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훈련하더라".
KIA 타이거즈 베테랑 내야수 김선빈(35)이 2024 한국시리즈에서 미친 타격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17타수 10안타, 타율 5할8푼8리 2타점 3득점의 엄청난 타격이었다. 기자단 투표에서 만루홈런과 7타점을 올린 김태군을 1표차로 따돌리고 데뷔 첫 시리즈 MVP까지 거머쥐었다. 생애 최고의 시즌이었다.
1차전부터 남달랐다. 2회말 2사후 원태인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향하는 커다란 타구를 날렸다. 타구를 보지도 않고 방망이를 쥐고 두 팔을 벌렸다. 1루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까지 했다. 그런데 타구가 담장의 철망 끝을 맞고 그라운드로 튕겼다. 그제서야 상황파악을 하고 3루까지 진출했다. 민망한 홈런착각 세리머니였다.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을 골라내 0-1로 뒤진 경기를 뒤집는 발판도 놓았다. 이겨서 더욱 즐거웠다. "후배들이 계속 놀리는데 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며 웃어넘겼다. 2차전 승리의 주역이었다. 1회말 2-0으로 앞선 1사1,3루에서 좌월 2루타를 터트려 한 점을 보탰다. 6회는 6-1로 앞선 1사1,3루에서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렸다. 3타수 2안타 1득점 2타점이었다.
3차전도 3타수 2안타의 타격기세를 이어갔지만 팀은 2-4로 패해 빛이 바랬다. 그러나 4차전에서는 6번에서 2번으로 전진배치되더니 선빈놀이로 상대 선발을 괴롭혔다. 1회초 무사 1루 첫 타석에서 원태인과 10구 접전을 벌인 끝에 왼쪽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터트려 선제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원태인은 3회 도중 내려갔다. 이날 6타수3안타1득점을 기록하며 9-2승리를 이끌었다.
광주로 옮긴 5차전에서도 2안타 2볼넷 4출루를 하며 찬스를 이어주거나 만들며 상대 마운드를 괴롭혔다. 1-5로 뒤진 경기를 7-5로 역전승을 거두는데 크게 일조했다. 5경기 모두 안타와 멀티출루를 기록하며 시리즈를 지배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가장 기대가 되는 타자로 꼽혔는데 100% 현실로 만들었다. 특히 4차전부터 6번에서 2번으로 타순을 이동한 것도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홍세완 타격코치가 미친타격의 비결을 설명했다. "선빈이가 워낙 잘치는 타자이다. 컨택을 잘하고 선구안도 좋다. 시즌 중에는 경기전 훈련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번 시리즈 대비 기간에는 충실하게 훈련을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더라. 그것이 한국시리즈에서 활발한 타격으로 이어졌다"며 웃었다. 게으른 천재가 충실한 훈련으로 타격은 물론 2루 수비 몸놀림과 주루도 훨씬 경쾌해진 것이다.
김선빈의 컨택 능력은 리그 최고수준이다. 삼진도 잘 당하지 않고 커트능력을 앞세운 끈질긴 승부로 상대투수의 투구수를 괴롭힌다. 다만 체력이 약해 여름이 되면 타격이 주춤하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이범호 감독은 훈련을 훈련을 하지 않아도 인정했다. 그 결과 타격왕에 오른 2017년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타율 3할2푼9리(8위) 57타점 48득점 9홈런 OPS .827를 기록했다. 올해에만 그치지 않고 2025시즌에도 강한 타격을 예고하고 있다. /sunny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