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이 널 무서워 해야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27)의 2024년은 잠재력이 터진 한 해였다. 이전의 황성빈은 일방적인 스윙의 빈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툭 갖다 맞히는 콘택트 히팅과 기습번트 시도가 잦았다. 빠르고 강한 양질의 타구를 생산해내지 못했다.
입단과 동시에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해결하고 맞이한 2022년 데뷔 시즌, 황성빈은 102경기 타율 2할9푼4리(320타수 94안타) 1홈런 16타점 62득점 10도루 OPS .707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2023년 74경기 타율 2할1푼2리(170타수 36안타) 8타점 9도루 OPS .533의 성적에 그쳤다. 부주의한 부상으로 공백기를 가져야 했고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하고 갖다 맞히는 타격의 빈도가 많아졌다. 황성빈 나름의 생존 방법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성적도 퇴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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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은 발 빠른 선수로 전락하는 듯 했다. 하지만 발을 무기로 하는 선수가 도루 성공률이 썩 좋지 않았다. 2022~2023년, 두 시즌 동안 19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는데 실패 역시 17개에 달했다. 52.8%로 절반을 갓 넘는 도루 성공률에 그쳤다. 강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2024년 개막 당시, 황성빈은 주전에서 밀려나 있었다. 김민석(현 두산) 윤동희 고승민 등에게 외야 자리를 내줘야 했다. 하지만 황성빈은 기다렸고 기회가 오자 쟁취해서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 김민석은 부상과 부진으로 자리를 비웠고 고승민은 시즌 초반 2루수로 다시 옮겨서 정착했다.
황성빈에게 기회가 자연스럽게 찾아왔고 그라운드를 쉴새 없이 누비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황성빈은 방망이만 툭 대면서 맞히는데 급급한 타격 모습이 확연하게 줄였다. 타석에서 자신의 스윙을 제대로 펼쳤다.
임훈 타격코치의 끊임없는 조언이 결국에는 황성빈의 마음가짐을 바꿔놓았다. 인내하며 기회를 기다린 끝에 4월 중순부터 주전 외야수로 도약했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롯데의 공격첨병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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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코치는 “(황)성빈이 같은 유형의 타자들은 반대쪽으로 치라고 많이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럼 타이밍이 완전히 늦는 것이다. 하지만 몸을 활용해서 강하게 당겨칠 수 있게끔 많이 얘기를 했다. 찬스볼들을 다 파울 시키는 것보다는 자기 스윙을 하면서 강하게 당겨서 치는 메커니즘과 방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라고 설명했다.황성빈을 상대에 위협적인 타자로 만들기 위한 임훈 코치의 설득이 이어졌다. 그는 “툭툭 갖다 맞히다가 아웃이 되는 것보다는 상대 투수들에게 잘못하면 크게 한 방 맞을 수도 있다는 개념을 심어주고 싶었다. 성빈이도 그런 타자라는 것을 각인 시켜야 했다”라며 “그래서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갖다 대고 뛰어도 된다고 했다. 어차피 2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은 모두가 1할대다. 하지만 초반 카운트 때는 강하게 스윙하라고 했다. ‘상대 투수들이 널 무섭게 해야 한다’라는 개념을 끊임없이 주입시켰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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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 이런 임훈 코치를 믿고 따랐다. 황성빈도 제대로 스윙 하면 무서운 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 결과 황성빈의 시즌 성적은 125경기 타율 3할2푼(366타수 117안타) 4홈런 26타점 94득점 OPS .812로 훌륭했다. 데뷔 첫 3할 타율에 홈런도 무려 4개나 때려냈다. 4월 21일 사직 KT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멀티 홈런 경기를 완성했고 이어서 열린 2차전에서도 홈런 1개를 추가, 하루에 3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마성의 황성빈’의 잠재력이 터졌다.
황성빈은 시즌 중에도 임훈 코치에 대한 감사 인사를 기회가 될 때마다 전했다. 황성빈은 시즌 중 “임훈 코치님도 꼭 인터뷰를 해달라”라며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다. 그만큼 황성빈은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도와준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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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제가 노력을 하는 부분에 의심할 때가 있다. 노력한대로 결과가 나오고 있는지 생각을 해봤는데 틀린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너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라며 “임훈 코치님은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의 틀을 바꿔주셨다. 제가 잘 걸어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잡아주셨다.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 모를 때 이렇게 걸어가면 된다고 도와주셨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황성빈은 위협적인 타자가 됐다. 타석에서 뿐만 아니라 누상에서도 51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2010년 김주찬 이후 14년 만의 롯데 50도루 기록이었다. 도루 성공률도 83.6%로 비약적인 상승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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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분에서 커리어 하이를 쓴 황성빈은 ‘윤고나황’이라는 롯데 코어 전력이 됐고 지난해 연봉 7600만원에서 103.9% 상승한 1억5500만원에 2025년 연봉 계약을 마무리 했다. 롯데 타선에 그동안 없었던 유형이다.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 됐다. 황성빈은 첫 억대 연봉에 만족할 수 있을까. 2025년, 롯데 역사상 최고의 리드오프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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