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레비 전 토트넘 홋스퍼 회장이 영국 국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 훈장을 받는다.
'ESPN'은 30일(한국시간) "레비가 토트넘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 약 4개월 만에 CBE(대영 제국 훈장 3등급)를 수여받았다. 그는 토트넘 지역 사회와 자선 단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6년 새해 영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라고 보도했다.
CBE는 대영 제국 훈장 3등급의 약자로, 영국의 공공 생활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훈장이다. 이는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훈장 중 기사 작위나 여사 작위 다음으로 가장 권위 있는 훈장이기도 하다.


레비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지난 9월까지 토트넘을 이끌었던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받게 됐다. 그는 성명을 통해 '겸손한 마음'을 표하며 "토트넘 클럽의 모든 구성원들과 지역 파트너들이 공유한 열정과, 헌신, 스포츠의 힘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뤄낸 긍정적 변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디 애슬레틱'은 "레비 전 회장의 이번 수훈은 토트넘 재임 기간 동안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한 노력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토트넘은 2006년 공식 자선 단체인 '토트넘 홋스퍼 재단'을 설립해 지난 20년간 지역 사회 봉사 활동을 이끌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체는 "또한 2019년엔 새로운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개장했다. 이는 7년 가까이 토트넘 홈구장으로 쓰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NFL 경기, 주요 콘서트, 복싱 경기 등을 개최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의 지역 사회 공헌 활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토트넘은 우수 학생들을 위한 '런던 아카데미 오브 엑셀런스 토트넘(LAET)' 후원을 진행 중이며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이 설립한 예술 재단 '사라반드(Sarabande)’와 파트너십을 맺고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얀 발론 LAET 교장은 "레비의 비전은 수천 명의 청년에게 교육을 통한 인생 역전 기회를 제공했고, 지역 사회에 뿌리를 둔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강력한 힘을 보여줬다. LAET의 구성원 모두 진심으로 기쁘다"고 밝혔다. 사라반드의 트리노 버케이드 CEO도 "레비 전 회장은 늘 토트넘에 대한 비전과 이 지역에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난 축구는 잘 모르지만, 지역 사회와 다음 세대를 향한 그의 확고한 의지만큼은 보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레비 회장은 지난 9월 대주주인 루이스 가문에 의해 해임되며 토트넘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 2001년 에닉(ENIC) 그룹이 토트넘을 인수한 후로 쭉 토트넘 회장을 맡아왔으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공식적으로는 레비 회장의 자진 사임이지만, 구단 차원의 선택으로 알려졌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는 공식 발표 몇 시간 전에야 이 사실을 통보받았다.
공도 과도 뚜렷한 인물이다. 레비 회장은 훌륭한 구단 재정 운영을 바탕으로 토트넘을 명실상부한 빅클럽 반열에 올려뒀다. 또한 62000석 규모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완공하는 등 토트넘을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팀으로 만들었다.
다만 돈을 너무 아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선수단 내에서조차 레비 회장이 우승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 토트넘의 주장이자 수문장으로 활약했던 위고 요리스가 팀을 떠난 뒤 그의 야망 부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디 애슬레틱은 "다만 레비 회장의 임기 마지막 몇 년은 팬들의 불만 증가와 잦은 감독 교체로 얼룩졌다. 특히 빌바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레비 회장은 여전히 토트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내게 토트넘은 단순한 축구 클럽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지역 사회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교육, 고용, 건강 및 사회 통합 분야에서 추진해 온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 재건에 기여해 온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경기장 개발과 경기 결과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내가 남긴 가장 큰 업적은 토트넘과 그 너머 지역 주민들의 삶에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되길 바란다. 축구 클럽은 지역 사회에서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며, 토트넘은 항상 이러한 책임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 왔다"라고 강조했다.
토트넘 서포터즈 그룹 '프라우드 릴리화이츠'의 설립자이자 공동 의장인 크리스 파우로스 역시 레비 회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평가는 엇갈릴 수 있지만, 레비가 토트넘을 중위권 팀에서 상위권 경쟁을 당연시하는 팀으로 바꿔놨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월드클래스 수준 경기장과 지역사회 포용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분명한 유산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디 애슬레틱 역시 "토트넘은 레비 회장의 24년 재임 기간 동안 2008년 리그컵과 2025년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새 훈련장과 스타디움 등 영국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했다"라고 짚었다.
그 덕분에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빅클럽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엔 손흥민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5년부터 지난여름까지 토트넘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팀 토크'는 "손흥민은 진정한 토트넘 레전드다. 훌륭한 선수, 훌륭한 사람, 그리고 레비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영입"이라며 그를 레비 회장 최고의 영입이라고 극찬했다.
손흥민은 지난 9월 떠나는 레비 회장을 향해 작별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난 10년 동안 그곳에 있었다. 난 그가 그냥 여기서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레비 회장은 25년 동안 토트넘에 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일을 해냈다. 앞으로 그에게 최고의 행운이 따르길 바란다. 그가 나를 위해 해준 일에 정말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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