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수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향년 75세.
김수미는 25일 오전 8시께 심정지 상태로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자세한 사망 경위를 파악했고, 김수미의 아들인 사업가 정명호 씨(나팔꽃 F&B 이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인을 조사한 경찰이 고혈당 쇼크사가 최종 사인이라고 알렸다"라며 "당뇨 수치가 500이 넘게 나왔다"라고 말했다.
고혈당 쇼크는 혈중 포도당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 생체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하는 증상이다.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김수미는 뮤지컬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소송을 준비하며 큰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김수미는 1949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1980년 '전원일기'의 일용엄니 역으로 무려 22여 년 간 사랑을 받으며 국민배우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30대 젊은 나이에 60대 노모 연기를 실감 나게 표현, 천생 연기자임을 보여줬다. MBC 연기대상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을 차례로 거머쥐는 대기록을 쓰기도 했다.
개성 있는 서구적 미인형임에도 이처럼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지녀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소화했고 각종 영화, 드라마, CF에서 맹활약했다. 특히 김수미는 '욕 연기' 분야에서 김수미 장르라고 부를 만한 영역을 구축,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수미는 이와 관련해 "‘마파도’와 ‘가문의 영광’을 하고 수식어가 국민 욕쟁이가 됐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차진 욕을 구수하게 표현해 내며, 이른바 '계속 듣고 싶은 욕'을 하는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는 김수미만의 전매특허나 다름없었다. 김수미는 이 같은 캐릭터를 살려 주연작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물론, '발리에서 생긴 일', '돈의 화신', '안녕, 프란체스카', '언니는 살아있다', '마파도', '맨발의 기봉이' 등 다양한 흥행작을 남겼다.
김수미의 오랜 친구인 소설가 김홍신은 "국민들의 한이나 울분을 대신 터뜨려주기 때문에 한 시대를 풍미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평하기도. 이에 김수미는 “전라도 사람들이 원래 맛깔나게 욕하고 욕해도 욕 같지 않고 정이 있다. 안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욕 안 한다. 좋아해야 한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요리에도 남다른 재능을 가져 '수미네 반찬', '밥은 먹고 다니냐?' 등 다수의 요리 프로그램을 섭렵했고 이 외에도 ‘회장님네 사람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을 통해 인간적인 모습을 자랑했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건 간장게장, 김치 등을 만들며 성공한 사업가의 길을 걷기도 했다.
배우 서효림을 며느리로 맞이하며 며느리와 예능 등을 통해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선보이기도. 또 '손주 바보'의 면모로도 훈훈함을 안겼다. 지난해에는 영화 ‘가문의 영광:리턴즈’에 출연했고 연극 ‘친정엄마’로 전국의 관객들과 만났다. 이처럼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에너지가 넘쳤던 김수미는 그러나 지난 5월 말, 피로 누적을 이유로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 입원하면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당시 김수미는 공연과 방송 활동이 겹치면서 피로가 누적돼 당분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김수미는 OSEN과 전화 통화에서 “건강은 괜찮다. 아무 문제없다”라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말이 어눌하게 느껴졌던 부분에 대해서는 “임플란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건강이상설을 스스로 일축하며 활동에 대한 의지를 다진 故김수미였다.
특히 故김수미는 통화 말미 기자가 “선생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희 곁에 있어주세요”라고 하자 김수미는 “걱정해 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며 힘을 내겠다고 강조하기도. 그리고 이 통화 내용이 담긴 故김수미의 인터뷰는 그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우리 옆집 할머니 같던 故김수미이기에 비보가 대중에 더 가슴 아프게 스며드는 모습이다. "구수한 욕을 다시 한번 들을 수 있다면.." 같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김수미의 빈소는 서울한양대병원장례식장 특 6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11시이며,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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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수미, OSEN DB,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