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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면 안되는 문 같은 건 없어. 어떤 일들은 너를 단단하게 해줄 거야”
영화 '문을 여는 법'(기획/제공: KB국민은행ㅣ기획/제작: 길스토리이엔티, 문화예술NGO 길스토리ㅣ감독: 박지완 허지예)은 독립을 위한 첫 걸음이었던 내 집이 하루 아침에 감쪽같이 사라진 자립준비청년 ‘하늘’(채서은 분)이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 및 위탁가정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청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영화의 주인공 ‘하늘’은 처음으로 혼자 부동산에 가서 집을 구하고 집을 꾸미면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집 안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집은 점점 좁아지는 상황에 처한다. 아무 것도 없는 휑한 공간에 유일하게 있는 것은 이상하게 생긴 ATM 한 대뿐이다.
그때, 어린 시절 친구였던 ‘철수’가 나타나는데, 이때 어른 철수로 활약을 한 배우는 김남길이다. 문화예술NGO 길스토리 대표이기도 한 김남길은 KB국민은행과 손을 잡고 자립준비청년들과의 문화적 연대를 이루기 위해 이번 작품을 제작한 가운데, ‘어른 철수’로 깜짝 출연하게 된 것.
‘어른 철수’는 하늘이에게 집을 되찾고 싶다면 ATM에 있는 문을 열고 노랑새를 찾으라는 얘기를 한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인은 ‘그 집에 문이 보이면 절대 열지 말라’고 경고했던 터. 하늘은 망설임 끝에 문을 열고 이상한 나라 ‘이세계’에 들어가 기묘한 모험을 하게 된다. 분실물 센터 ‘로스트앤파운드’를 거쳐, 자동세차장 등, 하늘이는 그간 인연을 맺어왔던 주변인들과의 추억과 과거의 아픈 기억을 더듬어가며 ‘노랑새’를 찾아 나선다.
노랑새를 찾던 소동 끝, 미아보호소에 남겨진 하늘이는 성인이 되었어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들을 보는 듯하다. 길을 잃은 ‘나’를 도와줄 사람은 ‘나’뿐이라 생각한 하늘이는 놀이공원을 방황하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보육원 친구 ‘철수’를 만나게 된다. 철수와의 대화 속, 하늘이는 그간의 삶 속 자신과 함께했던 친구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된 하늘이는 스스로의 노랑새를 그리기로 결심하고, 직접 문을 그려 집에 도착한다.
하늘이가 열었던 문은 사회로 나가기 위한 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위한 내 사람과 노랑새를 안으로 들이는 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문을 여는 법’은 자립 준비 청년’이라는,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재조명이자, 동시에 차가운 현실의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사회 초년생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가 담긴 작품이기도 하다.
러닝타임 31분의 짧은 이야기지만, 그 울림만큼은 길다. 특히나 '문을 여는 법'은 3천 원에 관람할 수 있으며 수익금은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활동에 사용될 예정인 만큼, 영화적 재미와 감동은 물론, 의미까지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월 20일 개봉, 전체 관람가, 31분
/yusu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