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리 앙리(47)가 풀백이고 디디에 드록바(46), 디미타르 베르바토프(43)가 센터백이라고?"
아스날 소식을 주로 전하는 영국 매체 '아스날 인사이더'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아스날의 전설 티에리 앙리가 한국에서 열린 '아이콘 매치'에서 정말 기괴한 포지션으로 출전했다"라고 전했다.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넥슨 아이콘 매치'에서 실드 유나이티드(수비수팀)가 FC 스피어(공격수팀)를 4-1로 대파하며 화려한 승리를 거뒀다.
이번 매치는 축구계를 대표하는 전설들이 한 자리에 모여 펼친 특별한 경기로, 티켓은 발매 1시간 만에 전석 매진되었고, 6만 4,210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며 뜨거운 응원 열기를 더했다.
FC 스피어는 세계적인 공격수들로 구성된 팀으로, 티에리 앙리가 감독을 맡고 박지성이 코치로 함께했다. 주장은 첼시의 전설 디디에 드록바가 맡아 공격력을 이끌었다. 이에 맞선 실드 유나이티드는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지휘하는 수비수팀으로, 리오 퍼디난드가 주장으로 나서 수비의 벽을 구축했다. 코치는 이영표가 맡아 양 팀 모두 축구 팬들에게 큰 기대를 안겼다.
경기 초반부터 실드 유나이티드의 조직적인 수비와 빠른 역습이 돋보였다. 전반 13분, 야야 투레가 절묘한 침투로 세이도르프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뜨리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어 전반 21분에는 세이도르프가 장거리 슈팅으로 추가 골을 성공시키며 관중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관중석은 끊임없이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며 경기에 빠져들었다.
후반전에도 실드 유나이티드의 기세는 이어졌다. 후반 9분, 박주호가 빠른 역습 상황에서 세이도르프의 패스를 받아 팀의 세 번째 골을 기록했다. 특히 박주호의 골은 실드 유나이티드의 수비와 공격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후반 35분에는 마스체라노가 부드러운 드리블로 골키퍼를 제치고 쐐기골을 넣으며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FC 스피어는 경기 내내 실드를 뚫지 못하며 고전했지만, 후반 막판 박지성이 팬들에게 잊지 못할 장면을 선사했다. 그는 무릎 상태로 인해 코치 역할만 맡기로 했으나, 후반에 안정환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박지성이 몸을 풀자마자 경기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고,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교체 후 곧바로 페널티킥 기회를 얻은 박지성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팬들의 추억 속 아이콘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관중들은 '위송빠레' 응원가를 부르며 박지성의 골을 축하했고, 중계 화면에는 박지성의 활약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팬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실드 유나이티드의 4-1 승리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담았다. 축구계를 풍미한 전설들이 한자리에 모여 펼친 경기에서, 수비수들이 공격수들을 압도하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이러한 전설들의 '축제'는 영국에서도 화제다. 아스날 인사이더는 "AFC 본머스에 실망스러운 패배(0-2패)를 당한 아스날 팬들은 한국에서 열린 '기묘한 축구 경기'에 출전한 앙리를 통해 작은 위안을 찾았을지도 모른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앙리는 '넥슨 아이콘 매치'에 초청돼 여러 전설적인 선수들과 함께했는데, 이 경기엔 정말 재미있는 점이 있었다. 한 팀은 공격수로만, 한 팀은 수비수로만 구성됐다. 앙리는 왼쪽 풀백으로 출전했으며 드록바는 중앙 수비수로 나섰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카를로스 테베스가 함께 포백을 구성했다. 이들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비진을 괴롭혔던 공격수들"이라고 조명했다.
이어 "야야 투레와 욘 아르네 리세, 클라렌스 세이도르프는 실드 유나이티드의 공격진을 구성했으나 속도가 부족했다. 투레는 과거 아스날에 합류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아르센 벵거 감독은 그를 중앙 공격수로 기용하진 않았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아스날 인사이더는 "앙리는 득점에 실패했으며 이는 그의 선수 경력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실드 유나이티드에서는 세이도르프와 함께 박주호,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도 득점했으며 FC 스피어는 공격수로만 구성됐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유일한 득점은 박지성이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즐거운 축제를 마친 '레전드'들은 이번 경기를 통해 쌓은 좋은 추억을 싸들고 하나 둘 한국을 떠났다. 이들은 각자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나름대로의 '후기'를 남겼다.
먼저 실드 유나이티드의 칸나바로 감독은 "다시 한 번 공격수들은 티켓을 팔고 수비수들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는 것을 증명했다"라는 글과 함께 수비수팀 단체사진을 올렸고 드록바는 "서울의 따뜻한 환대에 감사드리며 곧 뵙겠습니다"라는 한국어 게시물을 올렸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는 박지성과 함께한 시간을 남겼다. 에드윈 반 데 사르,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박지성까지 총 5명의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모여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퍼디난드는 "지성이가 우리를 데리고 서울에서 쇼핑했어"라고 적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따로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 모양이다. 칸나바로, 안드레아 피를로, 레오나르두 보누치,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가 함께했다. 이들은 넷플릭스 인기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셰프 권성준(나폴리맛피아)의 식당에 모여 음식을 즐겼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