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96분 명승부가 문제라고?” 中 분노 폭발… ‘졸음 논란’ 핑계로 배드민턴 죽이려 하나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2.31 00: 36

중국 포털 ‘넷이즈’는 30일(한국시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의 3세트 15점제 개혁 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배드민턴이 처한 진짜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그만큼 역사에 남을 한 해를 보낸 안세영이다. 그는 올해 말레이시아 오픈을 시작으로 인도 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 전영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 일본 오픈, 중국 마스터스, 덴마크 오픈,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에서 차례로 우승하며 10관왕에 올랐다. 이는 2023년 자신이 세웠던 여자 단식 단일 시즌 최다승(9승) 기록을 넘어서는 업적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안세영은 지난 2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중국)를 게임 스코어 2-1(21-13 18-21 21-10)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총 1시간 36분이 걸린 혈투였다. 안세영도 매치 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왼쪽 허벅지에 경련이 왔지만, 투혼을 발휘해 승리를 따내며 시즌 11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2025년 마지막 대회에서도 정상에 등극하며 2019년 일본의 전설적인 남자 단식 선수 모모타 겐토가 세운 최다승 기록(11승)을 따라잡았다. 그는 지난해 월드투어 파이널에선 왕즈이에 패하며 준결승 탈락했지만, 이번엔 결승에서 당시 패배를 되갚아주며 4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다.
안세영의 시즌 11번째 우승으로 탄생한 대기록은 11관왕만이 아니다. 그는 월드투어 파이널 단식 우승으로 상금 24만 달러(약 3억 4400만 원)를 획득했다. 그 덕분에 역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상금 수입 100만 달러(약 14억 4500만 원)를 넘기며 배드민턴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625465달러(약 9억 원)의 상금 수입을 올린 2위 왕즈이(중국)와 격차도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안세영 경기 직후 배드민턴의 15점제 개혁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논쟁의 출발점은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25 BWF 월드투어 파이널 여자 단식 결승이었다. 안세영이 왕즈이를 2-1(21-13, 18-21, 21-10)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경기였다.
96분에 달한 명승부였지만, 현지 중계 화면에 포착된 관중들의 ‘졸음 장면’이 논란을 키웠다. 일부에서는 “경기가 너무 길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는 곧바로 BWF가 추진 중인 15점제 개혁의 명분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넷이즈의 시선은 달랐다. 매체는 “테니스 그랜드슬램 결승은 평균 3시간이 넘지만, 아무도 길다고 불평하지 않는다”며 “왜 배드민턴의 96분은 문제로 지적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문제는 경기 시간이 아니라, 관중이 그 시간을 견딜 수밖에 없는 단조로운 관람 구조”라고 지적했다.
넷이즈는 현재 배드민턴 대회의 구조적 피로를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하루에 여러 경기를 묶어 판매하는 티켓 시스템, 경기 간 휴식이 거의 없는 빡빡한 일정, 선수와 관객 모두 숨 돌릴 틈이 없는 운영 방식이 관람 경험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관중은 클라이맥스를 음미할 시간조차 없이 다음 경기로 밀려난다”는 표현은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특히 15점제에 대한 비판은 날이 섰다. 넷이즈는 “강력한 압박 속에 이미 여러 대회가 15점제를 시험했지만, 많은 경기가 10분 만에 끝나버렸다”며 “극적인 반전도, 서사도 없이 혼란스럽고 형편없는 경기만 남았다”고 혹평했다. 짧아진 경기가 오히려 재미를 앗아갔다는 주장이다.
매체는 테니스와의 비교하면서 “테니스가 지루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세트 시스템”이라며 “한 세트가 끝나면 관중도, 선수도 심리적으로 숨을 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드민턴은 “입장해 자리에 앉아 코트만 바라보다가 끝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랠리가 길어지거나 흐름이 정체되면, 관중의 관심은 다른 즐길 거리로 이동할 수 없고 곧바로 피로와 졸음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넷이즈는 이를 “빈 방에 가둬 놓고 모래시계를 96분 동안 보게 하는 것”에 비유했다.
전술적 측면에서도 15점제는 문제를 낳는다. 매체는 “15점과 21점은 완전히 다른 스포츠”라며 “린단은 보통 15-15 이후부터 진짜 승부를 시작했는데, 점수 체계가 바뀌었다면 전설적인 선수도 2류 선수에게 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5점제는 공격형 선수에게 유리하지만, 정교한 볼 컨트롤과 인내를 무기로 삼는 선수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분석이다. 코타 나라오카처럼 점유율 기반 플레이를 펼치는 유형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넷이즈는 대안도 제시했다. “점수만 줄일 것이 아니라 휴식 시간을 늘리고, 마지막 게임만 15점으로 조정하는 절충안도 고려할 수 있다”며 “또 경기장 외부 공간을 개선해 관중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세계배드민턴연맹 회장 폴-에릭 회이어 라르센이 언급한 ‘경기장 외부 공간 개선’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넷이즈는 “시간을 줄이면 시청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며 “파편화된 시대에 영합하기 위해 스포츠의 본질을 희생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배드민턴이 ‘지루한 스포츠’라는 오명을 벗고 싶다면, 점수가 아니라 경험을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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