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경기가 열리는 프로 경륜 무대에서 일년내내 혹독하게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고른 성적을 거두거나 나아가 실력 향상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이클 대표 출신 선수도 프로 선수가 된 이후로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기도 하고, 아마추어 시절에는 전혀 빛을 보지 못했던 선수가 광명스피돔을 호령하는 예도 다반사다. 최근 경륜에서 그런 선수를 꼽는다면 단연 수성팀의 돌격대장 임유섭(27기, S1, 수성)이다.
중학교 시절 레슬링 선수로 운동에 첫발을 디뎠던 임유섭은 국내는 물론 세계대회에서까지 두각을 보였던 사촌 형 임채빈(25기, SS, 수성)의 활약을 보고 사이클로 운동 종목을 변경했다. 당시에는 자신과 체격도 비슷하고 체력적으로도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기에 임채빈의 활약이 임유섭에게 자신감을 얻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이렇다 할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했고, 한때는 경찰공무원이 되고자 사이클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임채빈이 그에게 자전거 핸들을 쥐여 주고 다시 한번 시작하자고 설득했고, 그렇게 임유섭은 다른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대학 진학의 유리함을 위해 사이클을 선택한 것이 아닌 진정한 생업, 경륜 선수가 되고자 한 것이다.
이후 군대를 빠르게 다녀온 임유섭은 2022년 경륜훈련원에 입학했고, 전체 18명 중 9위로 졸업했다. 중위권의 평범한 성적으로 졸업했기에 임채빈의 사촌 동생이란 점 외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또 훈련원 시절 자신의 목표는 ‘임채빈을 꺾는 것’이라 밝혀 주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는데, 당시에 가장 나이가 어린 선수의 치기나 농담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유섭은 2023년 실전 경주에 투입되자마자 모든 이들이 보란 듯이 본인의 실력을 증명해 냈다. 거의 모든 경주에서 거의 모든 경주에서 한 바퀴 이상의 선행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단 4개월 만에 선발급에서 특선급으로 등급이 올랐기 때문이다. 두 개의 등급을 이렇게 초단기에 월반한 것은 경륜 초창기 시절을 제외하고는 매우 보기 드문 경우였다.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 승급하자마자 두 달 뒤 우수급으로 강급되었다. 선발급에서 시작하여 낮은 점수가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또다시 보란 듯이 다시 특별승급에 성공하며 명백히 본인은 특선급 선수임을 너무나도 쉽게 증명해냈다.
23년 6월, 특선급으로 승급 후 7경기 만에 첫 승에 성공한 입유섭은 26경기에서 1위 10회, 2위 7회를 차지하며 승률 38%, 연대율 65%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고 붙박이 특선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27기 수석 졸업생 손경수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무엇보다 임유섭의 입상 전법이 대부분 자력에 의한 선행 전법이라 놀랍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경기마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슈퍼 특선을 비롯해 대부분의 특선급 강자들이 앞다투어 그의 뒷자리를 차지하려 애를 쓰게 되었다. 경기에서 주도권을 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고, 인지도 역시 수직으로 상승하여 경주마다 자리 잡기의 어려움도 없게 되었다.
경기장 안에서 임유섭은 지축을 울리며 전장을 뚫고 나가는 전차와 같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예의가 바르고 싹싹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누구를 만나든 반갑게 인사하고 경주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상대를 존중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를 접한 이들은 실력만큼이나 인성도 훌륭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임유섭은 지난해 만 22세의 젊은 나이에 1억 원이 넘는 상금을 벌어들였다. 그 나이 또래라면 사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을 시기일 텐데,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고 대부분을 부모님께 맡기고 저축했다고 한다.
임유섭은 훈련 때마다 가장 먼저 나와, 가장 늦게 짐을 싸는 선수라고 한다. 이런 특유의 성실함으로 지난해 50위권 밖이었던 임유섭은 올해는 성적 순위 17위, 상금 순위는 15위를 달리고 있다.
예상지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임유섭은 지금도 자신의 목표는 임채빈을 자력으로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아직은 한참 젊은 선수이기에, 광명스피돔 무대에서 커가는 그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경륜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재밋거리일 것이다. 형(임채빈)만 한 아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그를 추켜세웠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