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1승'이 필요한 때...작은 위로가 되길" [인터뷰](종합)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4.12.02 11: 50

송강호가 영화 '1승'에 대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1승’의 배우 송강호 인터뷰가 진행된 가운데, "저희 영화 뿐만이 아니라, 코로나라는 변수 때문에 많은 작품들이 그러다 보니, 반갑기도 하고. 다른 한국 영화들이 다들 공들이고, 노력하신 작품들인데, 반갑다"라며 개봉 소감을 전했다.
영화 ‘1승’(감독 신연식, 제공 미시간벤처캐피탈㈜, 공동제공·배급 ㈜아티스트스튜디오·㈜키다리스튜디오·㈜콘텐츠지오, 제작 ㈜루스이소니도스)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다.

이날 송강호는 작품 참여 계기에 대해 "개봉 순서가 이렇게 되었지, ‘거미집’, ‘삼식이 삼촌’보다 먼저 촬영을 한 작품이었다. ‘기생충’ 이후로 밝고, 환한 영화를 하고 싶더라. 그러던 차에 '1승' 이야기를 듣게 됐다. 사실 그때는 캐릭터가 20대 젊은 감독이라는 설정이었다. 그러다 바뀌었는데, '비상선언' 등 전작이 가지고 있는 깊이감이나, 담고 있는 담론도 존중하고 좋은데, 무언가 캐릭터 자체가 관객들에게 볼 땐 눌려 있는 인물이더라. 어떻게 하다 보니 연속이 되어버린 거다. 그래서 저는 이 타이밍이 참 좋은 거 같다. ‘박하사탕’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환한 느낌이다. 환한 느낌이 드는 그런 영화가 된 거 같아서 반갑다"라고 전했다.
이어 "보통 스포츠 영화라고 하면, 패턴이 있지 않나. 그 패턴이 야구든, 축구든, 그 속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담지만, 배구는 처음이다 보니 더 어렵더라. 전작들이 없으니까"라며 "또 배구공 속도가 진짜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어려운 촬영이고 작품인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쉬우면 성취감이 덜하지 않나. 남들이 해왔던 부류의 그런 것보단, 도전하고, 어렵지만 성취감이 그런 것을 해냈을 때 오는 것 아닌가. 그래서 힘들지만 재미있게 작업을 했다"라고 떠올렸다.
평소에도 '배구 열혈 팬'으로도 알려진 송강호는 "저는 남녀배구 안 가리고 다 보는 편인데, '1승'은 여자 배구단 이야기 아닌가. 그전에도 좋아했고, 지금도 매일 경기가 있어서 챙겨보는데, 4년 전에는 실제로 장충체육관에서 GS칼텍스와 현대 경기를 직접 보기도 했다. 그때 박정민 씨와 감독님과 다 같이 가서 관람했다. 중계방송을 볼 때는 유심히, 작전타임할 때 감독님들이 어떤 지시를 내리는지를 보고, 그다음에 플레이를 보면 재미가 쏠쏠히 있다"라며 "(배구는) 리듬감이 되게 좋은 스포츠다. 작전할 때 강력한 에너지와 힘으로 밀어붙일 때가 있지만, 허를 찌르는 작전이 나올 수도 있고. 상대편 작전에 맞받아서 변주되는 것들을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본다"라며 배구의 매력을 어필했다.
연기 비하인드도 전했다. 송강호는 극 중 손 대면 망하는 백전백패 배구 감독 김우진 역을 맡은 가운데, 캐릭터 연기에 참고한 지점을 언급했다. 그는 "지금 해설위원으로 계시는데, 작년까지 GS칼텍스 감독님이셨던 차상현 감독님이, 선수들 지도도 해주시고, 도와주셨다. 사실 제가 차 감독님을 보고 차용한 대목이 있다. 차 감독님이 모 선수에게 ‘네가 그걸 자꾸 생각하니까. 자꾸 실수하는 거야. 잊어버려!’라고 한 적이 있다. 그게 놀라웠다. 플레이만 보는 게 아니라, 머릿속을 다 파악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1승'에서도 방수지(장윤주 분)가 실수를 하고 실수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는 걸 파악하는 장면이 있다. 제가 뒤풀이 때 그 이야기를 차 감독님께 하니까 '제가 그랬나요?'라고 하시더라. 당연한 거다. 워낙 오래됐고, 수없는 작전 타임이 있고, 수없는 게임이 있다 보니까"라고 웃으며 "저 대목 너무 좋다, 싶어서 제가 아이디어를 낸 장면이었다. 감독이 선수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플레이를 하는데, 저 선수가 무슨 심리로 하고 있을까, 생각하는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한 케미도 전했다. 신인 배우들로 무장한 극 중 '핑크스톰'의 선수들에 대해 "제가 한번 우리 영화는 유기농 채소 같다고 이야기했었다. 그 유기농이, 농약 치고 겉만 번지르르한 채소나 가공된 느낌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풋풋한 느낌. 배우가 가지고 있는 싱그러움도 있다. 저분이 배우였나? 알고 보니 배구선수 출신이네? 모델도 계시고. 이런 다양한 경력과 에너지들이 모여 시너지가 매력이 있는 거 같다.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서, 배우끼리 막 하면 안정감도 있고 정교하고 세련되긴 하겠지만, 풋풋함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지 않나. 우리 1승은 그런 풋풋함과, 전형적이지 않은 에너지가 발생한다"라며 "그중 장윤주 배우가 대표적이다. 장윤주 배우는 전형성을 뛰어넘는 배우다. 그래서 방수지 역할로 딱 맞은 거 같다. 물에 젖은 낙엽처럼"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정민에 대해서도 "저는 '파수꾼' 때부터 광팬이었다. 정말 처음 보는 배우인데, 왜 저리 연기를 잘하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후의 작품들을 보니 자기만의 해석이 놀라운 배우더라. 박정민 씨는 타고난 능력도 있지만, 출판사도 하지 않나. 수많은 책을 통해 가진 해석력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그런 해석이 튀어나오지 못할 거 같다. 그래서 (박정민의) 각 영화를 보면, 입체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내는 것, 해석력이 놀랍더라. 책을 통해 다양한 삶에 대한 연구와, 시선에 대한 태도 같은 것을 늘 끊임없이 연마하고 노력하는 거 같더라. 그렇기 때문에 그런 연기가 나오는 거 같아서 대단한 배우라는 걸 새삼스레 느꼈다"라고 칭찬했다. 또한 "정민 씨는 어제 하고 그저께 무대인사를 같이 했는데, 진행을 정민 씨가 봤다. 아주 능숙하더라. 진행도 너무 잘하시지만, 팬들과 사진 찍고, 영상 찍는 그 자연스러움이 있더라. 무슨 유튜버인가? 싶을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저를 이끌더라. 그래서 진짜 구단주 같다는 생각도 들고"라고 웃었다.
특히 "저는 같은 선수가 아닌 감독 역할이고, 다른 포지션이니까, 거기서 오는 느낌도 좀 달랐고. 많은 여배우와 같이 공동으로 연기하면서 재미도 있고 임팩트 있는 장면을 만들어 나갈 때 다른 작품과 많이 다른 쾌감이 있더라"고 언급한 송강호는 화기애애한 촬영 분위기에 대해 "우리 배우들이 다들 너무 착하다고 할까. 사람들이 너무 착하고, 배려심도 넘쳤다. 무용수, 진짜 배구 선수 등 다 섞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옆에서 지켜보면 팀워크가 정말 너무너무 좋더라. (나는) 잘 안 끼워주긴 했지만, 옆에서 저는 지켜보면서 아빠 미소를 지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좀 아쉬운 게, 솔직히 촬영할 때가 코로나의 정점이었다. 4인 이상 만나면 안 되는 때라, 너무너무 힘들게 촬영하는데, 소고기라도 사주고 싶은데. 그걸 못했다. 그게 한으로 남아있다. 왜냐하면 또 촬영할 때 다들 몸을 쓰지 않나. 어린 배우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연습하고, 하루 종일 촬영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소고기든 돼지고기든 고기를 한번 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한"이라며 "안 그래도 얼핏 그런 약속을 했다. (홍보 일정이) 다 끝나면 늦게나마 삼겹살이라도 구워서 파티하던가, 그러기로 했다"라고 부연했다.
여러 번의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신연식 감독과의 이야기도 전했다. 송강호는 "앞서 '동주'라는 작품을 보고, 이준익 감독님이 연출하셨지만, 제작을 신연식 감독님이 하셨는데, 참 신선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는 모두 기억하고 외우고 있지만, 윤동주 시인에 대한 삶을 저렇게 영화로 만들 수 있다는 시선을 가진 작가라면, 참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기생충 끝나고 쉬고 있던 차에 연락이 왔다. 다른 때 같으면 ‘시나리오 보내주시면 읽어보고 연락드릴게요’ 했겠지만, 그날 바로 만났다. 그러다가 ‘1승’도 하고 ‘삼식이 삼촌’ 이야기도 하고, ‘거미집’이야기도 나왔었다"라며 "저는 신 감독님의 시선이 참 좋다. 충분히 알고 있는 일이지만, 누구도 눈여겨보지 못한 지점을 본다. 인문학적 시선이든, 예술가의 시선이든, 그런 지점의 시선을 가지고 간다는 게 저는 참 좋았다. 결과를 떠나 ‘삼식이 삼촌’이나 ‘거미집’, ‘1승’은 완전히 다르지 않나. 이런 시선이 보기도 좋고, 작가로서 훌륭한 지점이 아닌가 싶다"라며 애정을 표했다.
2019년 영화 '기생충' 이후 다소 아쉬운 흥행과 화제성으로 작품을 끝마친 송강호. 그에게 만난 영화 '1승'은 말 그대로 그에게도 '1승'과 같은 작품이다. 송강호는 "저의 '1승'은, 정말 영화 '1승'이다. 솔직히 그동안 (제 작품들이) 잘 안되지 않았나. 그래서 '1승'이 저에겐 진짜 1승이다. 되게끔 좀 도와주세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긴 배우 인생을 살다 보면, 조금 소통이 안 되고, 그런 구간이 나오기도 하고, 뭘 해도 잘되는 구간이 나오기도 한다. 아마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인생하고 똑같다. 굳이 여기서 ‘1승을 해야 합니다!’고 외친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리듬 속에서 작은 소통과, 큰 격려를 받는다면, 흐뭇한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송강호는 "내 뜻대로 잘 안 풀릴 때가 있고, 위축될 때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 남들은 모르지만, 나만의 1승이 있다. 그게 작든 크든, 그 1승을 달성했을 때, 그걸 달성하고 싶은 자신만의 용기가 필요할 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1승'이라는 영화가 배구라는 스포츠 영화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다. 극장을 나서면서 집에 갈 때, 나만의 1승이 무엇일까. 사실 오늘 용기 내 치킨을 사서 가족과 먹어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행한다고 한들, 이것도 1승이다. 이런 작은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다면, 분명 가치가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라며 관람을 당부했다.
영화 ‘1승’은 오는 4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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