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강하다”.
조추첨 직후 나왔던 경계의 목소리가 현실이 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상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저력을 증명하며 토너먼트에 안착했다.
남아공은 30일(한국시간) 모로코 마라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짐바브웨 축구 국가대표팀을 3-2로 제압했다.

이 승리로 남아공은 2승 1패(승점 6)를 기록, 같은 날 앙골라와 비긴 이집트 축구 국가대표팀에 이어 조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남아공은 앙골라를 잡고, ‘대회 최다 우승국’ 이집트에만 석패했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에서 자력으로 토너먼트 티켓을 따냈다.
1996년 자국 대회 우승의 기억, 2023년 대회 3위에 이어 이번에도 조별리그를 통과했다는 사실은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경기 내용 역시 단단했다. 남아공은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넣었고, 실점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리드를 잡았다가 동점을 허용하는 상황에서도 경기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후반 37분 VAR 끝에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는 ‘토너먼트 팀’의 면모였다.
이는 앞서 월드컵 조추첨 직후 나왔던 평가와 맞닿아 있다. 당시 현지와 유럽 매체들은 “남아공은 수비 조직력과 전환 속도가 뛰어나며, 개최국이 아닌 4시드 팀 중에서도 까다로운 유형”이라고 분석했다.
공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역습과 세트피스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스타일은, 단기 토너먼트에서 특히 위험하다.
한국 입장에서도 의미 있는 신호다. 북중미 월드컵 A조에서 대한민국은 개최국과 함께 남아공을 상대한다. 겉으로 보기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일 수 있지만, 최근 흐름은 결코 만만치 않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라는 ‘실전 무대’에서 검증된 경쟁력은 평가 절하하기 어렵다.
남아공은 내년 1월 5일 F조 2위와 8강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F조에는 ‘디펜딩 챔피언’ 코트디부아르 축구 국가대표팀를 비롯해 카메룬, 모잠비크가 포진해 있다. 또 한 번의 시험대다.

월드컵은 준비의 싸움이다. 남아공이 보여주는 현재의 밀도와 집중력은 분명 경계 대상이다. 조추첨 당시 ‘복병’이라는 표현은 이제 과장이 아니다.
생각보다 강하다. 그리고 그 ‘생각보다’가 월드컵에서는 결과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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