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연기파 배우이자 코미디언 클레어 브로슈(Claire Brosseau, 48)가 “치료가 불가능한 정신질환으로 더는 버틸 수 없다”며 의사 조력 사망(안락사)을 선택하겠다는 뜻을 공개해 큰 논란을 낳고 있다.
데일리메일의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브로슈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조울증(양극성 장애)을 시작으로 불안장애, 만성 섭식장애, 성격장애, 약물 남용 장애, PTSD 등 다수의 정신질환을 수십 년간 앓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14세 때 처음 진단을 받은 이후, 북미 전역에서 정신과·심리치료를 받았고 수십 종의 약물과 치료, 심지어 가이드형 환각치료까지 시도했지만 호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의 연기 커리어는 화려했다. 몬트리올의 명문 연극학교를 거쳐 뉴욕 Neighborhood Playhouse School of the Theater에서 수학했고, 뮤지컬·영화·TV에서 꾸준히 활동했다. 제임스 프랭코, 다니엘 스턴과 함께한 프로젝트, 방송 출연, 코미디 클럽 계약 등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촬영장에서는 웃고 일했지만, 호텔로 돌아오면 밤마다 무너졌다”고 고백했다.

결정적 전환점은 2021년이었다. 커리어 침체 속 극단적 시도 이후, 그는 캐나다의 의료적 조력 사망 제도(MAiD)에 신청하기로 결심했다. MAiD는 ‘회복 불가능하고 중대한 질환’을 가진 성인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지만, 정신질환만을 사유로 한 신청은 현재까지 유예되어 있다. 이 유예는 2023년 종료 예정이었으나 두 차례 연기돼 2027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이에 브로슈는 “치유 불가능한 신체 질환자들과 동등한 선택권을 달라”며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소송은 즉각적인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지지자들은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반면, 반대 측은 정신질환의 가변성과 회복 가능성을 이유로 신중론을 편다.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토론토대 정신의학과의 Gail Robinson 교수는 “MAiD가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며 지지를 표한 반면, 주치의 중 한 명인 Mark Fefergrad 박사는 “회복 가능성이 있으며 MAiD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브로슈는 이미 가족·지인들과 ‘작별 만찬’을 열어 자신의 결정을 알렸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의 목소리가 논의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의 선택을 둘러싼 법적 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어디로 향할지, 캐나다 전역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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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Winnipeg Comedy Festival 유튜브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