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다승왕의 기운을 이어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호투한 곽빈(두산 베어스)은 왜 대표팀 에이스 자리를 고영표(KT 위즈)에게 양보했을까.
곽빈은 지난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2024 WBSC 프리미어12를 대비한 1차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1사구 2탈삼진 무실점 16구 호투를 선보였다.
한국을 맞아 요엘키스 기베르트(중견수)-요안 몬카다(3루수)-발바로 아루에바루에나(유격수)-알프레도 데스파이네(지명타자)-라파엘 비냘레스(우익수)-라사로 아르멘테로스(좌익수)-로베르트 발도퀸(1루수)-안드리스 페레즈(포수)-야디엘 무히카(2루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린 쿠바.
1회초는 완벽 그 자체였다. 선두타자 기베르트와 몬카다를 연달아 삼진 처리하는 위력투를 선보인 곽빈이었다. 2번타자로 나선 현역 메이저리거 몬카다를 3구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보낸 장면이 압권이었다.
몬카다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뛴 현역 메이저리거로, 2016년부터 올해까지 빅리그 통산 747경기 타율 2할5푼4리 711안타 93홈런 339타점 32도루를 남겼다. 9년차인 올해도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12경기 타율 2할7푼5리 11안타 1도루 4득점을 기록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화이트삭스와 5년 7000만 달러(약 965억 원)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곽빈은 이어 2014년 LA 다저스에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었던 아루에바루에나를 초구에 유격수 땅볼로 잡고 손쉽게 이닝을 끝냈다. 1회 투구수는 8개에 불과했다.
1점의 리드를 안은 2회초에는 선두타자 데스파이네를 사구, 비냘레스를 좌전안타로 내보내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실점은 없었다. 아르멘테로스를 2루수 뜬공, 발도퀸을 3루수 병살타로 잡는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였다.
당초 2이닝 소화 예정이었던 곽빈은 2-0으로 앞선 3회초 팀 동료 김택연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16개. 최고 구속 150km의 직구 아래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테스트했다.
경기 후 만난 곽빈은 “한 달 만에 던진 거라 실전 감각이 궁금했는데 다행히 괜찮았다”라고 미소 지으며 “쿠바 타선이 엄청 공격적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내 구위를 믿고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흡족해했다.
처음 파트너가 된 포수 박동원과 배터리호흡도 만족스러웠다. 곽빈은 “불펜피칭 때부터 계속 (박)동원이 형과 함께 했는데 형이 ‘내년 시즌 내가 네 공을 치려고 분석하고 있다’라고 말하더라. 긴장을 풀어주려고 해주는 말이 너무 좋다. 엄청 신뢰하면서 던졌다”라고 말했다.
다만 프리미어12 대표팀의 에이스라는 평가에는 선을 확실히 그었다. 곽빈은 “(고)영표 형이 있어서 부담이 없다. 나보다 영표 형이 훨씬 좋은 투수다. 영표 형이 에이스의 무게감을 견뎌야할 거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고영표와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눠봤냐는 질문에는 “영표 형과 누가 에이스인지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모두가 영표 형에게 에이스의 무게감을 물어봤으면 좋겠다”라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곽빈은 “투수진이 엄청 어려졌는데 최고참 영표 형이 중심을 잡아주는 덕분에 분위기가 항상 좋다”라고 고영표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2018년 두산 1차지명 출신의 곽빈은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구위와 제구를 앞세워 30경기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로 호투했다. 외국인투수들이 연이어 제 몫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1선발 역할을 수행했고, 그 결과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2017년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후 7년 만에 토종 다승왕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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