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에 다시 나타난 박지성(43)의 골은 중년남성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2024 넥슨 아이콘 매치'가 20일 오후 6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됐다. '실드 유나이티드(수비수팀)'가 'FC 스피어(공격수팀)'를 상대로 4-1 대승을 거뒀다.
아이콘 매치는 이제는 축구화를 벗은 전설들이 한국에서 이색 경기를 펼치는 초대형 축구 행사다. FC스피어는 세계적인 공격수들로 구성된 팀으로 티에리 앙리 감독과 박지성 코치가 지휘했다. 시대를 풍미했던 수비수들로 구성된 실드 유나이티드는 파비오 칸나바로가 감독을 맡았고, 이영표 코치가 보좌했다.
당초 코치인 박지성은 무릎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를 뛰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경기 막판 박지성이 몸을 풀며 출격을 예고하자 팬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오랜만에 상암벌에 ‘캡틴’ 박지성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결국 박지성이 교체로 투입됐다. 안드리 셰우첸코가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선 그는 가운데로 과감하게 슈팅을 때려 골을 넣었다. 현역시절에도 기피했던 페널티킥을 은퇴 후 이벤트 매치에서 넣은 것이다. 팬들은 그의 응원가인 '위송빠레'를 열창하며 추억에 잠겼다.
이때 중계화면에 박지성의 교토퍼플상가 시절 올드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일본팬이 잡혔다. 박지성의 골에 감격한 중년남성팬은 뜨거운 눈물을 터트렸다.
박지성 올드팬의 모습은 삽시간에 SNS로 퍼져 큰 화제가 됐다. 팬들은 “박지성이 골 넣었을 때 나도 울었다”, “무려 24년전 유니폼을 소장하고 있다니 찐팬이다”, “이게 바로 스포츠가 주는 감동이다”, “얼마나 좋았으면 한국까지 오셔서 직관을 하셨을까”라며 동감했다.
박지성은 2000년 교토퍼플상가에서 프로경력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올림픽대표팀에서 뛰었던 박지성은 이렇다 할 경력이 없던 시절. 그는 2002년 월드컵 후 교토퍼플상가를 J1리그로 승격시켰고 천황배 우승까지 이끌었다.
교토퍼플상가와 2002년 12월 31일까지 계약돼 있던 박지성은 다음날 열린 천황배 결승전을 뛰며 의리를 지켰다. 결승전에서 박지성의 1골, 1도움 맹활약으로 교토퍼플상가가 2-1로 승리해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을 달성했다. 교토퍼플상가 팬들이 아직도 박지성을 '레전드 오브 레전드'로 기억하는 이유다.
이후 박지성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을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진출해 아시아축구를 대표하는 영웅이 됐다. 박지성을 해외로 보내며 구단 공식후원사 교세라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는 “어딜가든 응원하겠다. 절름발이가 되어 돌아와도 반드시 받아주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박지성은 2000-2002 3시즌 간 교토에서 리그 85경기를 뛰며 13골을 기록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