미국선수들은 심판에게 박수를 쳤다. 승부는 급격하게 연세대쪽으로 넘어갔다.

경기 후 와그너 감독은 한국 심판 3명이 배정된 것에 대해 “(한국 심판이어도) 이기면 문제가 없다. 진 것은 변명이 필요 없다. 좀 더 잘했더라면 이겼을 것”이라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런데 결승전에서도 심판진은 3명 모두 한국 심판이었다. 판정의 공정함을 떠나 허술한 대회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대회서 한국인 심판이 한국팀 경기를 판정하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 감독이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판정이 나올 때마다 한국말로 강력하게 항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심판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일부 한국 감독들은 항의를 하면 최소한 다음에는 더 좋은 판정을 얻을 수 있다는 보상심리가 깔려 있다. 일부 심판 역시 ‘보상판정’을 하면서 이를 부추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고려대와 BYU의 예선 첫 경기에서는 호주 심판 한 명과 한국 심판 두 명이 들어왔다. 고려대는 김지후, 이종현, 문성곤 3명이 4쿼터 막판에 줄줄이 퇴장당해 83-88로 패했다. 이민형 감독 역시 판정에 불만이 많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외국인 심판에게 항의해도 이로울 게 없었다. 이민형 감독이 결과에 승복하면서 크나큰 불상사는 나오지 않았다. 만약 결승전에 외국인 심판이 배정됐다면 정재근 감독이 심판을 폭행하는 몰지각한 행동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심판에게 폭력을 행사한 정재근 감독은 큰 잘못을 저질렀다. 향후 대한농구협회 상벌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그에게 중징계가 내려져야 한다. 아울러 사전에 공정한 경기가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지 못한 대한농구협회도 책임을 통감하고, 허술한 대회운영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jasonseo34@osen.co.kr

<사진> 페페를 연상시켰던 정재근 감독(위) / 잠실학생체=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페페(아래) / ⓒAFPBBNews = News1



OSEN 포토 슬라이드
슬라이드 이전 슬라이드 다음

OSEN 포토 샷!

    Oh! 모션

    OSEN 핫!!!
      새영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