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팡테리블(무서운 아이)’ 고종수가 돌아왔다.
고종수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OGFC(The Originals FC)와 수원삼성 레전드의 스페셜 매치에 출전하며 약 7년 만에 팬들 앞에 섰다.
경기를 마친 뒤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고종수 “버스를 타고 경기장에 들어오는데 현역 시절보다 가슴이 더 두근거렸다”며 “오랜만에 수원 팬들에게 인사드릴 생각에 너무 떨렸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고종수는 수원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8세의 나이로 수원의 창단 멤버로 합류한 그는 데뷔 첫해 1골-4도움을 올리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전매특허인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을 앞세워 1998년 프랑스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같은 해 프로축구 K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현역 은퇴 후에는 수원의 코치로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천재 미드필더였지만, 그라운드를 떠나있던 시간은 길었다. 2019년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 감독 시절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며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물론 특유의 화려한 입담 덕에 휴식기 동안 수많은 방송 섭외와 유튜브 출연 요청이 쏟아졌지만 고종수는 외부 활동을 모두 끊었다. 자숙의 의미였다. 외부 활동 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후배 양성에만 매진해 왔다.
긴 침묵을 깨고 그라운드에 나선 이유는 단 하나, ‘팬’이었다. 고종수는 “수원 레전드 자격으로 참석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정말 고민 많았다, 저를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팬분들을 만날 수 있는 뜻깊은 자리라 출전을 결심했다”며 “수원의 영광을 함께했던 선후배 동료들과 오랜만에 호흡을 맞춰 더 기뻤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이번 경기가 그에게 더욱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올해 여덟 살이 된 아들이다. 축구 선수를 꿈꾸는 아들은 아빠가 과거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아직 잘 모른다. 고종수는 “아들도 왼발로 뻥뻥 잘 때린다”고 웃으며 “아들 앞에서 아빠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축구 선수였음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눈을 반짝였다.
이날 고종수는 후반 10분쯤 교체투입돼 14분간 뛰었다. 경기 전 훈련을 하다 근육이 올라온 탓에 전력질주가 불가능한 몸 상태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밟은 푸른 잔디와 팬들의 뜨거운 함성은 그의 가슴속 깊은 곳의 열정을 다시 깨웠다고 한다.

한편 고종수는 “쉬는 동안에도 축구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KH그룹 배상윤 회장님 등 또 KH그룹 임직원 분들이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다”며 “제가 정말 힘들 때 많은 도움을 주셨다. 부모님처럼 따뜻하게 해주셨다. 결국 이제는 그 은혜에 보답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어떤 위치가 될진 모르겠지만 한국 축구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슛포러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