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터졌다. 그리고 안도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박병호기 비로소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홈런으로 슬럼프 탈출에 신호탄을 터뜨렸다.
박병호는 25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무안타 침묵을 깨는 홈런포를 터뜨리며 팀의 4-2 승리, 시리즈 반전을 이끌었다.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9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던 박병호다.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13타수 3안타, 타율 2할3푼1리에 홈런은 없었다. 침묵이 길어졌다.
이날 3차전을 앞두고 박진만 감독은 경기 전 박진만 감독은 “박병호 선수가 좀 해줘야 한다. 전체적으로 타격이 침체인데 베테랑 선수들이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긴 하다”라며 “다시 홈으로 돌아왔으니 분위기를 한 번 반전시켜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회 1사 1루 첫 타석에서 박병호는 3루수 병살타를 때리면서 선취점 기회를 무산시켰다. 5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삼진.
경기 후 박병호는 “원정에서 2패를 하고 와서 침체될 수도 있었는데, 오늘 승리를 할 수 있어서 내일 경기에도 좋은 에너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스스로는 타격감이 괜찮았다고. 그는 “광주에서부터 타격감이 괜찮았다. 침체가 길었다. 앞선 타석들에서도 그렇고 좋은 감을 갖고 있어도 슬럼프가 길어지면 스스로 압박이 되기 시작한다. 그래도 어쨌든 필요할 때 홈런이 나와서 다행이었다”라고 전했다.
타치바나 요시에이 코치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 그는 “타치바나 코치님이 많이 응원을 해주셨다. 타이밍이 늦어지고 있으니까 빠르게 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공을 끝까지 보지 말고 앞에서 친다는 생각으로 타이밍을 맞추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스윙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병호의 홈런에 박병호보다 더 기뻐한 삼성 동료들이다. 부상 중인 주장 구자욱을 필두로 덕아웃으로 돌아온 박병호를 어깨동무하며 맞이했다. 그는 “아무래도 그동안 안 좋은 모습들이 많이 나왔다. 홈런을 치고 돌면서 안도를 할 수 있었다”라며 “덕아웃 들어와서 다른 선수들이 더 기뻐해줬다. 이 선수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고 느꼈다. 여기 있는 선수들에게 고맙고 한마음으로 응원해주는 게 더 마음에 와닿았다”라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제는 스스로도 세리머니를 함께한다. 지난 5월 KT 위즈에서 오재일과 1대1 트레이드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박병호는 동료들 덕분에 어색한 세리머니도 기꺼이 함께한다. 동갑내기 강민호의 모습을 보면서 안할 수가 없었다고.
그는 “강민호 선수가 세리머니를 하더라. 새로운 팀에서 적응을 해야 하니까 저도 안할 수가 없었다. 나이 든 선수들과 젊은 선수들의 차이가 좁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사실 안하던 것을 해서 어색하지만 저도 웃으면서 많이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것도 삼성이 가장 잘 하는 홈런으로 만든 1승이다. 박병호는 “우리 삼성 타자들의 팀 컬러는 장타로 점수를 많이 뽑는 것이다. 타자들한테도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저 뿐만 아니라 홈런이 이렇게 나오면 선수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는데 남은 경기에서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날 3차전의 홈런포가 시리즈 반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