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경질된 에릭 텐 하흐(54) 감독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 알 나스르)에게 노골적인 굴욕을 안긴 것으로 알려졌다.
맨유는 지난 28일(한국시간) 홈페이지 등 공식 채널을 통해 "에릭 텐 하흐 감독이 물러났다"고 발표한 뒤 정식 감독 부임 때까지 뤼드 반 니스텔로이 수석 코치 임시 체제로 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5월부터 팀을 맡은 텐 하흐 전 감독은 2년 5개월 여만에 맨유를 떠나게 됐다. 2022-2023시즌 EFL컵과 2023-2024시즌 FA컵을 따냈으나 이번 시즌 성적이 14위까지 곤두박질치면서 경질을 피하지 못했다.
텐 하흐 감독이 떠나면서 그동안 팀 내부에서 있었던 일들이 조금씩 밖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중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 하나가 호날두 굴욕 사건이다.
영국 '골닷컴'은 30일 글로벌 매체 'ESPN'을 인용, 텐 하흐 감독이 맨유 선수들과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으며 맨유 일부 선수들은 호날두가 텐 하흐 감독으로부터 '불필요한 굴욕'을 당했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호날두는 지난 2022년 10월 2-0으로 이긴 토트넘과 리그 경기에서 교체 출전을 거부한 후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호날두는 텐 하흐 감독의 지시를 거부, 경기가 끝나기도 전 터널을 통해 경기장을 떠났다.
텐 하흐 감독은 이런 호날두에게 징계를 내렸다. 1군 훈련에서 제외하면서 다음 첼시 원정 경기에 호날두를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호날두는 21세 이하(U-21)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소화했다.
이 매체 따르면 호날두는 1군과 별도로 훈련하라는 지시를 받은 후 탈의실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탈의실 출입이 금지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아카데미 선수에게 운동화를 가져와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이 모습을 본 일부 맨유 선수들은 1군 선수도 그렇겠지만 호날두의 위상을 고려할 때 상당히 굴욕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라 봤다. 주요 선수들은 이와 같은 일괄적인 금지 조치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텐 하흐 감독은 임기 초반 의사 소통에 대한 우려를 낳은 바 있다. 0-4로 패한 브렌트포드전에서는 일부 선수들이 감독으로부터 제대로 지시를 전달받지 못하면서 혼란스러웠다고 답했다. 텐 하흐 감독이 선수들의 동기부여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호날두는 2022년 11월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기 전 피어스 모건이 진행하는 TV쇼에 출연, 구단 수뇌부와 함께 텐 하흐 감독을 노골적으로 저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호날두는 "감독은 물론 팀 내 몇몇 사람들 또한 나를 내보내려 한다. 팀에 배신을 당한 것 같다"면서 "텐 하흐 감독이 나를 존중하지 않으니 나도 그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자신에게 굴욕을 선사한 텐 하흐 감독과 갈등을 정리하지 못한 호날두는 쫓겨 나듯 맨유를 떠나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인 알 나스르에 둥지를 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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