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일본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24)를 영입한 데에는 클레이튼 커쇼(37)의 영향력도 없지 않았다. FA 신분으로 시장에 나와 있지만 다저스의 사사키 영입을 위한 영상을 찍어 보낼 정도로 팀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사사키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입단식을 가졌다. 이날 사사키와 계약을 공식 발표한 다저스는 스탠 카스텐 회장,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운영사장, 브랜든 곰스 단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 등 수뇌부가 모두 나와 사사키 입단을 축하했다.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를 비롯해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사키 영입 과정에서 다저스는 소속 선수들의 영상 메시지로 어필했다. 그 중 한 명이 커쇼로 영상을 통해 사사키에게 다저스에 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엄밀히 말해 커쇼는 지금 다저스 소속 선수가 아니다. 지난해 2월 다저스와 1+1년 보장 500만 달러에 FA 계약했는데 커쇼가 2025년 선수 옵션을 실행하면 최대 10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시즌 후 커쇼는 옵션을 사용하지 않고 FA 권리를 얻었다.
FA 상태로 두 달 넘게 시간이 흐른 사이 다저스는 공격적인 선수 보강을 했다. 계약금 650만 달러로 잡은 사사키 외에도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5년 1억8200만 달러), 구원투수 테너 스캇(4년 7200만 달러), 내야수 김혜성(3년 1250만 달러),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1년 1700만 달러) 등을 FA 영입했다. FA로 풀린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3년 6600만 달러)와 재계약하고, FA를 1년 남겨둔 유틸리티 야수 토미 에드먼(5년 7400만 달러)과도 연장 계약했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을 마친 오타니가 올해부터 투타겸업을 재개하는 가운데 스넬, 사사키 영입으로 다저스는 선발투수가 넘친다. 기존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노우에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오는 토니 곤솔린, 더스틴 메이도 있다. 신예 바비 밀러, 랜던 낵까지 어림잡아 내년에 가동할 수 있는 선발투수 자원만 무려 9명에 이른다.
이렇게 선발투수가 넘치다 보니 커쇼 입지도 애매하지만 다저스와 재결합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곰스 단장도 이날 사사키 입단식에서 “커쇼와 재계약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커쇼도 다른 팀을 생각했다면 사사키 영입을 위한 영상을 찍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선발투수 사사키가 오면 자기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지만 커쇼는 다저스 팀을 위해 진심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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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퍼레이드 때 ‘영원한 다저스맨’을 팬들 앞에서 선언했다. 선수 옵션을 포기하고 FA가 된 것은 새로운 계약을 위해 시간을 벌고, 오프시즌 다저스의 로스터 유연성을 위한 결정으로 해석됐다. 커쇼가 빠지면서 40인 로스터에 한 자리 여유가 생긴 다저스는 룰5 드래프트에서 유망주를 추가 보호했다.
지난해 시즌 후 왼쪽 무릎, 엄지발가락 수술을 받은 커쇼는 올해도 시즌 초반에 합류할 수 없다. 복귀 시점이 잡히면 그에 맞는 새로운 계약을 다저스와 또 체결할 예정이다. 곰스 단장에 따르면 커쇼는 투구 프로그램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마운드에는 오르지 못했다. 복귀 시점을 가늠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에도 1년짜리 단년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커쇼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다저스와 기본 1년 계약을 했다. 그동안 고향팀 텍사스 레인저스 이적설이나 현역 은퇴설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커쇼 스스로 다저스 잔류를 선언하며 현역 연장 의지를 일찌감치 내비쳤다. 2008년부터 17년 몸담은 다저스를 떠나지 않고 새 시즌을 준비한다. 당장 다저스 선발진이 넘쳐 보이지만 상당수가 내구성 문제를 안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커쇼의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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