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한 달 전으로 되돌려보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달 22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9-8 승리를 거두며 정규 시즌 2위를 확정 짓고 23일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 2연전을 치르기 위해 광주로 향했다.
삼성 내야수 류지혁은 경기를 앞두고 KIA에서 함께 뛰었던 김도영에게서 “(류)지혁이 형 우승 축하해요”라는 인사를 받았다. 정규 시즌 2위 확정을 축하한다고 말한다는 게 우승을 축하한다는 말이 나온 것.
그동안 설레발이 될까 봐 말 못 했던 류지혁은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 짓고 나서 김도영이 말실수했던 이야기를 꺼내며 “당시 도영이에게 ‘고맙다. 우리가 우승할게’라고 했다. 도영이가 굴린 스노볼”이라고 웃었다.
올 시즌 하위권 전력으로 예상됐던 삼성은 보란 듯이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LG 트윈스를 3승 1패로 누르고 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류지혁은 플레이오프 3경기에 나서 타율 4할2푼9리(7타수 3안타) 1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류지혁은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기를 북돋아 주는데 앞장섰다. 삼성은 0-0으로 맞선 8회 강민호의 좌중월 1점 홈런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류지혁은 “정말 기분 좋았다. 경기에 나가지 않았지만 마음을 졸이며 지켜봤다. 경기에 출장하는 것보다 벤치에서 지켜보는 게 더 떨렸다.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기분 좋다”고 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한 그는 삼성 덕아웃 분위기에 대해 “다들 뭔가 파이팅이 넘친다고 할까. 그래서 덩달아 분위기가 향상된다”고 전했다.
경기 후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모여 기쁨을 표했다. 류지혁은 “(강)민호 형을 봤는데 눈물이 고여 있더라. 민호 형에게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안 했다. 왜 벌써 우냐’고 농담을 건넸다. 그래도 민호 형이 그토록 바라던 한국시리즈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이어 그는 “제발 누가 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타구가 넘어가는 걸 보고 진짜 깜짝 놀랐다. 제가 민호 형한테 ‘한국시리즈 냄새 맡고 싶으면 형 손으로 직접 해결하라’고 했는데 다행히도 민호 형이 해냈다”고 덧붙였다.
왼쪽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한 구자욱은 플레이오프 3,4차전에 출장하지 못했으나 한국시리즈에서 대타로 나설 예정이다. 주장으로서 덕아웃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구자욱의 주요 임무다.
류지혁은 “자욱이 형이 돌아온 게 굉장히 크다. 자욱이 형이 있으니 뭔가 더 단합하는 거 같다. 꼭 필요한 존재가 와서 다행”이라고 반겼다.
/what@osen.co.kr