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억 에이스, 다승왕은 어디에…우물 밖 나오니 ‘ERA 6점대’ 오프너 전락, 천만 관중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오!쎈 타이베이]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4.11.19 10: 40

사상 첫 천만 관중을 돌파한 KBO리그의 대표 에이스들은 왜 프리미어12에서 모두 ‘오프너’로 전락한 것일까. 프리미어12에 나선 대표팀의 선발 붕괴가 유독 뼈아팠던 이유는 이들이 모두 국내에서 107억 원 에이스, 다승왕, 50억 원 토종 에이스로 불리며 극진한 대접을 받는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였고, 우물 밖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 고영표는 지난 2월 5년 총액 107억 원(보장액 95억 원, 옵션 12억 원)에 KT 위즈 구단 최초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107억 원 가운데 보장액이 무려 95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잭팟을 터트리면서 2018년 황재균의 4년 88억 원을 넘어 구단 최고액의 사나이로 우뚝 섰다. 고영표의 2024시즌 연봉은 20억 원. 
# 2018년 두산 베어스 1차지명 출신 곽빈은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구위와 제구를 앞세워 30경기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로 호투했다. 외국인투수들이 연이어 제 몫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1선발 역할을 수행했고, 그 결과 원태인(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2017년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후 7년 만에 토종 다승왕을 거머쥐었다. 올해 연봉은 2억1000만 원.

그 어떤 대표팀보다 분위기가 좋다고 자부했던 류중일호가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충격패를 당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3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펼쳐진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대만과의 1차전에서 3-6으로 패했다. 한국 고영표를 비롯한 대표팀이 패배를 아쉬워하고 있다. 2024.11.13 /sunday@osen.co.kr

그 어떤 대표팀보다 분위기가 좋다고 자부했던 류중일호가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충격패를 당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3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펼쳐진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대만과의 1차전에서 3-6으로 패했다. 2회말 2사 만루에서 한국 고영표가 대만 천천웨이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2024.11.13 /sunday@osen.co.kr

# LG 트윈스 토종 에이스 임찬규는 작년 12월 원소속팀 LG와 4년 총액 50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20억 원, 인센티브 24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연봉 2억 원과 함께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고, 포스트시즌에서 외국인투수급 호투를 펼치며 빅게임피처로 거듭났다. 
도쿄행을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난적’ 도미니카공화국을 만난 류중일호가 약속의 8회를 앞세워 6점차를 뒤집는 대역전승을 거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6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펼쳐진 2024 WBSC 프리미어12 도미니카공화국과의 B조 조별예선 4차전에서 9-6 대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종료 후 한국 류중일 감독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4.11.16 /sunday@osen.co.kr
류중일 야구대표팀은 감독은 지난 18일 호주와의 2024 WBSC 프리미어12 최종전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조별예선 탈락 요인으로 ‘선발야구 붕괴’를 꼽았다. 위에 언급된 정상급 투수들이 프리미어12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불운하게도 모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냉정히 말해 제 역할을 떠나 ‘오프너’와 다름없는 투구로 실망을 안겼다. 
류 감독은 "향후 보완점이 많다. 이번 대회는 선발투수 싸움에서 졌지 않았나 싶다”라며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선발투수를 조금 더 키워야 한다. 일본 투수들을 보면서 삼진 잡아낼 수 있는 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굉장히 부러웠다"라고 털어놨다.
사령탑의 말대로 대표팀은 대만전부터 도미니카공화국전까지 4경기 동안 단 한 번도 선발야구를 하지 못했다. 에이스 고영표의 대만전 피홈런 두 방 포함 2이닝 6실점 붕괴를 시작으로 쿠바전 또한 곽빈이 4이닝 무실점으로 5회를 채우지 못했고, 일본전 선발 최승용도 1⅔이닝 2실점 조기 교체로 새로운 일본 킬러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16일 도미니카공화국을 맞아 빅게임피처로 불린 임찬규마저 3이닝 3실점으로 일찍 바통을 넘겼다. 
14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2차전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가 열렸다.대한민국은 2차전 선발투수로 곽빈, 쿠바는 리반 모이넬로를 내세웠다.4회초 1사 1루에서 대한민국 박동원이 마운드에 올라 곽빈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11.14 /sunday@osen.co.kr
최승용을 제외한 3인은 위에서도 언급했듯 국내에서 모두 에이스, 다승왕, FA 고액연봉자로 불리는 정상급 선발 자원이다. 고영표는 퀄리티스타트를 밥 먹듯이 한다고 해 ‘고퀄스’라는 별명이 붙었고, 곽빈의 경우 올해 167⅔이닝을 소화하며 이닝 부문 토종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찬규 역시 134이닝 소화 및 11차례의 퀄리티스타트로 선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러나 한국을 떠나 국제 무대로 나온 이들은 5이닝도 소화하지 못하는 B급 선발투수가 돼 버렸다. 5이닝은커녕 타선이 한 바퀴만 돌면 고전을 면치 못하며 불펜 과부하를 초래했다. 류중일호는 5경기에서 선발투수가 14⅓이닝밖에 합작하지 못했고, 11자책점을 내주면서 선발 평균자책점 6.91이라는 씁쓸한 수치를 확인했다. 
그래도 대회 초반에는 선발 붕괴를 탄탄한 불펜으로 커버할 수 있었으나 선발 조기 강판이 거듭되면서 불펜 호출이 잦아졌고, 일본전부터 불펜투수들마저 힘을 쓰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천만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받는 에이스들이 모두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게 입증된 순간이었다. 한국야구는 류현진(한화 이글스),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시대 이후 국제대회 경기를 온전히 책임질만한 선발투수를 오랫동안 찾지 못하고 있다.
15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대한민국은 3차전 선발투수로 최승용, 일본은 다카하시 히로토를 내세웠다.2회말 2사 2,3루에서 대한민국 최승용이 일본 구레바야시에 역전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교체되고 있다. 2024.11.15 /sunday@osen.co.kr
투타 전력이 세계 정상급 수준인 일본은 그렇다 쳐도 대만전 3-6 패배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국제대회마다 1승 제물로 여겨졌던 팀이 이제 한국야구를 위협하는 난적으로 올라섰기 때문. 대만프로야구 구단은 6개에 불과하며, 평균 연봉도 KBO리그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대만을 상대로 ‘107억 원 에이스’ 고영표가 만루홈런과 2점홈런을 맞았으니 어떻게 보면 예선 탈락은 당연한 결과였다. 
류 감독은 “대만은 유망주들을 다 외국으로 보내버린다. 우리나라는 아니지 않나. 대만은 조금이라도 유망한 선수가 있으면 다 외국으로 보내고, 국제대회를 할 때 그들을 다 소집한다.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나지 않나 싶다. 투수가 정말 좋아보였다”라고 대만 야구가 발전한 요인을 분석했다. 
16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렸다.대한민국은 4차전 선발투수로 임찬규, 도미니카공화국은 프랑클린 킬로메를 내세웠다.2회초 무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방문한 한국 최일언 코치가 임찬규, 박동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11.16 /sunday@osen.co.kr
다만 고무적인 부분이 있다면 류중일호는 이번 대회 연령 제한이 없었음에도 2026년 WBC와 2028년 LA 올림픽을 겨냥한 젊은 엔트리를 꾸렸다. 그 결과 곽빈, 최승용 등 어린 투수들이 또 다른 국제 경험을 쌓았고, 여기에 문동주, 원태인, 손주영, 이의리, 박세웅 등이 합류한다면 2026년 WBC에서 과거 류현진, 김광현이 그랬던 것처럼 선발야구가 부활할지도 모른다. 
이제 WBC까지 남은 기간은 약 16개월.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천만 관중 인기에 도취되기 이전에 실력을 키우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최소 5이닝 소화가 가능한 토종 선발투수를 최소 3명은 만들어야 그토록 바라는 조별예선 통과를 해낼 수 있다. 
최일언 대표팀 투수코치는 “이제 다음 대회까지 15개월 가량 남았다. 일본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비슷한 수준까지는 올라가야 한다”라며 “프로야구에서 2선발 정도는 국내 선수가 차지해야 한다. 그래야 레벨이 높아진다. 과거에는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이 용병보다 잘 던졌다. 그러나 지금은 원투펀치가 다 용병이다. 팀 별로 1~2명씩 선발투수가 나타나지 않으면 (WBC 또한) 상당히 힘들 것이다”라고 바라봤다.
14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2차전 대한민국과 쿠바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대한민국은 2차전 선발투수로 곽빈, 쿠바는 리반 모이넬로를 내세웠다.경기에 앞서 한국 고영표가 스트레칭 훈련을 하고 있다. 2024.11.14 /sunday@osen.co.kr
그러면서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3년 동안 일본을 많이 돌아다녔다. 대학야구, 실업야구도 봤다”라며 “그들은 정말 연습을 많이 한다. 공도 많이 던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을 많이 안 던지는 문화가 생겼다. 제구력을 키우고 스트라이크 하나를 확실히 잡기 위해서는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웨이트트레이닝도 쉬지 않고 해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몸을 만들어서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발야구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 류 감독은 “WBC까지 15개월 정도 남았는데 왜 자꾸 세계대회에 나와 예선 탈락하는지 분석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나. 잘 준비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차근차근 계산해서 다음 WBC에서 꼭 본선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연구 잘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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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예선 탈락이 일찌감치 확정됐지만, 김도영이 있어 미래를 밝힐 수 있었다. 프리미어12 최종전에 나선 류중일호가 김도영의 홈런 포함 3안타 맹타를 앞세워 유종의 미를 거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8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호주와의 최종전에서 5-2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한국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4.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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