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충원의 유구다언] 엿사탕-강부자 그리고 세바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4.07.01 07: 45

사상 초유의 일이 일어났다. 1무 2패로 16년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지난달 30일 귀국한 대표팀에게 엿사탕이 투척됐다. '너땜에 졌다'라는 까페의 회원인 조 모(42)씨외 1인은 '謹한국 축구는 죽었다弔'는 플래카드를 준비해 공항을 찾았다. 그리고 대표팀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회장의 인사를 받을 때 엿사탕을 던졌다.
힘있게 던지지 못했다. 쇼핑백에서 사탕을 꺼내 '고수레' 하듯이 던졌다. 거리가 꽤 있었지만 대부분 엿사탕은 대표팀 앞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고수레' 엿사탕 이후 조 모씨와 그 일행은 플래카드를 들고 당당하게 인터뷰를 실시했다. 홍명보 감독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짧은 인터뷰를 실시하고 공항을 빠져 나갔다. 출근이 그 이유였다.

큰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좋지 않은 성적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기 때문이다. 또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은 축구에 대한 관심이 있다고 보여진 이유도 있었다. 물론 까페 개설의 이유가 다른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이며 진정성이 줄어든 것도 있다.
그러나 2명의 회원이 보여준 모습은 대단했다. 비록 축구팬들은 K리그도 보지 않고 대표팀 경기만 본다고 비난을 했지만 그들의 행동에 해학이 들어가 있었다면 크게 인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명의 행동을 보면서 오버랩된 장면이 있다. 국가대표 경기 혹은 유럽파들의 경기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탤런트 강부자 씨다.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강 씨는 유럽파 선수들의 정보를 모두 꿰고 있었다. 또 시간이 되면 경기도 꾸준히 지켜봤다고 했다. 하지만 K리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남편과 함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구단 직원들은 본 경우가 없었다고 한다.
'월드컵 미녀'들처럼 4년마다 축구 응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축구에 대한 관심이 큰 분이라면 K리그는 왜 언급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강부자 씨가 내놓은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가 뉴스가 되기 때문이다. 월드컵 기간으로 인해 연예인들의 축구사랑에 대해 잘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브라질까지 방문할 정도의 정성이라면 화제가 될 수 있다.
엿사탕을 던진 2명의 회원과 강부자 씨 모두 축구를 좋아한다. 하지만 축구팬들과 현장이 받아 들일 수 있는 진정성은 적어 보인다. 물론 K리그에 대한 전폭적인 사랑을 강요할 수 없지만 축구에 대한 사랑이 지대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권해드릴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월드컵 기간에도 K리그에 대한 사랑은 외국인들이 나타낸 바 있다. 지난달 21일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는 2014 월드컵 특집으로 진행됐다. 이날 출연자 중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FC 서울서 세뇰 궤네슈 감독의 통역을 맡았던 에네스 그리고 '데이빗 베컴의 육촌'으로 알려진 폴 카버 씨다. 그리고 제주를 응원하는 에린 윌리엄스 씨 등 자신들의 K리그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다.
폴 카버 씨는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소개된 바 있는 열혈 축구팬이다. FC 서울의 경기를 거의 빠지지 않고 현장에서 지켜본다. 또 에린 윌리엄스 씨도 제주의 축구에 반해 한국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가 월드컵에 집중되어 있는 사이 외국인들이 K리그에 대한 사랑을 요구하는 것은 특이한 경우였다.
물론 에네스가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를 설명하는 동안 수원의 엠블럼이 K리그 챌린지 수원 FC로 사용된 것이 옥의 티였지만 그들의 진정성을 숨기기에는 부족했다.
비록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홍명보호의 대부분 선수들이 모두 K리그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으로 진출했다. 해외파라고 하지만 국내서의 경쟁력이 없었다면 더 큰 무대로 진출할 수 없었다. 결국 유럽서 활약하는 선수를 응원하거나 월드컵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엿사탕을 투척하는 것보다 K리그 현장을 찾아 즐거움을 느끼는게 더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강요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월드컵서의 부진으로 중요성은 대두됐다. 자칭 축구팬들이 K리그 현장으로 몰려갈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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