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비 언급NO' 정우성, 性도덕 비판 혼외자 논란 정면돌파 통하려면 [연記者의 연예일기]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4.11.30 14: 33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혼외자 스캔들이 영화 시상식까지 달궜다. 정우성이 무대에서 직접 사과를 표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고, 객석에 있던 영화계 인사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용기 있는 사과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과제는 남았다. 대중을 기만했다는 꼬리표, 성도덕을 저버렸다는 낙인을 한 아이의 '생부'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로 지워야 한다. 
지난 29일 치러진 제 45회 청룡영화상, 정우성은 이 자리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시상식 전에는 "그래서 정우성 온대?"가 가장 큰 화두였고,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정우성의 유일한 사과문이 된 수상소감이 갑론을박을 자아냈다.
"'서울의 봄'을 관람해주신 모든 관객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서울의 봄'과 함께했던 모든 관계자들에게 저의 사적인 일이 영화의 오점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에게 사랑과 기대를 보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립니다".

1312만 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울의 봄'이 청룡영화상에서 최다관객상을 수상한 바. 정우성은 작품의 주인공 이태신 장군 역으로 활약한 만큼 그 자리에 함께 했다. 함께 활약한 동료 배우 황정민과 함께 시상자이자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던 그는 굳은 표정으로 위와 같은 말을 남겼다.
논란의 시작은 시상식의 불과 5일 전인 지난 24일이었다. 앞서 문가비가 갑작스러운 출산 발표로 화제를 모았던 가운데, 그 아이의 생부가 정우성이라는 게 알려진 것이다. 정우성은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통해 '담담하게' 이를 인정했고 아이의 아버지로서 양육비 등 책임을 다할 것을 밝혔다. 단, 결혼은 제외하고. 이에 문가비의 출산은 졸지의 정우성의 혼외자 논란으로 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우성의 스캔들이 추가로 터져나왔으나 소속사는 이에 대해서는 "확인불가"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연기자 정우성의 공적인 영역이 아닌 '개인 사생활'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루머에 먹이를 줘서야 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우성의 혼외자 논란이 뜨거운 감자처럼 찬반논쟁으로 이어졌다. 이에 정우성의 침묵은 여론재판의 스노우볼을 굴렸다. 급기야 최근 극과 극으로 치달은 한국의 젠더 담론과 맞물려 더욱 거센 비판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우성의 사과는 가히 정면돌파라는 말이 어울렸다. SNS 사과문이 대세가 된 형국에 카메라 앞에 서서 얼굴을 드러내고 직접 사과를 표명한 용기는 인정할 만 했다. 정의를 위해 혈혈단신 부당한 쿠데타에 맞서던 '서울의 봄' 속 이태신에 어울리던 행보였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정우성에게 비판 여론이 쏟아졌던 이유는 문가비나 그 아들과의 관계 때문은 아니다. 성인 남여가 합의 하에 이룬 관계는 그의 말대로 사생활일 뿐, 법적으로나 공식적으로 타인이 재단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지 않나. 천진난만하게 태어난 한 생명에게 혼외자라는 불필요한 수식어를 붙여준 일은 안타깝지만, 이제 한국 사회는 남여간 결혼으로만 지탱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 이에 혼외자 논란 자체는 정우성이 생부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일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이 쏟아지는 건 정우성이나 소속사가 가장 기본적인 성도덕 관념을 저버린 듯한 태도 때문이다. 생명은 양육비로 책임지고 그 외엔 사생활이라 말 안 한다던 침묵의 닷새.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한 줄은 대중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빨리빨리가 미덕인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진심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전에 말로서 풀어주기라도 했다면 어땠을까. 부족한 설명은 정우성이 혼외자 논란에 대한 해명마저 눙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어떤 남여 관계를 막론하고,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피임은 기본이다. 상대방과 연애에 따른 가치관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더더욱 필수적이고. 아이를 갖고 싶던 문가비나 결혼을 원치 않던 정우성, 그렇다면 혼외자를 책임질 생각 이전에 피임이 기본이 아니었을까. 상식적인 성인이라면 으레 가질 만한 이 전제를 단 한번도 떠올리지 않았냐는 의구심을 도무지 지울 수 없다.
원치 않는 생명 만큼 무책임한 쾌락의 결과가 어디 있을까. 하다못해 최근 방송가를 떠들석하게 만드는 MBN 예능 '고딩엄빠' 시리즈에서도 꾸준히 지적되는 내용이다. 미성년 아이들에게도 다그치듯 강조하는 이 기본을, 다른 누구도 아닌 51세 정우성이 간과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따름이다. 이에 다수의 대중은 특히 여성 팬들은 한국 사회에서 개인의 성도덕이 이렇게까지 떨어졌나 하는 실망감마저 느꼈다.
더욱이 역설적이게도 정우성이 데뷔 30년 동안 쌓아올린 것들도 너무 높았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미남배우. 세계 난민을 위해 나설 때도, 불합리한 국내 정세에 목소리를 높일 때도, 예능에서도 소신 발언을 아끼지 않던 정우성. 그가 유독 팬들마저 해명을 요구한 혼외자 스캔들엔 말을 아끼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사이 정우성의 스캔들은 배신감의 영역을 넘어섰다.
여기에 문가비가 3년 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났을 만큼 연예계를 떠나있었으니 비판도 정우성에게 쏠리기 마련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 등 외신들이나 국내 여론 일각에서도 혼외자 논란을 중점으로 한국 사회의 지나친 보수적인 분위기를 경계하며 정우성을 감싸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며 반발심만 자극했다. 실상은 도덕성을 저버린 개인에 대한 질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정우성을 향한 비판 여론의 핵심이다. 
급기야 정우성의 스캔들이 혼외자를 낳아도 양육비만 내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 정우성도 생부로서의 책임을 강조했지만 소용 없는 모양새다. 그의 도덕성을 과도하게 비판했던 대중이 가장 경계했던 부분이다. 소위 '알파남'이었던 정우성조차 혼외자에 담담하다면, 그 기준에 못 미치던 삶도 당연시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도대체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책임 없는 쾌락을 군말 없이 용인해주는 사회였길래. 
무엇보다 한 생명을 키우는 데에 필요한 것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괜히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겠나. 정서, 시간, 헌신, 환경 이 모든 것들을 돈으로 갈음하고, 할 일 다 했다는 식의 몹쓸 자본주의적 허세마저 퍼지고 있다. 정우성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수면 위로 고개 들게 만든 원인으로 그가 거론되는 실정이다. 정우성에게 위로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 한국 영화계에 대한 질타마저 나올 정도로.
정치인들의 실수는 꼴보기 싫다며 외면해서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얼굴 알려진 유명인에겐 매몰차리 만큼 가혹한 사회 분위기는 물론 안타깝다. 어쩌면 이 모든 상황은 정우성이 배우가 아니었다면, 유명인이 아니라면 겪지 않아도 됐을 일이다. 그러나 이런 사회에서 30년을 톱스타로 군림해온 정우성 아닌가. 영화인으로서 상당한 애정과 각오를 다져온 그이니 만큼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영화산업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뱉은 말을 지켜야만 한다.
결국 이 모든 비판을 뒤로하고 정우성의 정면돌파가 공감을 자아내려면 앞으로의 행보만 남았다. 결혼은 안 했지만 엄마가 되고 싶다던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는 자발적 미혼모가 돼 응원받았다. 미혼부가 된 정우성에 대해서도 응원이 계속될 수 있을까. 저출산이 나라의 흥망을 가른다는 시대, 오히려 정우성을 계기로 혼외자 역시 기혼 가정의 자녀들과 똑같은 생명이라는 존중을 확고하게 심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의 수상소감 마지막 한 마디, 데뷔 30년 동안 해온 만큼 진정성을 다해 지켜주길 믿어본다.
"모든 질책은 제가 받고 또 안고 가겠습니다. 또,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다할 것입니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KBS 방송화면, SNS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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