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강풀 작가와 배우이자 감독 김희원이 뭉쳤다. 인기 웹툰에서 드라마로 재탄생한 '조명가게'가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을까?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컨벤션 센터 그랜드볼룸에서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엄태구,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신은수, 김선화, 김희원 감독, 강풀 작가 등이 참석했다.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명가게'는 2023년 전 세계 뜨거운 신드롬을 일으킨 '무빙'의 뒤를 이을 디즈니+ 최고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강풀 작가의 두 번째 각본 집필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풀 작가의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자 누적 조회수 1.5억 뷰를 돌파,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동명의 인기 웹툰 '조명가게'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며 시리즈를 통해 보다 확장된 캐릭터 서사를 담는다.
연출에는 '무빙'에서 정원고의 담임 선생님 최일환 역을 비롯해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 김희원이 감독을 맡아 첫 시리즈 연출에 도전했다. 김희원과 강풀은 '무빙' 때 배우-작가로 만났으나, 이번엔 감독-작가로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여기에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미스터리한 11인 캐릭터는 주지훈부터 박보영까지 화려한 라인업을 완성했다.
주지훈은 산 자와 죽은 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조명가게 사장 원영을, 박보영은 낯선 사람들을 보는 중환자 병동 간호사 영지를, 김설현은 흰 옷을 입고 밤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미스터리한 여인 지영을, 엄태구는 매일 밤 버스 정류장에서 낯선 여인 지영을 마주치는 남자 현민을, 이정은은 딸 현주를 매일 조명가게에 전구 심부름을 시키는 유희를, 신은수는 엄마와의 약속을 위해 매일 조명가게를 들르다가 기묘한 일을 겪는 현주를, 김민하는 오래된 빌라로 이사간 뒤 자꾸 이상한 일을 겪는 작가 선해를 각각 연기했다.
첫 연출을 맡은 김희원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제일 고민을 한 부분은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하면 신선하게 받아들일까 정서를 고려했다"고 신경 쓴 부분을 언급했다.
강풀 작가는 원작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를 풀었다며,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데 좀 더 파고들었다. 인물과 인물간의 관계를 좀 더 보여주고 싶었다. 그림으로 보여주고 싶은 부분에서 재능의 한계가 많았는데, 배우님과 감독님의 연출, 스태프로 인해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걸 전부 표현했다. 원작 팬들도 충분히 만족할 것"이라며 웹툰과 다른 부분을 공개했다.
주지훈은 "작업을 하다보면 당연한 걸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선배 김희원과 하면서 연출의 교과서라고 느꼈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하나도 어기지 않고 꾸준히 하시는 걸 보면서 현장에서 너무 좋았다. 함께 약속하고, 사전에 얘기한 그대로 진행됐다. 배우로서 이렇게 훌륭한 현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사했다"고 만족했다.
김희원과 처음 작업한 박보영은 "너무 좋은 현장이었고, 놀란 부분도 있었다. 감독님께서 배우를 하고 계시는데, 어떤 동선이 있으면 직접 연기를 해보고 동선이 복잡하면 본인이 다 해보셨다"며 "'이런 게 불편한데 어떠니?' '움직이면서 하는 대사가 내가 해보니까 불편할 것 같아서 동선을 수정하는 게 어때?' 먼저 말씀해주셔서 가장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매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김희원 감독님이 전화를 항상 해주셨다. '괜찮았니? 오늘 어땠니?' 해주셔서 너무 따뜻하고 섬세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에 주지훈은 "난 전화를 한 통도 못 받았다"고 고백했고, 이정은은 "난 내가 전화를 한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원작과의 싱크로율에 대해 김설현은 "엄태구 선배님도 현장에서 연기할 때 집중력이 좋아서 도움을 받았던 게 있었다. 너무 감사하게 촬영했다. 직접 보니까 비슷한 것 같아서 나도 공개될 드라마가 기대된다"고 했다. 엄태구는 "촬영하면서 내 싱크로율은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은데, 설현 씨는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며 결과물을 기대케 했다.
엄태구는 "설현과 호흡이 너무 좋아서 8부작인 게 아쉬웠다. 더 길게 호흡을 해보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김설현도 "태구 선배님을 처음에 만났을 땐 대화할 기회도 적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만나서 호흡을 해보니까 전보다 훨씬 호흡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선배님이 배려도 많히 해주셔서 너무 좋은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답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 이어 '조명가게'에서도 간호사로 열연한 박보영은 실제 절친 중에서도 간호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C 박경림은 "이제 간호사를 너무 잘 알 것 같다"는 말에 박보영은 "그래도 내가 (간호사 일을) 하면 불법이라서 하는 순서만 기가 막히게 알고 있다. 그래서 병원에 갈 때 주사를 놔주시면 기가 막히게 뚫어지게 쳐다본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강풀 작가는 "디즈니를 살릴 구원자, 히어로"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이에 대해 "사실은 약간 부담도 된다. 만화를 그릴 때도 늘 카카오, 다음 하고만 했다. 뭘 하고 관계를 맺으면 계속 같이 가게 된다. 디즈니+에서 두 번째 작품이다. 우리가 잘 되면 계속 같이 갈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질문처럼 (디즈니 살릴 구원자, 히어로)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김희원 감독은 "'조명가게'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실제로 전 세계 최고 흥행작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1이다. 12월에는 '조명가게'를 비롯해 경쟁 OTT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오픈돼 글로벌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디즈니+ 구세주로 불리는 '무빙' 강풀 작가의 차기작이 시청자들의 어떤 평가를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중이다.
첫 연출에 도전한 김희원은 배우 캐스팅을 두고 '친한 배우들만 캐스팅한 것 아니냐? 김희원 카스텔'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희원은 "카르텔은 능력이 있어야 하고, 날 따르고 해야되는데, 우선 여기 있는 배우들이 정말 연기를 잘 한다. 이 분들하고 만나면 주로 연기 얘기만 한다. 평상시에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친해졌다. 감독이 연기 잘하는 사람을 캐스팅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됐다. 카르텔은 아니고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혀 친분이 없는데 캐스팅한 사람은 설현 씨"라며 "우연한 기회에 만나서 봤는데 내 눈에는 '촌스럽게 시골 여자처럼 생겼다'고 느꼈다. 저런 분이 만화의 한 컷에 나오는 저렇게 연기하면 너무 좋겠다고 느꼈다. 그런 영감을 받았다"고 답했다.
또한 김희원은 '오겜2'와의 경쟁에 대해 "부담이 된다라는 건 경쟁을 했을때 부담이 되는 것 같다. 흥행에 대한 경쟁은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다. 근데 내 입장에선 과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내 나름대로 그 부분에 대해선 확신이 있다. '조명가게'의 정서는 충분히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다. 내 확신이 통한다면 어떤 경쟁에서도 이기겠지만,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마음으로만 집중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한편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조명가게'는 오는 4일 첫 4개의 에피소드를 공개하고, 이후 2주간 매주 2개씩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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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