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각종 창구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 있다. ‘지금 상담하는 OO도 누군가의 가족 입니다’라고. 누군가 타인으로부터 상처받을 때 그 가족은 얼마나 가슴 아플지를 생각해서 예절 갖춰 행동해달라는 표어이다.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누군가의 아들딸’이라는 호소문도 있었던 것같다.
자식 문제에는 양보와 타협이 안되는 게 부모 마음이다. 아무리 취업이 어렵다한들 자신의 일터에서 직장 상사나 고객들로부터 심한 대접을 받는다면 그 부모 심정은 과연 어떨까. 갈기갈기 찢어진다는 표현으로도 아마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20일 가수 김다현의 아버지의 오장육부가 그랬다. ‘2026 진안고원 트로트 페스티벌’ 행사에서 새파랗게 어린 김다현은 대선배라는 호칭으로도 부족한 원로가수 심수봉에 앞서 공연을 했다. 이후 심수봉은 자신의 차례에 무대에 서서 “저 앞에 노래를 부른 가수가 내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젊은 아가씨가 노래가 뭔지, 삶이 뭔지도 모르는 것 같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너무 힘이 들어서 얘기한다”며 “노래라는 건 그렇게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 경험도 해보고 고생도 해보고. (공연에)찾아오신 분들을 위로해주는 음악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고 김다현을 향해 쓴소리를 던졌다.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려고 꾸짖는다고 보기에는 선을 넘은 발언 수위다. 물론 1900년대 연예계 선후배 풍토에서는 이보다 더한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지금은 2026년이고 시대는 변해도 한참 변했다. 심수봉만 아직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을 살고 있는 걸까. 김다현의 부친 김봉곤씨는 OSEN 김채연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의 비통한 마음을 아래와 같이 토로했다.
“다현이는 무대를 마치고 바로 차를 타고 이동해서 현장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현이는 무대를 마치면 유튜브나 라이브 방송으로 자기 무대를 꼭 모니터합니다.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그대로 들은거예요. 눈물을 흘리며 펑펑 울더라고요.”
심수봉을 향한 원망은 인터뷰 어느 대목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다현이 (유튜브 중계)그걸 보고 들었고,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그래서 본인이 펑펑 울었고 그걸 지켜보는 부부의 마음도 사실 많이 아팠다”고 속내를 얘기했다. 이어 그는 “다현이 네 살부터 판소리를 했고, 자기 나름대로 음악 인생을 열심히 살아오고 있다. 너무 좋아하고, 행복해하고. 그리고 심수봉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한다. 자기 콘서트에서 노래도 따라 부를 정도”라며서 “근데 선생님이 그렇게 날벼락 같은 이야기를 하시니까 너무 당황스러워 하고 눈물을 펑펑 흘리는데, 참 마음이 그랬다”고 덧붙였다.
심수봉 측 관계자는 김봉곤씨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전화 연락을 했고 공식적으로 사과문도 냈다.
“안녕하세요, 심수봉입니다. 지난 9월20일, 저는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지방의 한 트로트축제 무대 위에서 말 그대로 실언을 했습니다. (중략) 앞 순서 가수가 정확히 누구인지 몰랐고 특정인을 망신 주기 위해 한 말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른으로서 후배가수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한 점은 분명 잘못되었습니다. 저는 김다현 양과 가족에게 깊은 사과의 뜻을 전했고 그 과정에서 부친에게 김다현 양이 콘서트에서 ‘백만송이 장미’를 피아노를 치며 불렀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연습을 했을까?’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이하 생략)”
그래도 심수봉이 빠른 사과와 대처로 상처받은 후배와 그의 가족에게 용서를 구했다니 다행스럽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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