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데뷔 17년차에 처음 맞이하는 순간들. KIA 타이거즈 포수 김태군은 간절한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이번 한국시리즈를 임하고 있다.
김태군은 26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 9번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3-0으로 앞선 3회초 2사 만루에서 등장한 김태군은 삼성 송은범을 상대로 1볼에서 2구째 135km 몸쪽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좌측 폴 바깥쪽으로 휘어 나가는 듯 했던 타구는 끝까지 힘을 잃지 않았고 파울 폴 안쪽으로 들어왔다. 만루홈런을 확인한 김태군과 KIA 덕아웃, 그리고 팬들은 함성을 토해냈다.
이 홈런은 프로 17년차에 때려낸 첫 만루홈런. 정규시즌에 없었던 만루홈런이 포스트시즌, 그것도 최고의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터졌다. 포스트시즌 역대 20번째, 그리고 한국시리즈 역대 5번째다.
최원준의 희생번트와 이창진의 볼넷으로 1사 만루 기회를 이어간 KIA. 삼성 선발 원태인을 강판시켰다. 바뀐 투수 송은범을 상대했다. 만루에서 첫 타자 변우혁은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2아웃이 됐다. 하지만 김태군이 만루 기회를 증발시키지 않고 살려내며 6득점 빅이닝을 완성, 승부의 추를 완전히 가져왔다. 이범호 감독도 “3-0으로 이닝이 끝났으면 아찔할 뻔 했다”라고 웃었다.
김태군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2016년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당시 두산에 시리즈 4전 전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2020년 NC가 통합 우승을 차지했지만 당시 김태군은 경찰야구단에서 병역을 해결하고 있었다. 우승 반지가 없다.
그렇기에 이번 한국시리즈, 커리어 첫 만루홈런은 더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 경기 후 김태군은 “너무 좋다. 커리어 첫 만루홈런이 이렇게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나왔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했다.
모두가 김태군의 타구가 파울 폴 바깥으로 휘어져 나가지 않기를 기도했다. 김태군 스스로도 “넘어가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휘어져 나가지만 마라고 열댓번 속으로 기도했다. 너무 좋고 기뻤다”라고 밝혔다.
김태군은 올해 정규시즌 105경기 타율 2할6푼4리(235타수 62안타) 7홈런 34타점 OPS .711의 성적을 남겼다. 한준수와 안방을 나눠 맡았지만 주전은 김태군이었고 한국시리즈도 먼저 중용 받고 있다. 리그를 대표하는 수비형 포수인 김태군이지만 사실 그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칭호이기도 했다.
그는 “4~5년 전부터 타격적으로 낮게 봤다. 주위 시선도 그랬다. 그래서 그때부터 제가 식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라며 “실내에서 준비도 많이 했고 연습과정이 혹독하고 힘들었다. 그 과정들이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LG에서 데뷔했지만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NC로 이적한 뒤 줄곧 주전 포수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경찰 야구단 복무 이후에는 NC에서 양의지의 백업포수로 밀려났고 삼성으로 트레이드 된 이후에도 강민호의 뒤를 받치는 신세였다.
그러나 KIA에서는 주전 포수다. 그리고 우승 포수라는 타이틀과 한국시리즈 MVP라는 훈장 모두에 도전하고 있다. 이날 만루포를 제외하더라도 김태군은 시리즈 4경기 13타수 5안타 타율 3할8푼5리 6타점 OPS 1.169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그는 “이제 1승만 하면 우승 포수가 된다. 우승 포수가 되면 저를 보는 시선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경찰청 군 복무를 하고 돌아오니 백업 신세였다. 분한 마음을 갖고 지난 4~5년을 보냈다. 우승 포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MVP도 꼭 받고 싶다”라며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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