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을 바꾼 남자” 레비, 논란 넘어 왕실 훈장… 20년 헌신에 영국이 답했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2.30 21: 48

다니엘 레비 전 회장이 마침내 ‘공식적인 평가’를 받았다. 논란과 공이 늘 공존했던 인물에게 영국 왕실이 훈장을 수여했다. 토트넘 홋스퍼를 20년 넘게 이끌었던 레비 전 회장이 대영제국 훈장(CBE)을 받는다.
미국 매체 ESPN은 30일(한국시간) “레비가 토트넘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 약 4개월 만에 CBE를 수훈했다. 그는 토트넘 지역 사회와 자선 단체에 기여한 공로로 2026년 새해 영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CBE는 영국 사회 전반에 의미 있는 공헌을 한 인물에게 수여되는 훈장으로, 기사 작위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높은 위상을 지닌다.

레비 전 회장의 수훈 배경은 명확하다. 그는 200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토트넘을 이끌며 구단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글로벌 '디 애슬래틱'에 따르면 토트넘은 2006년 공식 자선 단체인 토트넘 홋스퍼 재단을 설립해 20년 가까이 지역 사회 프로젝트를 주도해 왔다. 교육, 고용, 복지, 청년 지원 등 구단의 영향력은 축구장을 넘어 확장됐다.
2019년 개장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인프라로 평가받는 이 경기장은 NFL 경기와 대형 콘서트, 복싱 이벤트까지 유치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단순한 ‘축구장’이 아닌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기능했다는 평가다.
교육과 문화 영역에서도 발자취는 분명하다. 토트넘은 우수 학생을 위한 ‘런던 아카데미 오브 엑셀런스 토트넘(LAET)’을 후원했고, 예술 재단 사라반드와 협력해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해 왔다. LAET 관계자는 “레비의 비전은 수천 명의 청년에게 교육을 통한 기회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레비 전 회장은 늘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재정 안정과 인프라 구축으로 토트넘을 빅클럽 반열에 올려놨다는 평가와 동시에, ‘우승을 위한 과감함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선수단 내부에서도 야망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팬들의 불만 역시 임기 말로 갈수록 커졌다.
애슬래틱c은 “레비 임기의 마지막 몇 년은 잦은 감독 교체와 팬들의 반발로 얼룩졌다”며 “유로파리그 우승 직후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된 장면은 상징적이었다”고 짚었다. 공과가 극명하게 갈린 이유다.
그럼에도 레비 전 회장은 토트넘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토트넘은 단순한 축구 클럽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중요한 일부”라며 “내가 남긴 가장 큰 업적은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밝혔다.
레비 체제의 상징적 성공 사례로는 손흥민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영입된 손흥민은 토트넘의 아이콘으로 성장했고, 현지 매체들은 그를 “레비의 최고의 영입”으로 평가했다. 손흥민 역시 레비의 퇴임 당시 “25년 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일을 해냈다”며 존경을 표했다.
평가는 여전히 엇갈린다. 그러나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레비 전 회장은 토트넘을 바꿨고, 그 변화는 축구를 넘어 지역 사회까지 닿았다. 왕실 훈장은 그 긴 시간에 대한 영국 사회의 하나의 결론이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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