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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태 관전평]벨기에전서는 스타일 완전히 바꿔야 희망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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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알제리(6월 23일, 포르투 알레그리)

비록 두 골을 만회했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모를 정도로 무기력한 경기였다. 골키퍼와 중앙 수비의 불안은 고질적인 문제로 차치할 수 있으나 미드필드 플레이가 안되는 바람에 아무것도 된 게 없었다.

전반 슈팅이 전무한 사실이 말해주듯 상대 압박에 밀려 미드필드와 수비진에서 전방으로 패스 연결이 안돼 공격의 실마리를 풀 수 없었다. 공격진도 손흥민 외에는 돌파 시도조차 못하며 상대 수비를 편하게 해줬다.

전반 중반에 0-3으로 밀려 일찌감치 승부가 갈려 버리며 게임을 망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홍명보 감독이 이날 경기서 추구한 스타일이 불분명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경기였던 만큼 확실하게 주안점을 둔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다음으로 선수들의 기본 능력 부족을 들 수 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전통적인 약점이기도 한데 기본적으로 개인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열세를 면할 수 없었다. 특히 수비는 숫자만으로 하는 게 아닌데 대인 마크도 안되고 커버플레이도 안되며 위기만 맞으면 그대로 쉽게 많은 골을 허용했다.

중앙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 골키퍼 모두가 4실점에 책임이 컸다. 자기 포지션에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기성용은 속공과 지공의 타이밍 선택에서 계속 엇박자를 냈고 김영권과 홍정호는 상대 수비를 따라다니기만 했을 뿐 실속이 없는 수비에 그쳤다. 정성룡은 세이브가 없었고 장점이라는 공중볼 처리서도 미숙했다.


첫 실점 상황서 드러났듯 한 명은 일단 몸싸움을 걸어 부딪치고 한 명은 커버 플레이로 콤비를 이뤄야 했는데 상대 한 명에게 그대로 당했다. 1-3을 만들어 한창 추격에 열을 올려야 했을 시점에서 승부에 쐐기가 된 4번째 실점을 허용할 때도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유기적 호흡이 없었고 몸싸움도 하지 못하며 상대의 잔패스에 공략 당하고 말았다.

공격에서는 후반에 투입된 김신욱과 이근호가 활력소가 됐으나 손흥민을 제외하면 나머지 공격수들은 상대에게 별다른 위협을 주지 못했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라 이유가 있었겠지만 최전방의 박주영과 오른쪽 측면의 이청용은 공격수라고 볼 수 없었다. 돌파를 시도하는 등 공격적인 플레이는 전혀 없었고 볼을 돌리기만 했을 뿐 단 하나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10점 만점으로 선수들의 평점을 매긴다면 손흥민 8점, 김신욱 이근호 윤석영 6점, 구차철 기성용 한국영 박주영 이청용 지동원 5점, 김영권 홍정호 정성룡 이용 4점을 주고 싶다. 윤석영은 틈만 나면 오버래핑에 나서며 공격에 나름 기여하려고 노력한 점을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은 이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벨기에를 반드시 꺾어야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벨기에전서는 공격적인 축구로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1,2차전서처럼 상대의 압박에 밀리지 말고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는 한편 상대 수비라인의 뒷공간을 집중적으로 노려야 한다. 

여기에는 적극적인 몸싸움을 기본으로 한국 축구의 장점인 지구력 기동력 정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1,2차전서 한국은 이런 전통적인 면모를 별로 보여주지 못했다. 벼랑에 몰린 상황서 축구를 기교로만 할 수는 없다.

김희태축구센터이사장 겸 의정부 FC 감독

<사진> 포르투 알레그리=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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