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데이식스 멤버 원필이 확 바뀐 감성으로 돌아왔다. 후련함을 느끼게 감정을 터트리며 필터되지 않은 솔직한 마음을 담아낸 ‘언필터드(Unpiltered)’다.
원필은 지난 30일 첫 미니앨범 ‘언필터드’를 발표하고 솔로로 컴백했다. 이번 앨범은 2022년 첫 솔로앨범 ‘필모그래피(Pilmography)’ 이후 4년 만에 발표하는 솔로다. 그동안 공존해 온 다양한 마음의 변화를 음악으로 모아 만든 원필표 ‘감정 아카이브’다.
원필은 ‘언필터드’를 통해 필터없이 솔직한 내면과 서사를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타이틀곡 ‘사랑병동’을 비롯해 ‘톡식 러브(Toxic)’, ‘어른이 되어 버렸다’, ‘업 올 나잇(Up All Night)’, ‘스텝 바이 스텝(Step by Step)’, ‘백만송이는 아니지만’, ‘피아노’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사랑병동’은 바래지 않는 사랑의 고통에 무너진 채 겨우 버텨내는 삶 속에서 ‘날 구해 줘’라는 절박한 외침을 담아낸 곡이다.
‘언필터드’를 앞두고 원필을 만나 직접 이번 앨범에 대해 들어봤다.

Q. 4년 만에 솔로 컴백하는 소감이 어떤가.
‘필로그래피(Pilmography)’ 이후 4년 만에 ‘언필터드’로 나오게 됐는데, 너무 신기하고 사실 지금 이 모습도 믿기지 않는다. 준비하면서도 너무 감사했던 부분들이 많아서, 앨범이란 게 한 사람의 노력으로 나올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더 알게 됐다.
준비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했었다. 음악적인 것도 그렇고 티저 사진부터 뮤직비디오까지 많은 도전을 했어야 했다. 조금은 ‘내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게 있었는데 그래도 내 옆에 있는 모든 분들께서 도와주셔서 정말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Q. 어떤 도전들을 했나?
음악적인 것에서 항상 갈망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데이식스를 하면서도 계속해서 변신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대중이 생각하는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 밝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계속 이렇게 가야 할지, 다른 색으로 다가가야 할지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10주년 앨범을 계기로 마음 먹고 있던 상태였다. 그렇게 마음을 잡고 난 후에 작업한 게 이번 앨범이었다. 항상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망이 있는데, 이번 ‘언필터드’에 그 중간 지점을 한 것 같다. 특히 타이틀곡에서 조금 바꾸고 싶었다. 물론 데이식스의 이미지를 배제하면서 갈 수는 없고, 청춘에 대한 메시지를 우리도 좋아해서 안 할 수는 없다. 이번엔 앨범을 통해서 실험, 시도를 해봤던 것 같다.
Q. ‘사랑병동’은 변화의 폭이 큰 곡인데, 흑화하고 싶었나?
(웃음) 흑화를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그것도 사실, 그게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 중 하나였다. 마음 속에 있는 응어리를 풀고 싶었다. 그게 약간 흑화처럼 된 거다. 나이를 먹으며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라는 노래를 만들라고 해도 못 만들 것 같지만, 앞으로도 우리 나이대에서 느낄 수 있는 메시지들은 계속 할 것 같다. 이 나이대에만 올 수 있는 청춘의 노래들을 계속 할 것 같다. 기존에 있던 노래와 아예 다르게 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하면서 후련하긴 했다. 그동안 안 보여준 화를 내고, 울기도 엄청 울었다. 티저 찍을 때 콘셉트 필름이 있었는데 그때가 진짜 너무 울어서 힘이 빠지더라. 기력이 없었는데 하고 나니까 너무 후련했다. 안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들을 생각하고 상상하면서 눈물이 엄청 나왔던 것 같다.
Q. 데이식스가 갑자기 크게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생긴 건가?
부담감은 있긴 있지만 그게 크게 나의 마음을 그렇게 하진 않았다. 나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팬 분들이랑 시간을 같이 오래 보낼수록 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좋은 모습 보여줘야 하는데, 웃는 모습만 보여주고 좋은 에너지만 드리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아픈, 속상한 일들이 있을 때 티를 잘 안 내려고 하다 보니까 힘들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계속 참아왔던 그런 게 터질 수 있게 만드는 촬영들이었던 것 같다. 후련했다.
Q. 그런 감정을 터트리고 싶어진 이유,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사실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는 성격이다. 팬 분들의 기대를 져버리고 싶지 않았다는 마음이 제일 컸고, 안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싫었다. 그런 마음에 점점 감추고 살아왔다. 그렇게 음악으로 풀고 싶었다. 말을 하기보다. 음악으로 풀면 누군가는 음악이니까 하고 들을 수도 있을 것 같고.

Q. 솔로 음악을 할 때 데이식스와 다른 결로 생각하나?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어쨌든 팝을 좋아하고, 밴드를 좋아하고 나의 색깔이 뭘까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데이식스의 음악도 나의 색이 들어갔고, 아무래도 데이식스 태생이니까.
Q. 타이틀곡 ‘사랑병동’은 어떤 내면의 아픔을 표현했고, 어떤 메시지를 녹였나?
일단 앨범명도 ‘언필터드’였고, 회사도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진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게 뭐야?’라고 했을 때 지금의 나의 상태를 그냥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사랑병동’ 작업을 초창기에 했다.
나의 아픔 이런 얘기들도 있겠지만, 중의적으로 풀고 싶었다. ‘사랑병동’은 사실 이 세상에 없는 병동이잖아요. 어딘가에라도 이런 곳이 있다면, 마음 놓고 소리 지르면서 마음껏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디라도 터놓고 마음 편히 속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쓰게 됐다.
Q. ‘사랑병동’을 준비하고 부르면서 전후 마음이 달라졌나.
다 쓰고 나서 보는데 걱정이 되더라. 너무 센가? 나라는 사람이, 데이식스의 원필이라는 애가 행운을 빌어주려고 하던 애가 못 버틸 것 같다고 이런 메시지를 하는 게 맞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고민을 하던 시간들이 지나고 더 확고해졌다. 나는 이번엔 이렇게 보여드리고 싶었고, 너무 후련했다. 보면서 마음 아프기도 하고, 다 쓰고 나서 녹음을 했는데 좀 이상하더라. 뮤직비디오 찍을 때도 괜히 몰입이 되다 보니까 ‘내가 진짜 끝났다면, 내가 보고 있는 여기가 끝이라면’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딥하게 들어갔던 것 같다. 내 자신에게 몰입이 돼서 되게 딥해졌다.
Q.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했는데 가장 먼저 완성된 곡은?
제일 먼저 완성한 곡은 ‘사랑병동’인 것 같다. 거의 초반에 작업했던 곡이다. 이우민 작곡가와 되게 오랜만에 작업을 했었다. 그래서 ‘사랑병동’이 제일 빨리 나왔고, 제일 오래 걸렸던 것도 이 곡인 것 같다. 수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완성도 있게 나오고 싶어서 조금씩 수정을 했던 곡이다. 가사가 제일 빨리 나온 곡은 ‘피아노’라는 곡이었다.
Q. ‘언필터드’ 작업 과정은 어땠나?
아직까지도 매일 밤 스케줄 마치고 집에 혼자 있으면 계속 반복해서 듣는다. 지금 이 앨범에 나올 7곡을 계속 반복해서 듣는다. ‘필모그래피’라는 앨범을 같이 비교하면서 들으면서 ‘이걸 이겨낼 수 있을까? 이것보다 더 좋은가? 뭐가 맞을까? 차라리 발매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다.
그때는 딱 기록 같다. 그때의 내가 기록해 놓은 일기라고 해야 할까, 그때 내가 좋아했던 음악이었다. 지금 앨범 작업하라고 하면 그런 곡들은 안 쓸 것 같다. 지금 좋아하는 곡들로 작업한 거다. 지금도 또 다른 걸 쓰고 싶다. 계속 하고 싶다. 또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다.
Q. ‘언필터드’가 나왔을 때 어떤 반응을 듣고 싶나?
당연히 너무 좋다는 말이다. 한 편으로는 ‘아쉬운데’라는 반응이 오더라도, 어떠한 반응이더라도 보고 싶다. 혼자 상상만 하니까 빨리 이 파도를 맞고 좀 보내주고 싶다. 혼자서 앓고 있는 감정들을 빨리 보내주고 싶다. 궁금해 미치겠다.
Q. 데이식스 멤버들의 반응은 어땠나?
진짜로 좋다고 했다. 너무 좋고 새롭다고. 데이식스를 빨리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빨리 넷이서 곡 작업을 하자는 마음을 하고, 새롭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필모그래피’ 때는 형들 군대에 있어서 제대로 못 들려줬다.
Q. 원필을 필터 없이 보여주는 앨범 가사가 강한 면도 있다.
‘사랑병동’ 안에서도 수위 조절을 어느 정도 한 거였다. 계속 깎아냈는데 마지막 가사 만큼은 안 깎아고 싶었다. 다른 곡들은 힐링되는 곡들이기 때문에 너무 슬프게 안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다들 살아가면서 사회생활도 해보고, 사람 때문에 더 힘든 게 많은데 솔직하게 표현할 수도 없고 말을 할 수 없으니까 안에서 곯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이 들었을 때 속 시원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대신해서 말해주는 느낌이 됐으면 좋겠다. 무슨 일은 없다. 그냥 내면에 있는 걸 더 극대화해서 썼던 거다. 누군가의 말을 빌려서 대신 이 노래로 속 시원하게 들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거다.

Q. 첫 솔로앨범 이후 4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어떤 성장과 변화가 담겼나?
첫 솔로 앨범과 지금까지 시간이 4년이었는데 음악적으로 어떻게 성장했는지 잘 모르겠다. 그때 좋아했던 음악들과 지금 좋아하는 음악은 다르다. 나쁜 음악 좋아하는 것 같다. 착함이 있는 노래도 좋아하는데, 뭐랄까 이매진 드래곤스도 좋아하고, 요즘에 너무 빠져 있다. 그런류의 음악도 너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이번에 작업하면서 많이 느꼈던 것은 나도 모르게, 10년 이상 곡 작업을 해오다 보니까 내가 편하고 좋아하는 멜로디 라인들이 있다. 그걸 조금씩 다르게 만들고 싶었다.
홍지상 작곡가님은 멘토, 스승님 같은 분인데 이번에 작업하면서 진짜 많은 이야기를 했다. ‘너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트랙을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있지만, 이젠 그걸 넘어서 다르게 접근을 해도 좋아하게 설득시켜야 한다’고 하혔다. 전환점이 됐고, 거기에서 비롯돼서 작업했다.
Q. 박진영의 반응은 어땠나?
‘여태껏 데이식스에서 보여주던 원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고, 새로운 원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확장성을 느꼈다’고 피드백을 주셨다. 좋게 들어주셨다. 처음 솔로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잘해낼 수 있을 거라고, 너무 부담갖기 말고, 단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딱 의도한대로 느껴주셔서 좋았다.
Q. 데이식스를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라고 했는데, 원필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어렵다.. 뭘까.. 청춘을 노래한는 밴드도 팬 분들이 정해줬던 것 같다. 나는 그냥 너무 뻔한데, 듣고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을!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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