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데 제르비(47) 감독이 대대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토트넘 홋스퍼에 뿌리 깊게 남은 '패배의 습관'까지 돈으로 지울 수는 없다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영국 'BBC'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데 제르비 감독이 토트넘 재건을 마칠 때까지 약 4억 파운드(약 7572억 원)를 쓸 수도 있지만, 프리미어리그 첫 경기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돈이 패배 의식을 치료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라고 평가했다.
토트넘은 23일 영국 런던의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렌트포드와 2026-2027시즌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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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뿐 아니라 경기 내용도 처참했다. 토트넘은 전반 12분 킨 루이스-포터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전반 33분 비탈리 야넬트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후반 4분 마이클 카요데에게 세 번째 골까지 얻어맞았다. 브렌트포드의 이고르 티아고가 후반 페널티킥을 골대에 맞히지 않았다면 점수 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었다.
최종 기대득점(xG)은 브렌트포드 3.96, 토트넘 0.47이었다. 토트넘이 0-3이라는 스코어 이상으로 밀렸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였다.
BBC가 특히 문제 삼은 부분은 '선수의 질'보다 토트넘의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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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지난 두 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17위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데 제르비 감독은 시즌 마지막 7경기 동안 팀을 잔류시키는 임무를 맡았고, 최종전 에버튼전 승리로 가까스로 목표를 달성했다.
당시 데 제르비 감독은 자신이 감독보다 '심리학자'에 가까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올여름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였다. 토트넘은 선수단 개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산드로 토날리를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1억 파운드에 영입했고, 마테우스 페르난데스에게도 8,500만 파운드를 썼다. 여기에 앤드류 로버트슨, 마르코스 세네시, 얀 폴 반 헤케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데 제르비 감독은 브렌트포드전에서 로버트슨, 세네시, 반 헤케, 토날리 등 신입생 4명을 선발로 내세웠다. 새로운 얼굴들이 들어왔어도 토트넘의 모습은 익숙했다.
BBC는 "이적 전략과 선수 구성이 모두 달라졌지만 토트넘은 압박을 받기 시작하자 무너졌다. 브렌트포드가 토트넘을 마음껏 흔들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막대한 이적 자금만으로 팀에 정신적인 강인함을 심어줄 수 없다는 끔찍한 증거였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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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경기 시작부터 브렌트포드의 강한 압박과 몸싸움에 고전했다. 전반 초반부터 상대에게 슈팅을 연달아 허용했고 12분 만에 실점했다. 두 번째 골이 나오기 전부터 경기 흐름은 이미 브렌트포드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데 제르비 감독도 경기 후 문제를 인정했다. 그는 BBC '매치 오브 더 데이'를 통해 "나쁜 경기였다. 우리는 경합에서 차이를 느꼈고 그게 경기의 핵심이었다.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브렌트포드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그런 부분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공을 돌릴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데 제르비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도 언급했다. 그는 "월드컵 이후 늦게 합류한 선수가 많았고 새로 온 선수도 많았기 때문에 모든 선수의 몸 상태가 적절한 수준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 경기를 더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 이런 유형의 경기에서 이렇게 플레이해서는 안 된다"라고 선을 그었다.
BBC는 체력적인 문제만으로 토트넘의 경기력을 설명할 수 없다고 봤다. 매체는 "기본적인 플레이의 부족, 회복력 부족, 모든 부분에서 브렌트포드가 훨씬 우월했다는 사실까지 체력 문제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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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토트넘은 경기 내내 경합에서 밀렸다. 데 제르비 감독이 벤치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분위기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
BBC는 "선수들의 고개가 숙여졌고 몸싸움에서 계속 패했으며, 경기를 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자기 확신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라고 표현했다.
결국 데 제르비 감독은 전반 종료 후 코너 갤러거와 루카스 베리발을 동시에 빼고 마테우스 페르난데스와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투입했다.
변화는 통하지 않았다. 후반 4분 카요데에게 세 번째 골까지 내줬다. 관중석 분위기도 빠르게 얼어붙었다. 경기 시작 전만 해도 원정석을 가득 메운 토트넘 팬들은 새로운 선수들을 향해 큰 기대를 보냈지만, 0-3이 된 후반 4분을 전후로 자리를 뜨는 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BBC는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이 박수를 보냈을 때 원정석 상당 부분은 이미 비어 있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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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몸값을 기록한 토날리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BBC는 "1억 파운드(약 1893억 원)에 영입된 토날리는 브렌트포드 구단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운 마마두 상가레에게 완전히 밀렸다"라고 평가했다.
토날리는 전반 슈팅 한 차례를 크게 허공으로 날린 것 외에는 뚜렷한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반면 상가레는 중원에서 강력한 몸싸움과 활동량을 앞세워 경기 흐름을 지배했다.
BBC는 "토날리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골문에서 크게 벗어난 슈팅이었고, 브렌트포드 팬들은 토트넘이 돈을 낭비했다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토날리 한 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토트넘은 마테우스 페르난데스까지 투입했고 앞으로 사비뉴와 오마르 마르무시 등이 더해질 가능성도 있다. 선수단의 기술적인 수준은 계속 올라갈 수 있다.
BBC는 데 제르비 감독에게 더 시급한 과제가 '심리'라고 봤다. 매체는 "새 얼굴은 얼마든지 데려올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패배는 토트넘의 문제가 신선한 선수 영입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다는 걸 보여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데 제르비 감독은 패배로 얼룩진 지난 두 시즌의 유령을 빠르게 몰아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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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제르비 감독 역시 충격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결과와 경기력 모두 놀랍다. 우리가 적절한 컨디션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변명할 수 없다. 결과와 경기력에 대해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원칙을 찾아내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몸 상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데 제르비 감독은 "세네시, 반 헤케, 토날리는 최고의 몸 상태가 아니다. 경기 전부터 알고 있던 부분이다"라면서도 "그것뿐 아니라 조직력과 압박을 포함해 많은 것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추가 영입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수층을 핑계로 삼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선발 11명이 경쟁하고 결과를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는 변명을 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브렌트포드가 경기장에서 보여준 정신력이 훌륭했다. 그것이 우리에게 올바른 본보기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브렌트포드가 보여준 것은 화려한 기술보다 적극성, 경합, 압박과 투쟁심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토트넘에서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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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 제르비 감독은 경기 직후에도 "경합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는 취지로 선수들의 태도와 신체적인 대응 능력을 문제 삼았다. 개막전부터 새 시즌 토트넘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분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지난 두 시즌 연속 17위에 그친 토트넘은 이번 여름 막대한 돈을 투입하며 완전히 다른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새 시즌 첫 90분에서 확인된 모습은 새로운 토트넘이라기보다 익숙한 토트넘에 가까웠다.
BBC는 이를 "패배와 절망의 패턴이 계속되는 듯한 모습"이라고 표현했다. 선수를 바꾸는 일은 돈으로 가능하다. 선수단의 시장가치를 높이고 기술적인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가능하다.
패배가 익숙해진 팀의 문화와 위기에서 고개를 드는 힘까지 돈으로 살 수는 없다. BBC가 내린 결론도 바로 그 맥락이었다. 데 제르비 감독이 바꿔야 하는 것은 단순히 선수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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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즌 동안 반복된 패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토트넘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