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고 백인천 감독은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에 파란만장했던 삶을 뒤로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영구 전 KBO 총재는 평소 고인과 각별한 관계였습니다. 1990년 LG 트윈스 초대 감독으로 고인을 천거, 팀을 우승으로 이끌도록 뒷전에서 후원했던 이도, 말년에 곤궁한 처지에 빠져 치료비조차 마련하지 못한 고인을 돕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던 이도 바로 유영구 전 총재였습니다. 이 글은 재임 당시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을 주도했고, 제10구단 창단의 발판을 놓았던 유영구 전 총재가 고인의 삶을 되돌아보며 그를 기려야 하는 이유를 정리한 것입니다.
백인천 감독을 추모하며, 미디어를 통한 회고에 앞서, 야구인들의 마음을 모아 글을 올립니다.
백인천 감독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소식에,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와 함께 살아온 많을 이들은 슬픔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당초 고인의 삶과 한국야구에 남긴 발자취를 뒤돌아보는 특집방송을 통해 감독님을 추모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해 아쉬움이 큽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감독님을 기억하고 기리는 마음까지 멈출 수는 없을 것입니다.
백인천 감독님은 단순히 한 시대를 풍미한 야구인이 아니었습니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그리고 야구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지녔던 한 사람으로서 한국야구의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의 이름을 남긴 분이었습니다.
특히 감독님은 우리 야구가 아직 지금처럼 풍요롭지 못했던 시절, 누구보다 앞서 새로운 길을 개척했습니다. 일본 무대에서 뛰며 쌓은 경험을 우리 야구에 전했고, 지도자로서도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도전과 변화를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감독님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기록과 성적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분에게 야구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야구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선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때로는 질책하면서도 더 나은 선수와 더 나은 야구를 만들고자 했던 삶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백인천 감독님을 기억하는 야구인들의 마음에는 저마다 다른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수 시절의 모습을 기억할 것이고, 누군가는 감독님의 호통과 격려를 떠 올릴 것입니다. 또 누군가는 야구에 대한 그분의 집요한 열정과 고집스러울 만큼 분명했던 철학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 모든 기억이 모여 오늘의 백인천을 만듭니다.
감독님께서는 우리에게 야구는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선수는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도전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감독님은 다시는 그라운드로 돌아오실 수 없지만, 그분이 남긴 야구에 대한 열정과 가르침은 후배 야구인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오늘 이 글을 통해서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백인천 감독님! 참으로 수고하셨습니다. 평생 야구를 사랑하셨고, 한국야구를 위한 개척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 길이 언제나 순탄했던 것은 아니지만 감독님께서는 자신의 방식으로 끝까지 야구를 이야기하셨고 야구와 함께하셨습니다.
이제 모든 승부와 경쟁을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십시오. 남은 우리 야구인들은 감독님의 걸어오신 길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감독님께서 사랑하셨던 야구가 더 좋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후배들이 그 뜻을 이어갈 것입니다. 훗날 야구장에서 백인천이라는 이름이 다시 불릴 때, 우리는 한 사람의 야구인을 넘어 한국야구의 한 시대를 열고 함께 걸어온 선배이자 스승을 기억할 것입니다.
백인천 감독님!
그라운드에서 이제는 뵐 수 없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는 오래도록 함께 해 주십시오.
다시 한번 불러봅니다. 백인천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6. 8. 26
유영구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