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연대가 영진위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23일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성명을 내고 "영화진흥위원회의 거버넌스가 훼손되고 있다. 합의제 민간자율기구의 철학과 조직원리를 회복하라"라고 촉구했다.
영화진흥위원회(약칭 영진위)는 1973년 영화진흥공사로 출발해 1999년 '제2의 창립'을 선언하며 민간자율기구로 새롭게 출범했다. 영진위는 영화인의 정책 참여를 통해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21세기 예술 정책의 패러다임을 혁신하며 한국영화의 도약을 이끈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특히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은 영화예술 및 영화산업에 경험이 풍부한 영화인을 성(性)과 연령,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균형 있게 구성하도록 하고 있고, 위원의 직무상 독립과 신분을 보장함으로써 민간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영진위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빼앗기며 합의제 기구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했던 오명을 남긴 바 있다.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위원장 호선제 선출이 부활하였다.
이 가운데 영화인연대는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를 지켜보던 영화계는 영진위 거버넌스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참담한 심경으로 지켜보았다"라며 "이기헌 의원과 한상준 위원장 질의 과정에서, 보조금 지원 영화제 개수를 10개로 지정하여 상정한 안건을 위원회가 15개 내외로 늘려서 수정 의결을 하였음에도, 문체부 공문에 따라 다시 10개로 축소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체부는 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명백히 침해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강유정 의원은 2024년에 들어서 위원회의 안건 심의•의결이 3인, 더 나아가 2인 의결된 사례가 다수 발생하였고, 몇몇 안건에서는 영비법에서 재적위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을 하도록 정한 것을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법원에서 방통위의 2인 의결의 위법 결정이 내려진 사례를 들어 영진위의 2~3인 의결 역시 합의제 기구의 조직 원리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비법 15조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항은 다른 여타 기관의 사례와 비교해도 매우 엄격한 기준이다. 이것은 협의제 민간자율기구인 영진위가 전문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위원의 합의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영화인연대는 "이러한 영진위의 2-3인 의결은 2023년 12월 있었던 몇몇 위원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 감사 이후 위원회 의결 절차에 해당 법령을 과도하게 확대 적용하며 비롯되었다. 이 때문에 영화계 전문성을 바탕으로 위촉된 위원이 그 전문성에 기반한 활동을 이유로 심의•의결에서 배제되며 의결의 다양성과 합리성이 훼손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지금 영진위는 영진위 위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건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해당 위원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지적된 사례는 각각 다르다. 영진위 위원 역시 이해충돌방지법을 적용받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법의 해석과 적용을 면밀하게 살펴야 하고, 영비법 및 영진위 거버넌스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한 후, 위원이 본연의 책무에 맞게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위원들이 자신의 외부 활동에 대해 충분히 영진위에 알리고 법적 검토를 받아, 관련 내용이 투명하게 영진위에 보고•결재 등을 거친 사안이라면 법 위반으로 조치되거나 징계 처리되는 것은 법의 제정 취지에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영화인연대는 "한상준 위원장은 취임 한 달 후인 7월부터, 위원 징계 관련 안건을 총 4차례 발의•보고하였다. 그 과정에서 한상준 위원장은 영비법과 정관 등에 근거하지 않은 위원에 대한 징계규정 개정은 위원의 직무 독립성을 침해하고 영진위 거버넌스를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며, 만약 규정 개정을 하려면 영비법에 따라 인터넷 등의 예고를 20일간 해야 한다는 위원 다수의 의견을 묵살하였다. 그 결과 위원에 대한 징계기준(안)이 결국 16차 임시회의(24.10.15)에서 통과되었다. 이번 국정감사 강유정 의원 질의에서 밝혀졌듯 비상임 임원에 대한 징계조치를 정한 것은 여타 기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영비법에 따라 영진위 위원의 임명권자는 문체부 장관이다. 문체부는 해당 위원들이 법 위반을 하였다면 기존 법령을 준용하여 위원을 해임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문체부가 그 권한은 행사하지 않고 영진위에 여타 기관에 사례가 없는 비상임 임원에 대한 징계 기준(안) 신설을 압박하였다면 이것 역시 그 압박 목적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난 과거 블랙리스트의 상처를 딛고 호선제를 부활하며 거버넌스를 정상화하고자 한 영화계와 영진위의 노력이 다시 짓밟히지 않도록 주의하여 지켜볼 것"이라며 "민간자율기구인 영진위는 영화계와 소통하며 다양하고 풍요로운 영화진흥정책과 사업을 펼쳐왔다. 이것은 지금까지 한국영화 발전의 토양이 되고 그 뿌리를 튼튼하게 한 소중한 한국영화의 자산이다. 우리는 앞으로 영진위라는 소중한 거버넌스가 더욱 성숙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국회 역시 이 과정을 존중하고 한국영화 발전의 여정에 함께 하기를 요청한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에는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CGK),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배우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DGK) 이사회,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지역영화네트워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독립영화전용관 네트워크 등이 포함돼 있다.
다음은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의 성명 전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거버넌스가 훼손되고 있다! 합의제 민간자율기구의 철학과 조직원리를 회복하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1973년 ‘영화진흥공사’로 출발하여 1999년 ‘제2의 창립’을 선언하며 민간자율기구로 새롭게 출범했다. 영진위는 영화인의 정책 참여를 통해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21세기 예술 정책의 패러다임을 혁신하며 한국영화의 도약을 이끈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은 영화예술 및 영화산업에 경험이 풍부한 영화인을 성(性)과 연령,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균형 있게 구성하도록 하고 있고, 위원의 직무상 독립과 신분을 보장함으로써 민간기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영진위가 독립성과 자율성을 빼앗기며 합의제 기구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했던 오명을 남긴 바 있다.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위원장 호선제 선출이 부활하였다.
2024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를 지켜보던 영화계는 영진위 거버넌스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참담한 심경으로 지켜보았다. 이기헌 의원과 한상준 위원장 질의 과정에서, 보조금 지원 영화제 개수를 10개로 지정하여 상정한 안건을 위원회가 15개 내외로 늘려서 수정 의결을 하였음에도, 문체부 공문에 따라 다시 10개로 축소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체부는 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명백히 침해하고 있다.
강유정 의원은 2024년에 들어서 위원회의 안건 심의•의결이 3인, 더 나아가 2인 의결된 사례가 다수 발생하였고, 몇몇 안건에서는 영비법에서 재적위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을 하도록 정한 것을 명백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법원에서 방통위의 2인 의결의 위법 결정이 내려진 사례를 들어 영진위의 2~3인 의결 역시 합의제 기구의 조직 원리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비법 15조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항은 다른 여타 기관의 사례와 비교해도 매우 엄격한 기준이다. 이것은 협의제 민간자율기구인 영진위가 전문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위원의 합의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경과를 살펴보면, 이러한 영진위의 2-3인 의결은 2023년 12월 있었던 몇몇 위원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 감사 이후 위원회 의결 절차에 해당 법령을 과도하게 확대 적용하며 비롯되었다. 이 때문에 영화계 전문성을 바탕으로 위촉된 위원이 그 전문성에 기반한 활동을 이유로 심의•의결에서 배제되며 의결의 다양성과 합리성이 훼손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영진위는 영진위 위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따른 징계 조치 건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해당 위원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지적된 사례는 각각 다르다. 영진위 위원 역시 이해충돌방지법을 적용받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법의 해석과 적용을 면밀하게 살펴야 하고, 영비법 및 영진위 거버넌스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한 후, 위원이 본연의 책무에 맞게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위원들이 자신의 외부 활동에 대해 충분히 영진위에 알리고 법적 검토를 받아, 관련 내용이 투명하게 영진위에 보고•결재 등을 거친 사안이라면 법 위반으로 조치되거나 징계 처리되는 것은 법의 제정 취지에도 맞지 않을 것이다.
한상준 위원장은 취임 한 달 후인 7월부터, 위원 징계 관련 안건을 총 4차례 발의•보고하였다. 그 과정에서 한상준 위원장은 영비법과 정관 등에 근거하지 않은 위원에 대한 징계규정 개정은 위원의 직무 독립성을 침해하고 영진위 거버넌스를 훼손할 우려가 있으므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며, 만약 규정 개정을 하려면 영비법에 따라 인터넷 등의 예고를 20일간 해야 한다는 위원 다수의 의견을 묵살하였다. 그 결과 위원에 대한 징계기준(안)이 결국 16차 임시회의(24.10.15)에서 통과되었다. 이번 국정감사 강유정 의원 질의에서 밝혀졌듯 비상임 임원에 대한 징계조치를 정한 것은 여타 기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최초의 사례이다.
영비법에 따라 영진위 위원의 임명권자는 문체부 장관이다. 문체부는 해당 위원들이 법 위반을 하였다면 기존 법령을 준용하여 위원을 해임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문체부가 그 권한은 행사하지 않고 영진위에 여타 기관에 사례가 없는 비상임 임원에 대한 징계 기준(안) 신설을 압박하였다면 이것 역시 그 압박 목적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난 과거 블랙리스트의 상처를 딛고 호선제를 부활하며 거버넌스를 정상화하고자 한 영화계와 영진위의 노력이 다시 짓밟히지 않도록 주의하여 지켜볼 것이다.
민간자율기구인 영진위는 영화계와 소통하며 다양하고 풍요로운 영화진흥정책과 사업을 펼쳐왔다. 이것은 지금까지 한국영화 발전의 토양이 되고 그 뿌리를 튼튼하게 한 소중한 한국영화의 자산이다. 우리는 앞으로 영진위라는 소중한 거버넌스가 더욱 성숙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국회 역시 이 과정을 존중하고 한국영화 발전의 여정에 함께 하기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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