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 사령탑 교체라는 '홍명보 사태'에도 울산HD는 흔들리지 않았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개최되는 ‘2024시즌 K리그1 36라운드’에서 루빅손과 주민규의 연속골이 터져 강원FC를 2-1로 이겼다. 이로써 울산(승점 68점)은 2위 강원(승점 61점)과 승점 차이를 7점으로 벌리며 잔여 경기에 상관없이 K리그1 3연패를 확정지었다.
울산은 성남일화(1993-95, 2001-03년)와 전북현대(2017-2021년)에 이어 K리그 역사상 세 번째로 3연패의 왕조를 달성했다.
스포츠에서 왕좌에 도전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울산의 올 시즌이 그랬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홍명보 감독을 중심으로 1위를 수성하며 3연패의 밑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돌발사태가 터졌다.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이후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로 홍명보 전 울산 감독을 1순위로 올렸다. “프로시즌 중 대표팀 감독을 맡지 않겠다”던 홍 감독이 일주일 만에 마음을 바꿔 감독직을 수락했다.
엄청난 후폭풍이 터졌다. 울산 서포터 처용전사가 ‘피노키홍’이라며 홍 감독의 변심을 비난했다. 한국축구 팬들 모두 아직까지도 홍명보 감독의 선임에 대해 “특혜를 줬다”, “정몽규 회장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홍 감독은 데뷔전에서 “홍명보 나가” 소리를 듣는 굴욕까지 당했다.
시즌 중 갑자기 감독자리가 공석이 된 울산도 비상이 걸렸다. 이경수 수석코치가 갑자기 대행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울산은 전북(0-2패)과 제주(0-1패)에 연패를 당하며 흔들렸다.
홍명보 감독 후임으로 7월말 지휘봉을 잡은 김판곤 감독이 ‘판곤 매직’으로 팀을 되살렸다. 김판곤 감독은 빠르게 사태를 수습하고 울산을 본궤도에 올려놨다. 김판곤 감독 부임 후 8승2무1패로 상승세를 탄 울산은 결국 자력으로 3연패를 확정지었다.
강원과 결전을 앞둔 김판곤 감독은 “선수들에게 평소 하듯이 홈에서는 반드시 이긴다는 습관을 가지자고 했다. 오늘 조금만 더 집중하고 강하게 싸우자고 했다. 선수들이 우승경험도 많다. 특별히 말을 많이 안했다”며 선수들을 믿었다.
결국 김판곤 감독의 노련한 리더십과 선수들의 챔피언 DNA가 뭉쳐 울산의 리그 3연패를 가능케 했다. 5년전 울산이 다잡은 우승을 놓쳤던 울산종합운동장에서 거둔 우승이었기에 더욱 값진 의미가 있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