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FA 시즌을 맞이했다고 비활동기간을 특별하게 보낸 건 없다. 또 한 번 FA 대박을 노리겠다고 지옥훈련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자부할 수 있는 건 있다. ‘스승’ 강정호에게 2년 연속 수련을 받으며 올해 타격에 대한 더 큰 확신을 얻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4번타자 김재환(37)은 지난 24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호주 시드니로 출국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김재환은 “작년보다 느낌이 더 좋은 거 같다. 미국에 다녀와서 혼자 연습을 해보니 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걸 확인했다”라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2022시즌 4년 115억 원 FA 계약 이후 부진을 거듭한 김재환은 2024시즌에 앞서 절치부심을 외치며 지옥훈련을 자청했다. 이례적으로 이천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의 맨투맨 특별 지도를 받았고, 곧바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해 2023년 손아섭(NC 다이노스)의 생애 첫 타격왕을 도운 강정호 아카데미에서 타격폼 및 이론을 재정립했다.
김재환은 지난해 FA 계약 3년차를 맞아 잠실 거포의 위용을 되찾았다. 시즌 136경기 552타석을 소화, 타율 2할8푼3리 134안타 29홈런 92타점 78득점 장타율 .525 OPS .893를 기록하며 홈런, 장타율 8위, OPS 10위 등 장타 부문 각종 상위권 지표에 이름을 올렸다. 2023시즌과 비교해 2루타(15개→28개), 홈런(10개→29개), 장타율(.331→.525)이 나란히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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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은 29홈런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강정호 스쿨에서 비활동기간을 보냈다. ‘전직 메이저리거’ 강정호의 타격 지도를 받으면서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를 착실히 준비했다.
김재환은 “지난 시즌은 새롭게 배운 이론을 정립하는 과정이었다. 아예 공을 보는 방법 자체를 바꿨다”라며 “지금은 느낌이 너무 좋다. 빨리 야외에서 쳐보고 싶다”라고 전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절치부심을 외친 후배 김대한과 함께 강정호 스쿨로 향했다. 김재환은 “(김)대한이는 두산에서 그 누구도 갖지 못한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 알게 된다면 너무나 좋은 성적을 낼 거로 믿는다”라며 “함께 훈련하면서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다. 체증 증가를 위해 잔소리도 많이 했다”라고 후배의 반등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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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또한 올해가 지난해 못지않게 중요하다. 2024시즌이 부진 탈출의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확실하게 정립된 타격을 통해 4년 115억 원 FA 계약의 피날레를 장식해야 한다.
김재환은 “사실 잘 모르겠다.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인지 감이 잘 안 온다. 올해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것도 주위에서 이야기를 하니까 듣게 되는 것이다”라며 “올해도 똑같다. 예비 FA라는 걸 딱히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어떻게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지만, 좋은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예비 FA 시즌을 맞이한 덤덤한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어떤 해라고 더 열심히 준비하고, 또 어떤 해라고 덜 준비하는 건 없다. 똑같이 준비를 했고,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거 외에는 다 똑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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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은 올해 김재호의 은퇴, 허경민의 이적으로 신임 주장 양의지를 도와 젊은 야수조를 이끌어야하는 중책도 맡게 됐다.
후배들을 향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김재환은 "언제부터 두산이라는 팀이 어린 선수를 달래고 키웠나.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프로이기 때문에 한국시리즈에 가서 우승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라며 "우리 모두가 정신 차리고 잘했으면 좋겠다. 다들 책임감이 강해서 올해 충분히 잘할 것”이라고 올해 4위 그 이상의 순위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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