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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재의 하이브리드앵글] 홍명보, 히딩크의 가르침 잊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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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새벽, 곳곳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수적 우세를 안고도 벨기에에 0-1로 패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아쉬운 마침표였다. 잘 싸웠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쉬웠다.

한국은 이번 대회서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함께 H조에 속했다. 비교적 수월한 조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16강행의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그러나 사상 첫 원정 8강행의 꿈은 난망했다. 한국은 1차전서 러시아와 비기며 희망을 쐈지만 알제리전 대패에 이어 벨기에에 무릎을 꿇으면서 짐을 쌌다.

'은사' 거스 히딩크 감독의 가르침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홍 감독과 히딩크 감독은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서 처음으로 사제의 연을 맺었다. 히딩크 감독은 4강 신화의 사령탑으로, '캡틴' 홍 감독은 주역으로 활약하며 국민 영웅으로 발돋움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후에도 한국 축구와 홍 감독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홍 감독은 지난해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4개월간 지도자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의 곁에서 선진축구를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두 눈으로 지켜봤다.

스승에게 무얼 배웠나. 홍 감독은 이날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21분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 대신 측면날개 김보경을 투입했다. 같은 시간 알제리와 러시아는 1-1로 비기고 있었다. 한국은 세 골 차 이상 승리가 필요했다. 김신욱은 전반까지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 전방에서 벨기에의 장신수비수 2명을 기본으로 달고 있었다. 전반 막판엔 헌신적인 수비 가담으로 스테번 드푸르의 퇴장을 유도하기도 했다. 홍 감독은 0-0이었던 후반 28분엔 측면공격수 손흥민을 빼고 동 포진션의 지동원을 넣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것이 최악의 수가 됐다.

홍 감독의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다. 히딩크 감독은 12년 전 제자와는 너무나도 다른 선택을 했다. 이탈리아와 2002 한일 월드컵 16강전은 한국-벨기에전 상황과 비슷했다. 히딩크 감독은 0-1로 뒤져 있던 후반 38분 중앙수비수 홍명보 대신 공격수였던 차두리를 투입했다. 후반 43분 설기현의 기적 같은 동점골이 터졌고, 연장 후반 12분 안정환의 골든골이 나오면서 극적인 드라마를 써냈다. 히딩크 감독의 강단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결과물이었다.

벨기에전은 모 아니면 도였다. 0-1로 지나 0-5로 패하나 떨어지는 건 매한가지였다. 홍 감독도 12년 전 스승의 가르침대로 과감하고 공격적인 선택이 필요했다. 벨기에 수비를 위협하던 김신욱을 놔두고 수비수를 뺐으면 어땠을까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12년 전 뇌리에 남을 만한 히딩크 감독의 가르침을 깨우치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걸까.

OSEN 이균재 기자 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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