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죽을 때 아니라고" 야구장에서 심장마비로 실려갔는데…65세에 감독 데뷔, 67세에 첫 우승 '감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6.11.02 05: 33

[OSEN=이상학 객원기자] “나 어디에도 안 간다니까.”
밀워키 브루어스를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팻 머피(67) 감독은 현역 사령탑 중 최고령이다. 역대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 중에선 2022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더스티 베이커 감독(당시 73세),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 잭 매키언(당시 72세)에 역대 세 번째로 나이가 많다. 
고령의 감독에겐 늘 건강 리스크가 따라다닌다. 머피 감독은 사령탑에 오르기 전 건강 문제로 쓰러진 적이 있다. 밀워키 벤치코치로 일하던 지난 2020년 8월2일 홈구장 아메리칸패밀리필드(당시 밀러파크)에서 진행된 팀 훈련 도중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이다. 트레이너가 긴급 조치를 한 뒤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으며 화를 면했다. 

[사진] 밀워키 팻 머피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간) 월드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관련 질문을 받은 머피 감독은 그날을 떠올리며 “심장마비가 절대 아니라고 우겼다. 그날 구급차 기사님에게 사과한다. 구급차 기사님이 가족 연락처를 묻길래 ‘이봐, 나 어디에도 안 갈 거야. 가족 연락처는 알 필요 없어’라고 말했다. 장기 기증을 원하는지 묻길래 ‘지금 장난하는 거야? 나 어디 안 간다니까, 제발 진정 좀 해’라고 말한 뒤 그에게 내 아이들 사진을 보여줬다”며 병원 이송 중에도 생의 의지를 절대 놓지 않았다고 했다. 
큰 고비를 넘긴 머피 감독은 심장 스텐트 삽입술과 회복을 거쳐 7주 만에 현장 복귀했다. 2023년까지 벤치코치를 지낸 머피 감독은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이 시카고 컵스로 떠나자 밀워키 사령탑으로 승격됐다. 65세의 늦은 나이에 처음 메이저리그 지휘봉을 잡고 2년 연속 내셔널리그(NL) 올해의 감독상을 받더니 67세의 나이에 마침내 월드시리즈 우승 감독에 등극했다. 말 그대로 대기만성이다. 
머피 감독의 야구 인생은 심장마비 외에도 여러 차례 고비가 있었다. 현역 시절 우완 투수였지만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한 번도 밟지 못하고 은퇴한 그는 일찌감치 지도자로 변신했고, 1988년 노터데임 대학교에서 본격적인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만 28세 젊은 나이에 시작된 대학야구 감독 생활은 애리조나 주립대로 옮겨 2009년까지 22년간 이어졌다.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4차례 대학 월드시리즈를 제패했고, 더스틴 페드로이아, 안드레 이디어, 제이슨 킵니스 등 빅리그 스타들을 배출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NCAA 리쿠르팅 규정 위반 문제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학교 측과 갈등을 빚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사진] 애리조나 주립대 시절 팻 머피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달 31일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머피 감독은 “그들은 나를 대학야구에서 몰아낼 방법을 찾고 있었다”며 지금도 그 사건에 대해 억울해했다. 하지만 명장으로 불린 대학 감독 시절을 돌아보며 “그렇게 훌륭한 감독이 아니었다”고 반성하며 더 나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새로운 길을 찾았다. 당시 오리건 주립대 감독이었던 친구 팻 케이시를 찾아가 그의 지도 방식을 보고 배운 뒤 2010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운영팀의 특별보좌로 메이저리그와 인연을 맺었다. 
샌디에이고 산하 싱글A, 트리플A 감독을 거쳐 2015년 6월 중순 버드 블랙 감독이 경질되자 메이저리그 감독대행을 맡았다. 당시 샌디에이고 벤치코치였던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1경기 만에 대행직이 끝나며 머피 감독을 보좌했다. 머피 감독은 비교적 무난하게 대행직을 수행했으나 정식 감독으로 승격되지 못하면서 팀을 떠났다. 
이후 밀워키로 자리를 옮겼다. 노터데임 대학 시절 제자였던 카운셀 감독의 요청으로 벤치코치를 맡아 8년간 보좌했다. 카운셀 감독이 2023년 시즌 후 당시 사령탑 최고 대우(5년 4000만 달러)를 받으며 밀워키의 라이벌 컵스로 이적하자 머피 감독에게 기회가 왔다. 65세 생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마침내 빅리그 감독이 된 것이다. 
[사진]시카고 컵스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과 밀워키 팻 머피 감독이 악수를 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준비된 감독은 밀워키를 더 예리하게 가다듬었다. 매년 주축 선수들이 트레이드로 떠나는 스몰마켓의 한계를 극복하며 관록의 리더십으로 주목받았다. 대학 감독 시절에는 강성이었지만 메이저리그 감독이 된 뒤에는 유머와 부드러움을 더했다. 때로는 직설 화법으로 메시지를 전하며 선수들과 ‘밀고 당기기’를 한다. 새파란 신인 쿠퍼 프랫이든, 개성 강한 주전 포수 윌리엄 콘트레라스든 치고 나서 1루로 전력 질주하지 않으면 가차없이 뺐다.
원칙에 예외를 두지 않는다. 밀워키 마크 아타나시오는 구단주는 “머피 감독은 모든 선수들에게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선수들은 그 기준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밀워키 주장 크리스티안 옐리치는 “머피 감독 앞에선 가식이 통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고 이야기했다. 
오랜 경험과 숱한 시련, 인내 속에서 머피 감독이 찾은 소통법의 근간은 결국 인간미다. 그는 “모든 선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가장 사랑하기 힘든 선수들이야말로 사랑이 가장 필요하다. 콘트레라스가 그런 선수이고, 그 사랑은 진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루로 설렁설렁 뛰다 교체당한 뒤 바로 다음날 1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가며 머피 감독을 웃음짓게 했던 콘트레라스는 월드시리즈 MVP 수상 후 “난 머피 감독을 사랑한다. 그가 솔직해서 좋다”고 말했다. /waw@osen.co.kr
[사진]밀워키 팻 머피 감독과 윌리엄 콘트레라스가 월드시리즈 우승 후 기뻐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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